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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Sep 03. 2020

미술로 시작하여 와인으로 끝나는 인문학 대장정

서평 시리즈 #21 : <마흔의 인문학 살롱>

왜 살지? 

뭐 때문에 이렇게 사는 걸까?


누구나 한 번쯤 해본 고민입니다. 특히 저는 요즘 하루에 몇 번씩 하는 고민이기도 하구요. 

한편으론 무척 슬프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런 고민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멈출 수 없나 봅니다. 

'우재의 올리브 동산'이라는 블로그를 통해 사람들에게 미술과 인문학을 전파하고 계신 '우재'님께서는

마흔에 가까워서도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젊은 날의 기억. 못다 이룬 꿈인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셨다고 해요. 


그림에 푹 빠져 며칠 밤을 지새 작품을 완성하면 다음 작품을 시작할 때까지 다시 찾아오는 우울과 고민.

그 끝없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찾은 건 바로 인문학이었습니다. 


인문학은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아홉 세계를 감싸고 있는 세계수(나무) '위그드라실'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몰랐던 사실 하나를 알게 되면 지적 희열을 느끼는 것도 잠시, 알게 된 사실에 꼬리를 무는 열 가지의 모르는 것들이 등장합니다. 파헤쳐도 끝이 없는 거대한 나무의 촘촘한 뿌리 같다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마흔의 인문학 살롱>의 저자 우재 님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신 것처럼 보였어요. 

그림을 그리고 미술을 알아가면서 답답했던 가슴이 뜨겁게 타올랐던 저자는 그림을 가르쳐주던 분께 찾아가 미술사를 공부하기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합니다. 그렇게 '곰브리치'의 '세계 미술사'를 접한 우재 님은 여태 10번을 넘게 세계 미술사를 읽으셨다고 해요. 미술사는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분야였지만 '신화'라는 새로운 도전과제를 낳기도 했습니다. 고대사에서 상징과 기호로 대표되는 미술은 신화를 알지 못하고는 온전히 느낄 수 없었던 것이죠. 


인문학의 연결성은 미술에서 신화, 신화에서 철학, 와인에 이르기까지 그 곁가지를 드넓게 뻗어나갔습니다.

자신을 찾기 위해 시작한 공부가 더 깊은 진리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고 저자만의 삶의 의미를 찾는 것으로 갈무리되는 과정인 것이죠. <마흔의 인문학 살롱>은 저자가 인생에 대한 질문을 하며 공부한 수많은 인문학의 분야 중에서 크게 '미술', '신화', '와인'이라는 3가지의 주제를 택하여 써내려 나간 책입니다. 들어가는 장을 제외하고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각각의 장 안에 다양한 세부 주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인문학적 탐구가 무척이나 폭넓고 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 배움은 평생 이어나가는 것

- 배움의 원형, 공자와 플라톤의 사설 학원

공자의 사설 학원은 '행단'이라고 불렸다. 행단에서 '행'은 살구나무 또는 은행나무를 지칭한다. 살구나무든 은행나무든 나무가 자라는 언덕에 모여 앉아 공자와 제자들이 문답식의 공부를 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중략) 

플라톤 역시 공자처럼 자연 속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다. 플라톤은 아테네 외곽의 올리브나무가 많이 자라는 언덕에 청소년을 교육하기 위한 학원을 세웠다. (중략) 영웅 아카데모스를 모신 신성한 지역에 학원을 세웠기에 플라톤은 그 지역의 이름을 따서 자신의 학원을 '아카데메이아'라고 명명했다. 

(p.33~34)


 ■ 훌륭한 멘토는 삶과 영혼을 성숙시킨다 

로댕은 1875년 두 달간 이탈리아를 여행했다. 이 여행은 이후 로댕의 예술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여행에서 로댕은 미켈란젤로의 <시스티카 성당 천장화>와 <최후의 심판>이 그려진 로마의 시스티나 성당을 방문했다. 

(p. 54)


로댕은 이와 같이 정체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해나갔다. 무엇을 하든 다르게 시도하고, 반복하기보다는 차라리 실수를 하는 편이 낫다는 미켈란젤로의 가르침대로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해나갔다. 

(p.57)

■ 미감보다 역사적 진실의 전달을 선택한 예술 작품들

외젠 들라크루아 역시 19세기 혼란했던 프랑스의 정치 상황을 자신의 그림을 통해 고발하고자 했다. (중략)

들라크루아는 자신의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나의 우울한 기분은 이 그림을 그리는 동안 사라졌다. (...) 내가 나의 조국을 위해 싸우지 않았다 할지라도, 나는 나의 조국을 위해 이 그림을 그릴 것이다"라고 했다. 

(p.100)


앞선 리뷰들에서도 몇 차례 말씀드렸지만 저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음식이든 운동이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사람의 숨결이 닿는 모든 것에는 사람의 이야기가 녹아져 있고 그 이야기를 찬찬히 살펴보면 인간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제가 살지 못했던 과거를 바라볼 수 있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저자인 우재 님께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해 시작한 인문학 여행을 통해 저 또한 삶의 의미를 찾는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끝은 없겠지만 잘 모르던 미술과 신화 등의 주제를 통해서 색다른 방식으로 그 여정이 시작된 것 같아요. 단순히 재미로 지어낸 이야기로만 생각했던 신화가 고대인들의 사상과 생활상을 반영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미술 작품을 바라볼 때 '과거의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저자의 생각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인문학을 통해 새로운 세상이 열렸고 그 세상에서 제 삶에 대한 질문을 또 한 번 던져보려 합니다. 저자께서는 마흔에 가까워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진정한 공부를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인문학을 통해 지금 당장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인문학으로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마흔의 인문학 살롱>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카시오페아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출처(reference) : 

1) https://unsplash.com/photos/oMpAz-DN-9I?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2) https://unsplash.com/photos/MORl6KLEFFk?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3) https://unsplash.com/photos/r8JLP0xW2BY?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4) https://unsplash.com/photos/Yui5vfKHuzs?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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