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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Sep 10. 2020

회사를 움직이는 진짜 주인공

서평 시리즈 #30 : <경영 전략가의 일> by 이나다 마사토

흔히들 '대표', '사장'을 떠올리면 모든 일이 다 도맡아서 할 것 같다고 생각하곤 한다. 

계약을 따내기 위해 자료를 준비해서 발표하고, 각종 수치를 들여다보며 일일이 오더를 내리고, 하루 종일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무언가라도 일을 할 것만 같다. 대표 직함을 달아본 적이 없기에 실제 경험에 비추어 말을 할 수는 없지만 그건 아니다.


회사의 규모나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일손이 모자라기에 대표라는 사람이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처리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설령 이러한 경우라도 점차 사업의 규모가 커지면 1인 또는 2인 체제의 대표가 회사를 제대로 운영하기에는 절대적인 시간과 몸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참모'가 필요한 것이다. 세계적인 컨설팅 그룹 맥킨지 출신의 경영 컨설턴트 '이나다 마사토'의 <경영 전략가의 일>은 기업 경영에서 참모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하는 중요한 책이다. 


<경영 전략가의 일>에서 참모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경영자와 비슷한 경영 철학을 공유하면서 실무자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여 둘 간의 괴리를 줄여주는 구성원.' 많은 사람들이 흔히 참모에게 요구되는 능력으로 전략적 사고방식, 문제 해결 능력, 사업 구상력 등의 전략 입안과 관련된 것들을 떠올리곤 하지만 '참모'는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인간적인 역량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전사적 차원의 장기 계획과 실무 차원의 중단기 기획을 동시에 살필 수 있는 능력, 기획자로서 계획을 세우는 일뿐만 아니라 세부적인 실무를 함께 처리할 수 있는 등, 경영진과 실무진이 소통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 등이다. 


<경영 전략가의 일>은 이처럼 챕터 1을 통해 기업의 경영에서 참모가 필요한 이유를, 참모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을 곁들여 이야기하며 긴 서사를 시작한다. 책은 7개의 챕터로 구성이 되어 있다. 큰 주제로 나눠보면 '참모의 존재 이유와 역할', '전략의 개념과 전략의 올바른 실행 방안', '조직의 인간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본 책의 특징은 무척이나 상세하다는 점이다. 하나의 챕터 당 대략 10개 정도의 파트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그 세부 파트가 실제적인 사례를 담고 있다. 참모의 역할, 참모가 수행해야 하는 프로세스, 전략의 단계 등 '프로세스'를 다루는 부분이 많기에 그 과정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서'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전략을 다루는 파트는 기존의 수많은 경제경영서와 서술 방식의 궤를 달리하고 있다. 유수의 컨설팅 업체, 경영 사상가, 경영 분석가, 경영 전략 연구소 등에서 쏟아냈던 책들은 대부분 과거의 일에 대한 '성공적인' 사례만을 편파적으로 추출하여 해석한 경향이 크다. 예를 들어, 아마존만 하더라도 100개 이상의 작은 사업부를 출범 1년 미만의 기간 동안 폐지하였고, 구글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기업도 처음에 세운 전략 그대로 사업을 진행하지는 못한다. 깨어지고 수정하고 다시 실행하고, 그래도 안 되면 포기하고, 피드백을 바탕으로 다시 시작하여 성공한 '신화'가 우리 곁에 케이스로서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경영 전략가의 일>의 전략 파트는 처음부터 '전략'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한다. 컨설팅 업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그에게 누군가가 수주를 맡기며 '훌륭한 전략만 있으면 될 것 같은데'라고 하자 '전략만으로는 결코 현재의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라고 말한 것이다. 


이처럼 <경영 전략가의 일>은 전략에 얽힌 수많은 미신과 실제적인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다. 경제경영서를 읽으며 '경영'에 대한, '전략'에 대한 긍정적인 신화만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건강한 비판을 마음에 담을 수 있었다. 



중요한 개념이 또 하나 있다. 책에서는 이를 'PDCA'라는 명칭으로 설명한다. Plan, Do, Check, Action의 앞 글자를 딴 이 실행계획은 이 책을 관통하는, 이나다 마사토의 가장 중요한 철학 중 하나이다. <경영 전략가의 일>에서 많은 일본 기업들이 PDCA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다. 특히나 창업주가 1인 경영자로 있는 회사의 경우가 그렇다. 열정을 다해 회사를 큰 규모까지 키우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향후 10~20년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참모진들의 도움이 필요한데 이때 '참모'들이 기획하고, 행동하고, 확인하고, 수정하는 전략의 기본을 실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책에는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 전략을 기획함과 동시에 실무진을 신경 써야 하는 참모진들이 PDCA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잘 쓰여 있다. 


일본은 현재 부동산 버블 붕괴로 인한 '잃어버린 10년'을 넘어 20년, 30년째 이어지는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저자는 이와 같은 경제 위기가 기업가들의 도전 정신 부재, 기업가 정신의 결여, 전략의 잘못된 사용 등이라고 이야기한다. 일본에서 혁신적인고 세계 경제를 선도할 만한 강력한 기업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먼저 밝히고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자신의 나라인 일본의 미래를 위해 설명하고 있기에 책은 무척이나 사실적이고, 비판적이고, 또한, 실용적이다. 일본 저자가 쓴 경제경영서를 많이 읽어보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미국 작가가 쓴 그것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점들이었다. 현재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꼬집는 비판이 많아서 특히나 좋았다. 망상에 빠지지 않고 현실에 발붙일 수 있게 만들어 준 책이다. 특히나 '전략'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에는 자세를 바로잡고 진지하게 빠져들 정도로 흥미롭고 또한 중간중간의 유머가 재치 있었다. 이어지는 '기업에서의 사람'에 대한 이야기 또한 새로운 이야기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경영학과를 나왔고 경영 전략이라는 과목을 수강했지만 사실상 경영 전략에 대해서는 무지하다고 해도 무방하다. 마찬가지로 전략에 관심은 있지만 실무적인 경험과 실제적인 사례를 자세히 알고 싶은 분들께 적극적으로 추천드린다. 




* 본 리뷰는 예문아카이브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출처 : 

1) https://unsplash.com/photos/26MJGnCM0Wc?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2) https://unsplash.com/photos/9KatMVAS-Yc?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3) https://unsplash.com/photos/o2305170alM?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4) https://unsplash.com/photos/alY6_OpdwRQ?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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