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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Sep 06. 2020

유튜브 채널 [단앤조엘] '단이 형'의 한국 이야기

서평 시리즈 #24 : <"저 마포구 사람인데요?"> 다니엘 브라이트


여러분은 외국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예전에 비해 많이 바뀐 모습 중 하나가 바로 TV나 방송 등에 외국인을 흔히 볼 수 있다는 점일 텐데요.

타일러 라쉬는 다양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명석한 두뇌와 재치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샘 해밍턴은 푸근하고 친근한 이미지에 더해 두 명의 아이들까지 함께 사랑받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TV에서만 그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미디어를 급격히 대체하고 있는 유튜브에서도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들을 흔히 볼 수 있고 그들이 가지는 영향력은 무척이나 큽니다.


유튜브에서 [단앤조엘]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단', 다니엘 브라이트 씨도 30만 명 가까운 구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처음 한국땅을 밟았을 때와 비교했을 때 무척이나 달라진 한국 사회를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낯설고 외로운 곳이었던 한국이 이제는 친근한 나라, 장인과 장모가 있는 따뜻한 나라로 변한 것이죠.

한국을 사랑하는 웨일스 남자, 한국에서 살아가는 웨일스 청년 단이 그간 느꼈던 한국의 거리, 사람, 공간을 글로 담아냈습니다. 마포구 연남동에 신혼집을 차리고 광장시장에서 아주머니가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면 '연남동'에서 왔다는 말이 먼저 나올 만큼 한국이 익숙해진 남자의 에세이. <"저 마포구 사람인데요?">. 외국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한국 사회의 온정과 외국인이기에 느꼈던 수년간의 감정들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다니엘 브라이트는 웨일스 출신의 영국 남자입니다. 대학교에서 한국학과 언어학을 공부한 그는 2012년도에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1년간 머물다 간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영국에 있는 한국 공기업에서 2년 동안 근무하기도 하고 운명인 듯 한국인 여자 친구를 만나기도 합니다. 여러모로 한국에 올 운명이었나 봐요. 여자 친구와의 결혼 승낙 문제 등으로 다시 찾은 한국, 승낙이라는 기쁜 소식을 듣고 2018년부터 한국에 살기 시작하며 유튜버라는 길에 들어서게 되는데요. 처가 식구들의 나라이자 새로운 도전의 땅이었던 한국은 그에게 무척 특별한 곳이 되었습니다.


그는 <"저 마포구 사람인데요?">를 크게 음식, 사람, 공간, 한국 사회, 앞으로의 꿈이라는 5개의 섹션으로 구성했습니다. '단' 자신도 한국을 무척이나 좋아하여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고 아내가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단의 책은 한국인이 쓴 에세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국적입니다. 등장하는 어휘들도 토종 한국인의 그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고 책 속에 담긴 단의 행동도 한국인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예요.


■ 홍어, 김치, 삼겹살_삼합의 추억

무얼 먹을지도 모르고 무작정 들어선 식당 안에서 꼬랑꼬랑한 냄새가 확 풍겼다. 홍어 맛집이라는 생각이 들어 얼른 홍어를 주문하고 제육볶음도 1인분 시켰다. (중략) 옆 테이블에 앉아 우리를 바라보고 있던 아저씨가 안경을 닦으며 우리를 보더니 "젊은 외국 남자들이 웬만한 한국 젊은이도 먹기 힘들어하는 홍어를 참 잘 먹네"라며 놀라워하셨다.

(p.64~65)


단이 만난 한 어르신의 말처럼 한국 젊은이들도 힘들어하는 홍어를 맛있게 먹는 모습, 한국인보다 더욱 한국인스럽지 않나요? 음식은 단의 한국 사랑이 특히나 많이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말이 잘 통하지 않던 시절 동네 김밥집에서 자주 먹던 제육덮밥은 이제 단이 별로 당기는 음식이 없을 때 시키는 음식이 되어버렸습니다. 1년간의 교환학생이 끝나고 다시 돌아간 영국 런던에서도 맛있는 한식집을 찾기 위해 음식 리뷰 잡지를 뒤져보곤 했죠. 순댓국을 든든하게 말아먹는 그를 보며 정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 세드릭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삶을 돌아보다

<"저 마포구 사람인데요?">는 [단앤조엘] 채널의 컨텐츠를 만들며 경험했던 이야기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단앤조엘] 채널을 즐겨 보는 애청자라면 많은 이야기들이 반갑게 느껴질 텐데요. 재밌게 봤던 에피소드의 비하인드를 알아가는 재미 또한 있습니다.

'세드릭'은 단과 조엘이 만났던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세드릭의 어머니는 한국인, 아버지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자랐던 세드릭은 어느 사회에도 속하지 못하는 시기를 겪었다고 해요. 흑인 사회에서는 동양인이었고 한인들에게 그는 피부색이 다른 이방인일 뿐이었죠. 그럼에도 세드릭은 어릴 적 제대로 배우지 못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았습니다. 단 또한 세드릭과 대화하며 비슷한 감정을 많이 느꼈다고 해요. 영국 연방에 소속된 웨일스에서 온 외국인, 한국에서 살아가지만 한국 사회에는 결코 완전히 속할 수 없는 그. 정체성에 대해 수없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단과 세드릭의 대화를 통해 한국 사회가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선뿐만 아니라 직업, 재산 등에 따라 같은 사회의 구성원을 바라보는 시선이 현재 어떠한지, 무엇이 올바른지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오늘 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대화

늦은 밤 급하게 올릴 영상 촬영을 위해 찾은 광장 시장, 멀리서 혼자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는 아저씨를 보았습니다. 좀 전의 촬영 때 잠깐 말을 나누었던 인연이 있기에 인사나 하고 가려는 찰나, 조엘이 하는 말. "이야기 좀 나누고 와."


왠지 오늘 밤 아저씨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의미 없는 대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조금이라도 위로받고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생각이 들 테니까 말이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 중에 가레스 베일이라고 있지 않습니까? 그 양반도 웨일스 출신이거든요."

"그 양반이라는 말을 알다니, 한국말을 참 잘하네!"

그때부터는 촬영을 하는 것도 잊고 나이도 잊고 정말 친구와 술 한잔하는 것처럼 신이 나서 아저씨와 더 깊은 대화를 이어갔다.

(p.176~177)


아까 단에게 참 한국적이라는 말을 했었습니다. 한국인은 정이 많다는 말이 자주 쓰이곤 하니 꺼냈던 말이었는데요. 사실, 단은 한국적이라는 말보다는 참 '인간적이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광장 시장의 전집 주인아주머니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홍어를 맛있게 먹으며 옆 테이블의 아저씨들과 스스럼없이 친구가 되고, 방송 연예 분야의 대선배인 샘 해밍턴과의 대화에서 좋은 아버지에 대한 주제로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고.

그는 그 자체로 참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책의 곳곳에서 묻어 나옵니다.


처음에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본 한국 사회의 단면이 궁금해서 펼쳐 든 책이었습니다. 외국인에 대한 시선과 문화가 많이 개방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는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남다른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단이 펼쳐내는 이야기를 통해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 사회를 많이 알 수 있었습니다. 그의 눈에는 한국 사회가 참 따뜻하게 그려졌어요. 그리고 그건 아마 단이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이기에 그렇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단이라는 좋은 사람을 알고, 단이라는 사람이 영국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지내온 짧지 않은 인생의 경험과 생각들을 기분 좋게 소화한 느낌이 듭니다. 좋은 생각을 가진 사람의 글을 읽으면 좋은 에너지를 받게 됩니다. 단의 긍정 뿜뿜한 에너지를 잔뜩 받은 기분.


한국 음식을 한국 사람보다 잘 먹는 남자, 한국인들은 그냥 지나쳐 가는 공간에서 인생을 돌아보는 남자, 외로이 술잔을 기울이는 아저씨와 하루 동안 친구가 되는 남자. <"저 마포구 사람인데요?">는 참으로 인간적인 '사람' 그 자체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었습니다. 외국인이 바라보는 외국에서의 삶이라고 특별한 것은 없었어요. 그저 똑같았습니다. 삶에 대한 고민을 끝없이 이어나가는 인물이었기에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보다 인간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의 속 깊은 이야기를 읽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면 그의 사회는 결국 따뜻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을 사랑하는, 웨일스에서 태어난 영국 남자 다니엘 브라이트의 따뜻한 한국 이야기,

<"저 마포구 사람인데요?">였습니다.




* 본 리뷰는 한겨레출판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출처(reference) :

1) https://unsplash.com/photos/VJHb4QPBgV4?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2) https://unsplash.com/photos/4V8JxijgZ_c?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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