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누의 서재 Sep 12. 2020

눈으로 즐기는 클래식 음악사

서평 시리즈 #32 : <90일 밤의 클래식> by 김태용

음악은 예술 중에서 우리가 가장 가까운 존재일 것이다. 예술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 수없이 존재하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은 음악이지 않을까 싶다. 미술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있지만 음악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듯이 사람들은 하루의 많은 시간을 음악과 함께 하고 있다.


'명곡'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이 찾는다. 비틀즈, 퀸 등의 음악은 발매된 지 수십 년이 흘렀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도 스트리밍 서비스 안에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우리가 듣고 있는 명곡들은 과연 수백 년 뒤에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을까?


그 답은 클래식 음악을 통해 알 수 있을 듯하다. 18세기의 작곡가 모차르트의 고전은 200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으니까.


현대인에겐 어렵기만 한 음악, 클래식.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클래식 음악을 한 걸음 더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90일 밤의 클래식>의 저자 김태용 님이 3번의 탈고를 거쳐 책을 낸 까닭이다.


<90일 밤의 클래식>의 머리말에 저자는 다음과 같이 밝힌다.

첫째, 90곡 모두 특별한 이야기가 있을 것.

둘째, 난해한 음악 이론을 가급적 적용하지 않을 것.

셋째,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야 할 것.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고전의 명곡들이 '어? 이거 어디서 들어봤는데?' 정도로만 인식되는 것이 안타까웠던 저자는 클래식을 독자들의 품에 한껏 안겨주고 싶었다. 때문에 '전문가스러운' 표현들을 빼고 옛 시대의 음악 이야기에 사람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쉽고 가볍게 책을 꾸몄다.

'Op'이라는 표현을 가끔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Op'은 'Opus'의 줄임말로 라틴어로 작품을 뜻한다. 작품 번호를 붙일 때 사용되는 음악 용어인 것이다. 교향시, 서곡, 소나타, 아리아. 들어는 봤지만 알지는 못하는 단어들. 이처럼 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평소 궁금했던 음악적 배경지식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곁들이며 책은 친절하게 시작된다.


<90일 밤의 클래식>은 음악사를 중심으로 서술된 책이다. 덕분에 중세 유럽의 시대상과 음악에 얽힌 크고 작은 재미난 에피소드를 함께 얻어낼 수 있다. 역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큰 매력을 느끼는 포인트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학교에서 많은 클래식 작품들을 배운다. 다만 '음악' 수업이라는 특성에 맞게 음악 용어, 가창 방법, 곡의 특성 등을 중심으로 '외우고 암기하는' 공부를 했던 것 같다. 음악 또한 시대를 반영하는 예술 작품이다. 1960년대의 한국 문학 작품이 전후의 폐허가 된 우리나라의 시대적 배경을 담고 있듯이 고전 음악도 르네상스, 바로크, 낭만 등의 주요 사조로 대표되는 당시의 분위기가 스며들어 있다. 글이 쓰인 배경을 알고 있으면 글이 지니는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듯, 90개의 한 번쯤은 들어봤던 음악들의 비하인드를 공부하면서 학창 시절 그때의 공부와는 달리 고전의 깊은 향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책에 빠져들었던 이유이다.


■ 그가 차인 이유(베토벤, 엘리제를 위하여)

'엘리제를 위하여'는 부제이고, 원제는 <바가텔 25번 a단조, WoO59>입니다. '바가텔'은 프랑스어로 '하찮은', '사소한'이라는 뜻이며, 음악에서는 '가벼운 작품'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문학으로 비유하자면 일정한 형식이 없는 자유로운 수필과 같은 것이죠.

(p.116)


베토벤은 160cm 정도의 작은 체구, 거무튀튀한 피부, 감지 않아 냄새가 나는 머리카락의 소유자였다. '엘리제를 위하여'의 유력한 주인공이라고 추정되는 '테레제 말파티'에게 베토벤이 마흔 살 되던 해에 청혼을 한 베토벤. 그의 괴팍한 성격, 비호감의 외모와 더불어 귀족 여성이었던 말파티에게 크게 다가왔던 수학을 못하는 점은 단박에 거절당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 뛰노는 선율(슈베르트, 피아노 5중주 '송어')

슈베르트의 가곡 <송어, D550>은 음악 교과서에도 나오는 너무나 유명한 노래입니다. 한때는 제목이 <숭어>로 잘못 표기된 적이 있었죠. (중략) 가사는 독일의 낭만파 시인 크리스티안 슈바르트의 시를 사용했는데, 그의 시는 대부분 자유에의 동경을 노래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중략)

맑은 냇물에서 쏜살같이 헤엄치는 송어를 잡기 위해 낚시꾼이 분투해보지만 송어는 잡히지 않습니다. 낚시꾼은 꾀를 냅니다. 그것은 물을 탁하게 해 놀란 고기를 잡는 것이었죠. 낚시꾼이 물을 흐리자 벌써 고기가 낚여 몸부림치고 있었지요. 낚시꾼은 흥분한 채 송어를 바라봅니다.

(p.135~136)


반가운 음악들을 세밀히 살필 수 있었다. 가끔씩 흥얼 버리면 서도 곡의 이름도, 작곡가도 몰랐던 곡을 알 수 있었다. 매곡마다 QR코드를 통해 곡을 들을 수 있는 링크를 삽입해 주는 저자의 친절함 덕분에 곡과 함께 곡에 담긴 배경을 눈으로 읽어내려가는 눈과 귀의 환상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여전히 어렵기만 한 고전이지만 이제는 고전과의 사이에 높게 쌓여져 있던 벽이 조금은 허물어져 건너편이 보이는 모습이 되었다. <90일 밤의 클래식>을 통해 시작한 클래식 읽기가 몇 년 후에는 늘 귓가에 울려 퍼지는 그 음악들에 대한 시각을 달리 바꾸어 놓으리라 생각한다.


한편으론, 우리 시대의 명곡들은 후대에 이르러 어떤 기준으로 '고전'이 될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스트리밍이라는 음악 감상법이 생겼기에 많이 사랑받았던 곡은 자연스레 남아 그 옛날 음악 연구가라 할 수 있는 음악 칼럼니스트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명곡'이라는 이름표를 붙여줄까? 전에 없던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보다 다양한 분야의 글을 읽어야 하리라. 예상치 못한 생각으로 잠시 자신만의 머릿속 유희를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눈으로 읽는 클래식 음악 여행, <90일 밤의 클래식>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동양북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출처 : 

1)https://pixabay.com/users/stevepb





매거진의 이전글 모든 이별은 힘든 일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