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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Sep 26. 2020

연쇄살인마의 마음속을 꿰뚫고 현대 사회를 바라보다

서평 시리즈 #47 : <범죄 심리의 재구성> by 고준채

미국의 범죄 수사 드라마 CSI. 마지막으로 본 에피소드가 무엇인지, 그게 언제쯤이었는지, 지금도 여전히 시리즈가 나오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CSI 만큼 재미난 미드가 없었다. 그리섬 반장이 나오는 시리즈를 가장 좋아했는데 기상천외한 범죄 기법을 재구성한 것도 흥미로웠지만 해결 과정 속의 그 '과학'적인 원리가 특히나 매력적인 것 같다.

사람들은 이와 같이 범죄와 관련된 이야기에 매료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느와르물이나 '오션스 시리즈' 등의 실제로는 그저 심각한 범법 행위일 뿐인 사건들을 영화 속에서 만나면 그 비하인드가 참으로 흥미롭게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 범죄 현장은 참혹하다. 고도로 정교하게 연출된 픽션이 아니라 현실 세계의 범죄가 되는 경우, 사람들은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내려앉고 정신적인 충격을 받게 된다. 


<범죄 심리의 재구성>은 수많은 범죄 중에서도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강력 범죄의 현장을 다룬다.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프로파일러가 그 참혹한 현장 뒤에 놓인 범인의 심리를 분석한 책이다. 덕분에 마냥 흥미롭게만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게 된 희생자가 발생한 참담한 사건이고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른 범인을 계속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차 비정상적인 강력 범죄들이 늘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현대의 사회를 살아가며, 우리 사회는 왜 이토록 괴물 같은 사회가 되었는지 앞으로 어떠한 방향성을 잡고 보다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괴물들의 심연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범죄는 인류의 시작과 함께 존재했던 것 같다. 저자는 성경의 카인과 아벨 이야기를 통해 '살인'의 역사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전쟁과 같은 거대한 살육이 아니더라도 인간의 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케이스는 수도 없이 많다. '잭 더 리퍼'라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을 것이고 '에드워드 게인'과 같이 수많은 영화의 모티브가 된 인물도 있다. 우리나라 또한 우리나라 최초의 연쇄살인마로 알려진 '이관규'를 시작으로, 2000년대 초중반 유영철 등이 있었고 얼마 전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진범 '이춘재'와 같이 끔찍한 괴물들이 많았다. 

이들은 무엇 때문에 사람으로서 같은 사람을 무참히 살해했을까? <범죄 심리의 재구성>은 이들과 같은 강력 범죄자들의 심리를 파헤치기 위한 노력을 다룬다. 범죄를 단순히 법률 상으로 처벌을 받는 위법 행위로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범죄의 원인, 결과, 예방 방법, 피해자의 관점 등을 다루는 '범죄학'을 탄생시켰고 나아가 '범죄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새로이 등장한 까닭을 이야기한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마침내 '프로파일러'가 등장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프로파일러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범행 과정을 과학적으로 재구성하고 이를 통해 용의자의 특징과 범행 동기 등을 분석하는 범죄심리 전문가.' 프로파일러들은 범죄자의 마음속 심연을 들여다보는 존재들이다.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일이기에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지만, 프로파일러들은 깊은 공부와 과학적인 기법을 통해 강력 범죄자들의 마음속을 꿰뚫는다.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이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단 15분의 연기로 앤서니 홉킨스에게 아카데미를 안겨준 영화 '양들의 침묵' 덕분이었다. 극중 '스털링'으로 나온 조디 포스터가 바로 FBI의 프로파일러였다.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용의자의 심리를 이용해 추리하려는 시도 속에서 그녀와 한니발 렉터의 치밀한 두뇌 싸움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영화라는 소재가 흔히 그렇듯, 현실의 프로파일러들이 실제로 모든 사건을 만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쇄살인사건의 프로파일러인 저자는 실제로 프로파일러와 프로파일링을 다룬 몇몇의 작품 이후로 극 중에서 프로파일러의 활약은 비이성적으로 신격화되었다고 안타까워한다. 물론 그래야만 극적인 연출을 할 수 있겠지만 실제의 프로파일러들은 '범죄'를 다루고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이기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며 무엇보다 '신'이 아니다. 때로는 빠져서는 안되는 확증편향에 빠지기도 하고 지극히 인간적인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범죄 심리의 재구성>은 단순히 프로파일러의 입장에서 범죄를 해결하는 과정만을 다룬 책이 아니다. 꽤나 흥미로운, 그리고 어쩌면 반드시 논쟁해야 할 범죄를 둘러싼 다양한 시각에 대해 다루고 있기도 하다. 

'목격자'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관점과 해석에 따라 다르겠지만, 목격자의 진술은 절반이 틀린 경우일 수도 있다고 한다. 추후의 조사를 통해 무죄로 드러난 사건의 경우 목격자의 진술이 잘못되었던 경우가 90%로 드러나기도 한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는 목격자의 증언. 과연 우리는 목격자를 믿을 수 있을까? 목격자는 어떤 심리로 그가 내뱉은 증언을 하게 된 것일까? 목격자를 언제 믿을 수 있을까? 이와 같이 논쟁적인 주제를 생각해봄으로써 우리는 범죄와 관련된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색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다. 

또한 범죄의 가장 중요한, 그리고 참담한 관련자인 피해자의 심리 또한 함께 분석하고 있다. 해당 챕터를 보고 무언가 큰 충격을 받았다. 가끔 인터넷 글을 통해 범죄 사건을 읽을 때에도 나의 경우 사건 자체와 배경, 그리고 범인의 관점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억울하게 세상을 떠나거나 혹은 큰 피해와 충격을 입고 남은 생을 살아갈 피해자의 관점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어쩌면 당연히 했어야 할 생각을 저자의 관점을 통해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또 부끄러웠다. 여기에 더해 범죄 심리학이라는 분야에서 석사 이상의 학위를 지니는 등 고도의 전문성을 지니고 있는 프로파일러가 전하는 '심리적' 관점으로 피해자를 분석할 수 있었던 부분이 전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주기도 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접하는 '범죄'라는 특정 사건과 행위는 많은 부분이 편집된 측면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을 통해 극적인 연출이 가미된 경우가 많고 실제의 사건을 여과 없이 다룬 글의 경우도 많은 부분이 빠져 있다. 그렇기에 범죄, 특히나 강력 범죄에 대해 형성된 우리의 생각 또한 편집된 측면이 있을 것이다. 

<범죄 심리의 재구성>은 그러한 우리의 생각에 충격을 준다. 무엇이 올바른 생각인지는 가치 판단의 영역일 수 있겠으나 단편적으로 정보가 제공되는 것은 결코 올바른 것은 아닐 것이다. 때로는 사건 속에 감춰진 진실들이 참혹할 수 있어도 분명 필요한 필요한 것들이 생각된다. 최소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은 분명하니 말이다. 

쉬이 마주했던 사건들이, 사실은 쉬운 마음으로는 마주하지 않았어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대 사회가 걷고 있는 폭력성과 비이성적인 행태는 마음의 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었기에 감사했다. 읽지 않았다면 편향된 결론을 내렸을 앞으로의 방향성, 방향성에 대한 보다 폭넓은 생각을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강력 범죄 현장을 통해 들여다보는 현대 사회의 진실과 나아가야 할 방향, <범죄 심리의 재구성>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다른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출처 : 

1) https://unsplash.com/photos/V1y6si3fOho?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2) https://unsplash.com/photos/bY5OUwKx3XU?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3) https://unsplash.com/photos/pKeF6Tt3c08?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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