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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Sep 12. 2020

모든 이별은 힘든 일이다

서평 시리즈 #31 : <너와 헤어지고 나를 만났다> by 헤이후

평소와 다름없는 노랫말 속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 있다. 사랑하는 이와 이별한 순간이다.

사랑하는 이들은 어째서 이별해야 하는 걸까. 3월 어느 봄날, 만개한 꽃나무 숲을 걸어가듯 아름다웠던 순간은

둘이 간직한 추억 뒤편으로 사라지고 상실의 고통만 남게 된다.


사랑의 형태와 정도, 사랑을 이루었던 시기에 따라 이별의 아픔은 각기 다르게 다가오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별은 결코 적응이 되지 않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별 따위는 없이 영원히 사랑하며 함께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에도 인간의 삶과 사랑 속에 이별이란 슬픈 단어가 존재하는 것은 엄연히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것도 인생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배워가야 하는 것이기에 이별은 어쩌면 다음 다가올 사랑을 더욱 영글게 만드는 존재일 것이다.



<너와 헤어지고 나를 만났다>는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화이트어비스'의 상담 서비스 '헤이후'가 이별의 길고 아픈 터널을 지나는 수많은 이들을 보듬으며 얻어낸 생각들을 정리한 책이다.


세상에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개의 사랑이 있고 100개의 이별이 있을 것이다. 사랑의 형태는 저마다 다를 것이기에 사랑에도 이별에도 정답은 없다. 다만 사랑 또한 인간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관계 중 하나이고 모든 관계에는 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별 또한 필연적이다. 결혼이라는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하여도 그 또한 언젠가는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형태와 시기만 다를 뿐이다.


그렇기에 이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떠한 이별은 쉬이 마음을 털어낼 수 있는데 어떠한 이별은 어째서 오래도록 미련이 가득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별을 맞이한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의 감정이 어떠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너와 헤어지고 나를 만났다>의 저자들은 이별을 맞이한 사람들에게 이별을 마주할 기회와 용기를 준다. 그들을 자신들이 잃어버린 그 사랑의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감정을 느낀다. 이별의 이유를 생각하고 마침내 '이별한 자신'과 이별한다. 이별의 감정을 조금씩 떠나보내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 비슷한 과정을 느낄 수 있다. 독자들은 언젠가, 어쩌면 바로 어제가 되었을 수도 있는 사랑에 빠졌던 자신을 돌이켜보고 이별의 과정을 떠올린다. 그리곤 '자신'을 만나게 된다. 사랑이 떠나간 자리에서 쓸쓸히 남겨져 있던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 차라리 이유를 묻지 않기

이별 후에 홀로 남겨진 사람들도 그렇습니다. 처음엔 '아닐 거야...' 하며 현실을 부정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곧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기 시작합니다.

(중략)

그런데도 이유를 굳이 물으면 상대는 진실을 숨기려 황당하고 억지스러운 핑계를 댈 수밖에 없습니다. 상대방에게 이유를 물어볼수록 그 사람이 원인을 규정하고 관계의 선택권을 가진 힘과 정당성을 부여받게 될 뿐, 나는 점점 더 작아질 일뿐입니다.

(p.45~46)


■ 아직도 헤어지는 중, 미련

사랑했었다면 미련은 당연합니다. 기억들, 사진들, 물건들을 지우고 버려보지만,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여기저기 추억을 뒤져내기 마련이고... 미련의 이유는 대개 다음과 같은 것들일 것입니다.

1. 사랑한 자신에 대한 사랑

2. 복원하려는 마음

3. 아름답게만 보일 가능성

4. 익숙한 것에 대한 의존

5. 돌려받지 못한 마음

(p.63~68)


■ 이별 후에는 다시 보기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이별 후에 다시 보기는 꽤나 유용한 일입니다. 본방에서 놓친 중요한 장면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의식은 종종 믿는 대로 보기도 하고, 덜 중요한 것을 누락하곤 합니다. 여기저기 맥락 없이 흩어진 사건들을 하나의 맥락 안에서 연결하다 보면, 모호하고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자꾸 마주하다 보면 둔감해지기도 합니다.

(p.89)



미련에 대한 이야기가 유독 마음에 들어왔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열망일까, 놓쳐 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일까, 지독한 미련을 가지고 있기에 이별의 감정을 다룬 이 책이 좀 더 마음에 와닿았다.


사랑에는 역시나 정답이 없다. 각자가 걸어가는 길이 정답에 가까운 길일 것이다. 허나 어쩔 수 없이 마주하는 이별을 보다 현명하게 다루는 법은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별을 통해 놓치고 있던 자신을 비로소 발견하고 한 걸음 더 성숙한 사랑을 향해 성장하는 것. 아이러니이지만 그것이 바로 이별의 존재 이유 아닐까. 그 이유를 다시금 생각해볼 시간이 이별한 이에겐 필요하다.



* 본 리뷰는 홍익 출판 미디어 그룹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출처 : 

1) https://pixabay.com/ko/photos/%EB%B6%88%EB%B9%9B-%EB%B0%A4%ED%92%8D%EA%B2%BD-%EB%88%88%EB%AC%BC-%EC%A2%8C%EC%A0%88-788903/

2) https://unsplash.com/photos/34Tzc5f1qbA?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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