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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Aug 30. 2020

상인의 기원부터 아마존까지 커머스의 모든 것

서평 시리즈 #16 : <PROFESSIONAL 커머스의 조건> 서법군

* 본 리뷰는 출판사 SISO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2020년 8월 20일을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은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입니다. 2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200조 원이 훨씬 넘는 재산을 가지고 있죠. 제프 베조스를 세계적인 부호로 만들어준 아마존은 온라인을 통해 책을 파는 작은 스타트업으로 출발했습니다. 책을 쉽게 살 수 있겠다는 사명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이제 '모든 걸' 다 파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회사가 된 것이죠. 

아마존은 어떻게 책을 거래하는 기업에서 세계 최대의 물류 창고를 바탕으로 모든 상품의 재고를 확보하고 가장 빠르게 배송하는 회사가 될 수 있었을까요? 이커머스 회사가 전 세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회사가 되는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커머스, 즉 상업의 역사를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PROFESSIONAL 커머스의 조건>은 기원전 중국의 은나라의 상인들이 물건을 거래하던 시절부터 근대 100년을 지배했던 백화점, 오늘날의 이커머스에 이르기까지 커머스의 역사를 총망라한 '커머스의 교과서' 같은 책입니다. 

현대백화점에서 커리어를 시작하여 지금은 11번가에서 근무하고 있는 18년 차 MD(merchandiser, 머천다이저)인 서법군 저자는 커머스의 과거를 통해 미래를 전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확실한 예측을 하는 것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미래에 대한 힌트를 얻고자 하는 것이죠. 

현직에 계신 분이고 현대백화점과 11번가라는 각각 오프라인, 온라인에서 업계를 주도하는 회사에서 근무하셨기에 실무적인 이야기만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무척이나 인문학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옛 중국의 왕조인 상나라(은나라)에서 최초로 '상인'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부터 시작하여 상업을 둘러싼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상업을 통해 발전한 국가, 상업의 발전 형태를 자세히 다루며 마침내는 현직자로서 미래에 대한 전망까지 세세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 '상인'의 유래


중국 고대사에 기록된 상인의 어원에서도 상업의 본질을 유추해볼 수 있다. 기원전 11세기 상(商)나라(은나라라고도 불리는)를 무너뜨린 주나라 조정은 반란을 걱정한 나머지 유민들을 먼 지방으로 쫓아낸다. 정착할 땅을 확보하지 못한 유민들은 떠돌며 가축 거래를 생계 수단으로 삼았다. 이렇듯 떠돌며 거래하던 상나라 유민은 상인이라는 말의 유래가 되었다. 

(p.33)


■ 중세 국제도시 : 장안


비단길이라고도 불리는 실크로드는 사실 실질적인 '길'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합니다. 타클라마칸 사막과 해발 고도 4000미터 이상의 고원을 포함한 루트였기에 활발한 교역이 이뤄지는 것은 힘들었습니다. 또한 실크로드라는 이름과 달리 비단은 주요 '교육품'이 아닌 화폐로 사용되었습니다. 실제로 거래되던 것은 금과 은, 옥, 유리 등이 더 많이 거래됐었죠. 실크로드는 동방(중국)과 서역(유럽권)의 활발한 '교역' 자체를 의미하는 단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나라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당 태종 시기, 당의 수도인 장안은 세계 최대의 도시로 성장합니다. 당나라가 강성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서쪽까지 세력을 확장하여 안정적인 평화를 구축하자 서방 국가에서 수요가 발생하게 되고 마침내 동방과 서방 간의 교역이 물꼬를 트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장안이 국제적인 도시이긴 했지만 당나라에서 상업 활동을 제한했기에 동서 간의 거래 또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었죠. 안록산의 난 이후 당이 급격히 쇠퇴하게 되자 상업에 대한 제한이 느슨해지면서 이미 인구 100만 이상의 거대한 국제 도시였던 장안이 마침내 동서 교역의 메카가 된 것이었죠. 


■ 최초의 백화점 봉 마르쉐(Bon Marche)

- 부시코 부부가 만들어낸 3가지 혁신

  1) 공간의 혁신

  2) 머천다이징과 인사시스템의 혁신

  3) 라이프 스타일의 창조 : 아젠다, 카탈로그

- 봉 마르쉐의 핵심 동력 : 최적 재고 유지를 통한 자본 회전율의 고도화, 매장 직원에 의한 책임 매입, 책임판매

(p.65~77)


<PROFESSIONAL 커머스의 조건>은 세계의 역사 속에서 커머스를 살펴보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커머스의 역사 또한 상세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3장 '조선의 백화점'을 통해서 말이죠. 

■ 미츠코시 백화점 경성지점

당시 미츠코시 백화점에서 유명한 것은 무엇보다도 쇼윈도와 엘리베이터, 옥상정원이었다. 미츠코시의 화려함은 조선인에게는 독 가시를 내재한 장미꽃과 같아서 회환과 서러움, 시기와 질투의 복잡한 감정이 뒤얽혀 있으면서도 한 번 더 곁눈질하게 되는 욕망 어린 장소였다. 미츠코시의 시대는 해방과 함께 막을 내렸다. 해방 이후 동화 백화점으로 개칭하여 사용되었고, 한국전쟁 당시에는 미군의 PX로 사용되었다. (중략) 동화 백화점도 함께 삼성에 넘어가는데 이때 신세계 백화점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된다. 

(p.150)

■ 조선 최초의 백화점을 세운 최남

미츠코시 백화점 외에도 조선인이 세운 백화점 또한 존재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백화점의 형태로 출발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상회'라는 이름의 상점에서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린 것이었죠. 최남, 박흥식, 신태화 등의 인물들이 경쟁적으로 보다 현대적인 상업 건물을 만들려는 과정을 함께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고대 중국, 당나라, 프랑스, 미국, 조선에 이르기까지 과거의 상업 즉 커머스의 형태를 설명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11번가라는 온라인 커머스 회사에 다니는 저자가 지은 책이라고 생각하면 무언가 매치가 안 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인간의 욕망과 본능에 얽힌 상업의 흥망성쇠를 자세히 알아야 미래의 커머스 형태를 예측할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합니다. 인간은 결국 인간이고, 커머스는 인간에게 인간이 하는 상업 행위이니까요. 

봉 마르쉐, 루브르, 메이시스, 노드스트롬과 같은 백화점은 애완동물과 같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애완동물을 쓰다듬고 사랑해준다고 욕구가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폭발하듯이 백화점은 인간의 욕구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부풀려서 현재의 위상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이죠. 작고 반짝거리는 것들을 보면 소유하고 싶고, 소유한다고 해서 그 욕망이 끝나지 않는 인간 그 자체를 정확히 꿰뚫어 본 것입니다. 이처럼 커머스라는 것은 '인간을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에 따라서' 성패가 좌우되는 분야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그렇기에 더욱 과거 속에서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살펴보려 한 것이죠. 

'커머스'라는 주제로 재밌는 역사책을 한 권 읽은 기분입니다. 그 속에 담겨 있는 인간의 욕망과 심리, 행동의 재밌는 사례들을 살펴볼 수 있었던 것은 덤이구요. MD가 갖추어야 할, 커머스 종사자가 배워야 할 무척이나 작고 디테일한 내용이 많지 않다고 해서 실망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이야 일을 하면서 얼마든지 채워나갈 수 있는 부분이죠. 오히려 커머스 산업이 무엇인지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그 속에 담긴 인문학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커머스 업계의 큰손이 되기 위해서는 더욱 중요한 필요조건이라고 생각됩니다. 커머스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찬찬히 커머스의 과거부터 미래까지 <PROFESSIONAL 커머스의 조건>을 통해 여행을 다녀오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커머스의 과거로부터 배우는 커머스의 미래, 커머스 인문학 <PROFESSIONAL 커머스의 조건>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출판사 SISO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출처(reference) : 

1) https://unsplash.com/photos/rymh7EZPqRs?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2) https://pixabay.com/ko/photos/%EC%83%B9%EC%96%91-%EB%8B%B9%EB%82%98%EB%9D%BC-%EB%8F%84%EC%8B%9C-%EA%B6%81%EC%A0%84-5497469/

3) https://unsplash.com/photos/zeH-ljawHtg?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4) https://unsplash.com/photos/PfAFNYL-qXY?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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