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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Sep 09. 2020

잡학다식 잡학박사로 가는 개꿀잼 지름길

서평 시리즈 #29 : <알아두면 쓸데있는 新 잡학상식>





옛날에는 새 옷 사는 걸 참 좋아했습니다.

썩 봐줄 만한 체형이 아니라 무슨 옷을 걸쳐도 태가 안 나는데 겨울이면 멋 부린다고 색깔별로 코트를 사 모으고

여름이면 맨날 똑같은 흰색 티셔츠를 앞면의 로고만 바꿔서는 사서 입었어요. 그러고선 옷장을 열 때마다 이쁜 옷이 없다고 투정 부리고. 불과 1년쯤 전까지의 일인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예전으로 올라가면 전자기기 욕심이 조금 있었어요.

핸드폰을 최신 기종이 나올 때마다 바꿔야 하는 건 아닌데 가장 잘나가던 기종 중에 하나를 써야 했습니다.

중학생 때 L사에서 프O다폰이 나왔을 때 광고에 혹해서 없는 살림에 비싼 폰 사달라고 어머니랑 싸웠던 기억도 나네요.


마음을 비우려 하지만 욕심을 버리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요즘은 옷이고 스마트폰이고 물욕은 많이 사라졌는데 여전히 욕심나는 것이 있어요. 바로 지식입니다.

지적 욕망은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욕 또한 끝이 없지만 지적 호기심을 채워 나가는 재미에 한번 빠지니 반짝반짝 빛나는 물건을 방에 쌓는 재미보다 훨씬 무섭더군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것을 알기에 지나친 욕심을 부리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지만 세상 모든 일에 관심이 많은 저에게 <알아두면 쓸데있는 新 잡학상식> 시리즈는 그냥 지나치기 힘든 책이었습니다.


이번에 집어 든 책은 <알쓸신잡> 시리즈 중에서도 '편집부'편입니다. 무려 611가지의 짤막하지만 유익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스마트폰 등의 영향으로 1~3분 정도의 짧은 스낵 컬처 위주로 컨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이 큽니다. 덕분에 긴 글이나 영상에 대한 집중력이 현저히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알쓸신잡 : 편집부 편>은 글에 대한 원초적인 두려움이 있는 독자들마저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하나의 상식이 페이지의 절반가량만 차지할 정도로 압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편집부 편'이라 그런지 책의 편집이 깔끔하고 가독성 높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책을 읽는 속도가 느린 편인 저도 빠르게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611가지나 되는 상식 속에는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미 흔한 상식이 되어 스-윽 훑고 넘어가게 되는 이야기도 있는 반면, 평소에 전혀 모르던 분야라 해당 주제 전체를 꼼꼼히 메모하며 읽기도 했습니다.


<알쓸신잡 : 편집부 편>의 매력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읽는 순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 <알쓸신잡 : 편집부 편>의 주제는 아래와 같이 크게 8가지로 나뉩니다.

- 사회/생활, 신체/의학, 세계, 동물/식물/곤충, 예술/스포츠, 과학/수학, 음식, 역사

각 주제별로 연결되는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아니다 보니 읽다가 지루하면 다른 곳을 읽어도 되고

알고 있는 부분은 과감히 넘겨도 상관이 없습니다. 하나의 이야기 자체도 길지 않아서 눈으로 훑어도

'혹시나' 몰랐던 내용이 있나 금세 파악할 수도 있구요!


2. 제목에 충실하게 '얇지만 정말 넓게' 잡학다식한 박사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 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앎을 가지고 있는 것도 중요합니다. 제가 추구하는 바이기도 하구요.

허나 마찬가지로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어떤 주제의 대화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21세기 뉴노멀 시대는, 알고 있는 것들을 융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것이 강조되는 시대입니다. 스펙트럼으로 나타냈을 때 왼쪽의 극단과 오른쪽의 극단에 해당하는

사실들을 알고 있다면 결합할 수 있는 경우의 수도, 융합했을 때의 혁신성도 더 증가하지 않을까요?


600가지가 넘는 이야기들 중에 10개를, 아니 100개를 추려서 소개한다 한들 다른 책의 일부를 소개하는 것에 비해 그 효과가 떨어지리라 생각이 됩니다. 그럼에도 독자분들의 흥미를 돋우고 책의 문체, 스타일 등을 파악하실 수 있도록 몇 가지만 소개를 드립니다. 또한 긴 본문을 적는 것보다 사진으로 넣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하여 사진 첨부 후 간략한 내용만 적도록 하겠습니다.


■ 164 : 새끼손가락을 구부리면 넷째 손가락도 함께 구부러지는 이유

이것은 뇌의 명령을 전달하는 신경 작용의 영향 때문이다. 새끼손가락과 넷째 손가락에 명령을 전달하는 신경은 같은 방향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두 개의 신경을 따로 움직임 수 없다. (중략) 단 피아니스트처럼 훈련에 따라서는 각각의 손가락을 따로 움직일 수 있다고 한다.

(p.131)

■ 소의 침은 하루에 100L

인간은 하루에 1L 정도밖에 침을 분비하지 않지만 소는 하루에 약 100L의 침을 분비한다. 소가 침을 많이 흘리는 이유는 반추동물이기 때문이며, 또 수분이 적으면 풀을 잘 넘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략) 물도 그리 많이 마시지 않으면서 소가 어떻게 많은 양의 침을 만들 수 있을까? 사실 소는 침을 재활용한다. 

(p.208)

■ 골프 스토어는 왜 '새'를 의미하는 단어를 사용할까?

그때까지는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롱홀의 파(표준 타수)가 깨졌을 때, 골퍼가 친 공이 흡사 작은 새가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다고 해서 파보다 1타 적은 스코어를 영어의 아동어에서 작은 새를 의미하는 '버디'라고 부르게 됐다.

(p.284)

■ 오징어 먹물과 문어 먹물

오징어 먹물과 문어 먹물의 주성분은 단백질로 만들어진 멜라닌의 일종으로 큰 차이는 없다. 그런데 왜 오징어 먹물 스파게티는 있는데 문어 먹물 스파게티는 없을까?

이유는 문어 먹물이 맛이 없기 때문이다. 오징어 먹물에는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 있어 맛이 있는데 반해 문어 먹물에는 소량밖에 들어 있지 않다.

(p.396)


이처럼 때로는 허탈하리만큼 간단한 이야기이지만 머릿속에 지식샘이 있다면 지식샘을 잔뜩 자극하는 재미난 사실들로 구성되어 있는 책입니다. 611가지의 상식을 모두 알고 있다면 상식이 풍부했던 사람이 되는 것이기에 좋고, 몰랐던 사실이 있었다면 새로 채워갈 마음의 공간이 있기에 좋고, 조금 몰라도 살아가는 데에 문제는 없다고 가볍게 넘기기에 좋은, '책'이라는 한편으로는 그 존재가 주는 부담스러움이 없는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짤막하지만 유쾌한 611가지의 상식으로 마음을 보다 풍성하게 채워나가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알아두면 쓸데있는 新 잡학사전 : 편집부편>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온스토리 출판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출처 :

1) https://unsplash.com/photos/YpZ2cj4s0oo?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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