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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Sep 04. 2020

감정을 깨닫고 느끼고 분출하고 조절하라!

서평 시리즈 #22 : <감정의 발견> by 마크 브래킷

* 본 리뷰는 북라이프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어릴 적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참아라'였어요. 남들 다 가만히 있는데 유별나게 굴지 말라는 것이었죠.

옛날 분이셨던 아버지께서 교육받을 때에는 사회 전반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것이 미덕인 시대였습니다. 


덕분에 저는 지금도 '착한 아이 컴플렉스'에 시달려요. 항상 좋다고 해야 하고 난처하거나 싫은 감정, 의사는 남에게 잘 내비치지 못합니다. 물론 제가 선택한 부분도 있습니다.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내면의 욕망이 강해요. 그런데 그것 또한 어릴 적부터 늘 착하고 바른 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들어왔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알고 계신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는 몇 개쯤 되시나요?

바로 떠오르는 단어는 기쁨, 슬픔, 괴로움, 우울함, 행복... 몇 가지가 없네요.

동양보다 상대적으로 감정 표현이 풍부하다고 알려진 서양 사람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져도 나오는 대답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합니다. 저처럼 어릴 적부터 교육에 의해 감정을 편향되게 표현해왔기 때문일 수도 있고, 가족의 분위기, 어울리는 친구의 분위기 등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미국인의 경우 최근 20년 사이 감정을 표현하는 정도가 28% 감소했다고 합니다. 풍부한 감정 표현의 대명사로 알려진 미국인이 말이에요. 

<감정의 발견>의 저자 마크 브래킷 예일대 교수는 감정이 억압받는 사회에 대한 걱정으로 이 책을 써냈습니다.

지능지수를 뜻하는 IQ는 1900년대 초반부터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반면에 감성지수인 EQ는 개념이 등장한 것도 오래되지 않았고 체계적인 검사 방법도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비과학이라는 주장도 서슴지 않고 드러낸다고 한비다. 하지만 저자를 비롯한 감정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심리학자 및 뇌과학자들은 IQ보다도 감정이 인간의 행동 양식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고 주장합니다. 


생산성, 기억력, 인지력, 창의성, 사회성 등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신체 및 정신적 기능들에 감정이 관여하는 정도가 크다는 것이죠. 실제로 긍정적인 기억을 떠올린 후 정해진 단어를 암기하는 것이 부정적인 기억을 떠올린 후보다 더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고 합니다. 창의성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긍정적인 감정만이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우울한 감정이 북받쳐 올라 마침내 눈물을 왈칵 쏟아 내면 스트레스 지수가 떨어진다고 해요. 눈물을 흘리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배출되었기 때문이죠. 세금 계산서를 작성하거나 회계 장부를 정리하는 일처럼 꼼꼼하고 정밀한 집중력이 요구될 때에는 룰루랄라 신나는 기분으로 작업하는 것보다, '빠뜨린 부분이 있나?' 조금 걱정하며 작업하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약간의 부정적인 감정은 집중력을 향상해 실수를 방지하기 때문이죠. 



저자는 사실상 인간의 모든 과제가 감정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인간관계를 맺는 것부터 일을 하고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까지 모두 말이죠. 문제는 사람들이 감정을 거의 이해하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감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에 감정을 무조건적으로 억압하고 중요한 순간에 잘못된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죠. 


<감정의 발견>은 우리가 여태 가지고 있던 감정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도록 감정을 개론적으로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감정을 이해하고 느끼고 분출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RULER'를 통해서 말이죠. 


- Recognizing(감정 인식하기) : 자신의 생각, 에너지, 신체의 변화, 타인의 표정, 몸짓 등의 변화를 알아차려 어떤 감정이 생겨났음을 아는 것. 

- Understanding(감정 이해하기) : 감정의 원인을 파악하고 감정이 생각과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는 것.

- Labeling(감정에 이름 붙이기) : 감정적 경험을 잘 설명하는 정확한 용어를 찾는 것. 감정에 정확한 이름을 붙이면 자아 인식 능력이 높이지고 사회적 의사소통을 할 때 오해를 줄일 수 있으며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 Expressing(감정 표현하기) : 현재 상황, 함께 있는 사람들, 전체적인 맥락에 맞춰 감정을 표현해야 할 적절한 시기와 방법을 아는 것. 

- Regulating(감정 조절하기) : 개인적, 직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감정 반응을 관찰하고 통제하여 바람직한 방식으로 수정하는 것. 


무신경했던 감정에 대한 자세한 이해와 조절까지의 과정의 앞글자를 딴 'RULER'를 중심으로 감정을 다룰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책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저자가 이토록 '감정'과 감정을 '이해하고 드러내고 조절하는' RULER의 과정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그 자신도 어릴 적 심각한 감정 불능을 겪었고 그로 인해 삶이 피폐해졌었기 때문입니다. 어린 나이에 학대를 당한 저자는 늘 아프고 어딘가 불편했습니다.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고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단순히 몸이 아프다고 여겼었죠. 집안에서, 그리고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독특하다고 생각하는 삼촌을 만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삶이 조금씩 정상적으로 돌아왔다고 해요. 저자는 감정에 대한 깊은 연구를 하기로 마음먹었고 많은 사람들이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던 것입니다. 


■ 힘들고 괴로울 때 감정을 '스트레스'로 뭉뚱그리지 말라

결국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느낀 건 해야 할 일이 많아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구라도 쉽게 끝내지 못할 정도의 양을 떠안았던 것이다. 스트레스는 내 문제의 뿌리가 아니었다. 나는 상황에 압도되었다. (중략) 내 감정을 정확히 분석해 이름을 붙이지 못했다면 해결책을 찾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p.169)


■ 감정에 대해 침묵하면 고통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마음속에 꼭꼭 숨겨진 감정은 자기 의심, 낮은 자존감, 극단적인 외로움을 이어졌다. 그러다 감정이 끓어오르면 어디를 향하는지 모를 격렬한 분노가 일었다. 내 행동은 상황을 더 나쁜 방향으로 몰아갔다. 나는 자신을 표현하는 다른 방법을 알지 못했다. 

(p.180)


■ 감정을 표현하면 몸도 더 건강해진다

표현은 우리의 정서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풍부한 연구 자료를 통해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신체적, 정신적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반드시 얼굴을 마주하고 말로 표현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다른 사람과 감정을 공유하기 너무 힘들 때면 글쓰기가 더 유용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대화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일기나 편지에 쓴다. 


감정 표현으로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이점은 다음과 같다. 

- 병원 방문 횟수의 현저한 감소 / 면역 기능 개선 / 혈압 저하 / 장기적인 기분 향상 / 스트레스 감소 / 결근율 저하 

(p.201)


실제로 저는 최근 들어 극심한 감정의 기복을 겪었던 경험이 많습니다. 이런저런 나쁜 일들이 겹쳤죠. 나쁜 일이 생기려니 한꺼번에 오더라구요. 전에도 감정을 글로 적으며 표현하는 것의 이점을 읽었던 기억이 있기에 그때마다 제 속마음을 글에 다 옮겨 적었어요. 지구의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간 것 같았던 마음이 손과 펜을 거쳐 종이 위에 모조리 옮겨진 느낌이었습니다. 한결 나아진 기분을 경험한 후 저는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것뿐 아니라 감정을 무척 소중히 다루려 노력해요. 


입꼬리가 내려간 것 같으면 가끔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고, 지금의 감정을 솔직하게 입 밖으로 뱉어보고, 괜찮다고 위로를 건네기도 합니다. 덕분에 저는 자칫하면 무척이나 위험할 수도 있는 감정적인 동요의 상황들을 잘 넘어가고 있습니다. 감정에 대한 시선을 달리 한 후에 <감정의 발견>을 보니 감흥이 새로웠습니다. 이해도 쉬웠고 감정을 더욱 현명하게 다스릴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도 있었습니다. 

<감정의 발견>은 단순히 감정을 'RULER' 원칙에 따라 인지하고 조절하게끔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감정을 통해 사회에서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까지 조언합니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직장에서 말이죠. 


현대 사회는 어쩔 수 없이 부정적인 감정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 자체는 점차 억압당하고 있죠. 이는 직장 생활에서의 의욕 저하, 가정에서의 불화, 사회 전체적인 침체로까지 이어지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감정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이해하고, 표현하고, 현명하게 조절해야겠죠. 덕분에 한 명의 개인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사회가 조금씩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Permission to feel'입니다.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감정은 표현되어야 마땅한 소중한 존재입니다. 억눌렀던 감정을 이제는 자유롭게, <감정의 발견>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북라이프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출처(reference) :

1)https://pixabay.com/ko/photos/%EC%9A%B0%EC%9A%B8%EC%A6%9D-%EC%8A%AC%ED%94%94-%EB%82%A8%EC%9E%90-2912424/

2)https://pixabay.com/ko/photos/%EC%8A%A4%EB%A7%88%EC%9D%BC-%EC%9D%B4%EB%AA%A8%ED%8B%B0%EC%BD%98-%EB%B6%84%EB%85%B8-%EC%84%B1%EB%82%9C-2979107/

3)https://pixabay.com/ko/photos/%EC%97%AC%EC%9E%90-%EC%86%8C%EB%85%80-%EC%BB%AC%EB%9F%AC-%ED%97%A4%EC%96%B4%EC%8A%A4%ED%83%80%EC%9D%BC-3170568/ 

4)https://unsplash.com/photos/X53e51WfjlE?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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