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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화영 Feb 07. 2021

남자친구와 9년을 만나고 깨달은 것

결혼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는 순간들

연인에게 이렇게 사소해도 되나 싶은 것이 좋았던 적이 있는가? 혹은 싫었던 적이 있는가? 너무 사소한 나머지 이런 일에 행복해서 미칠 것 같거나 머리끝까지 화가 난다는 게 황당할 정도인 상황들. 나도 그랬듯 누구나 한 번 이상은 겪어 봤을 것이다.


연애 초기에는 낙엽 굴러가는 것만 봐도 웃을 일이 넘친다. 그 시기에는 상대방의 작은 반응에도 감정이 요동친다.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은 점차 안정기에 접어든다. 좋게 말하면 안정기, 나쁘게 말하면 모든 일들이 당연해지는 순간.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게 된다는, 안정적이면서도 사이를 갈라놓기 쉬운, 위험하고도 모순된 시기 말이다.


나와 남자친구는 9년 동안 수많은 안정기를 거치며 위험을 견뎌 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결혼을 약속한 사이가 되었다.


내가 남자친구와 결혼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들은 오백 번도 넘겠지만, 그중 책 <결혼학개론>에서 알게 된 내용과 내 결심이 일치하는 순간들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별것 아닌 일에 자주 싸우거나 혹은 지금보다 더 끈끈한 사이가 되고 싶은 커플이 있다면, 나의 사소한 9년 연애 이야기를 참고해 부디 도움이 되면 좋겠다.


벨린다 루스콤, <결혼학개론>


1. 싸움은 빨리 치고 빠진다


오래 사귀는 커플들이 자주 듣는 질문 중의 하나로 "너희는 안 싸워?"가 있다. 정확한 질문은 "너희는 잘 안 싸우지?"일 것이다. 자주 싸우지 않는 것은 맞지만, 한 번 싸울 땐 둘 다 진짜 열심히 싸운다.


흔히 장수커플을 잘 안 싸우는 커플로 치환하곤 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장수커플은 '잘' 싸우는 커플이다. '잘'은 빠르게 치고 빠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싸움은 길면 안 된다. 최대한 짧게 싸워야 감정 소모가 덜하다. 그래야 싸움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도 최소화할 수 있다.


남자친구와 나 역시 안 싸우는 게 가장 좋은 거라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크고 작은 서운함은 후폭풍이 되어 큰 싸움으로 번졌다. 그때그때 잘 싸우고 풀어야 꽁한 마음을 두고두고 가져가지 않을 수 있다는 걸 한참 후에야 알게 됐다.


<결혼학개론>에서 저자는 부부싸움을 쓰레기 버리는 일로 예를 든다. 어떤 사람은 쓰레기를 조금씩 매일 내다 버리는데, 또 어떤 사람은 대형 쓰레기봉투가 꽉 찰 때까지 기다린다. 이처럼 싸울 일은 도처에 널렸다. 결국 우리는 어떠한 일로 싸움이 생길 때 서로가 뭘 원하는지를 간단명료하게, 그러면서도 상처가 되지 않게 이성적으로 말해야 한다. 저자는 가장 중요한 것이 '간결함'이라고 말한다. 감정과 관련된 문제를 다룰 때 말이 길어질수록 상대가 더 빨리 귀를 닫는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싸울 때 이성적이어야 한다는 말은 모순이다. 연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싸움은 대개 감정이 상하는 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성적으로 대하는 게 너무 어렵다면 이 점만 알아두기 바란다. 심리학자이자 치료사인 스탠 탯킨이 말한 '사람들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는 이유 세 가지' 말이다.

첫째, 인간은 원래 표현력이 좋지 못하다는 점. 둘째, 인간의 인식은 완벽하지 않다는 점. 셋째, 인간은 기억력이 좋지 않다는 점. 이 세 가지만 인지하고 있어도 울화통 터지는 일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2. 함께할 일, 각자 할 일을 분리한다


연인관계와 부부관계가 다른 점은 접점이 몇십 배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결혼을 하고 나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고, 그의 고민이 곧 내 고민이 되고, 배우자의 가족과 친인척을 포함한 모든 인간관계가 나의 인간관계로 이어진다. 두 사람의 세계관이 하나의 세계관으로 엮이고, 확장되면서 엄청난 정보가 순식간에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 그 수많은 접점을 하나하나 맞춰가는데 단 한 번의 스파크도 튀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대화로 풀어가는 게 가장 현명한 대처법임을 우리는 안다. 이 방법으로도 때로는 원만히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그래서 접점을 합의점으로 도출하는 방법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다른 중요한 일들이 아무리 많더라도 자신 만의 티타임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벨린다 루스콤, <결혼학개론>


저자 벨린다 루스콤은 결혼 후에도 자신 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사이에 이 말을 대입해 보면, 접점의 합의점은 '함께할 일과 따로 할 일을 분리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나는 연극, 콘서트, 영화 관람 등 문화생활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남자친구는 영화 관람 외에는 별 흥미가 없다. 연애 초기에 그는 내 고집을 이기지 못하고 연극을 보러 가 주었는데, 그날 이후 내게 확실하게 말해 주었다. "콘서트나 연극은 친구들이랑 봐." 남자친구가 연극을 함께 보러 가지 않고 이 말을 했다면 몹시 서운했겠지만 그는 연극 관람을 함께한 후에 그렇게 말했다. 나는 곧바로 수긍했다.


이후 나는 남자친구와 연극, 콘서트를 함께 가지 않았다. 남자친구는 흥미 없는 문화생활을 하며 괴로워할 일이 없었고, 나는 남자친구가 지루하진 않은지, 자리가 불편하진 않은지 이런저런 걱정 때문에 문화생활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았다. 그 합의점은 서로에게 매우 좋았다.



3.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훌륭한 사업 파트너는 모든 일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서로 협력하고, 신뢰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결혼생활이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 다른 요소가 필요하다. 바로 서로의 약점을 인정하는 것. 그렇지 않고서는 부부 사이에 진정한 친밀감을 나누기 힘들다.

벨린다 루스콤, <결혼학개론>


남자친구와 나는 시행착오 끝에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다. '오빠가 이렇게 변했으면 좋겠어.'라고 강요하지 않는 것처럼 남자친구도 내게 자신의 틀에 맞추길 기대하지 않는다. 나를 위한 게 아닌 우리를 위한 길은 서로를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이다.


벨린다 루스콤은 부부간에 팀 정신이 있으면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해내기가 훨씬 쉽다고 말한다. 즉 우리에게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파트너십은 희생이 따르기도 한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려는 노력이 없다면 팀워크는 깨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남편이나 아내를 위해, 혹은 나 자신을 위해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언가를 위해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누군가를 향한 설레는 느낌이나 그 사람에 대한 열정적인 애정 표현보다는, 물론 그런 것도 좋기는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한 사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지는 마음, 그 사람의 삶을 조금 더 좋게, 조금 더 신나게, 조금 덜 힘들게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의도적인 결심이다.

벨린다 루스콤, <결혼학개론>


사랑은 의도적인 결심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내가 남자친구를 9년 동안 만나며 깨달은 점은,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연인 사이이든 부부 사이이든 늘 관심을 기울이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남자친구와 결혼해야겠다고 여러 번 결심했다. 다방면에서 그는 늘 나를 위해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노력하는 사람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저자 벨린다 루스콤의 말처럼 우리는 어느 시점에 이르면 이유 없이 상대방의 거의 모든 점에 화가 날 것이다. 매력적이라고 느꼈던 남자친구의 장점이 지긋지긋해질 때가 언젠가는 올 것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싸우겠지만,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를 위한 노력을 9년 간 잘해 왔다. 물론 평생의 반려자로 본다면 지금껏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몇 배는 더 많다. 하지만 앞서 걱정하고 싶지 않다. 서로를 속속들이 알아가며 얻는 기쁨이 그 반대인 마음보다 훨씬 더 클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나와 남자친구는 그 기쁨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 싶다.


함께 산다는 건 가장 나답게 보내는 공간에 누군가를 초대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또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눈뜨고, 함께 눈감고 싶다는 순수하고 고귀한 마음이다. 그런 마음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며, 마지막으로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지 명쾌하게 알려준 유희열의 이야기로 마무리하겠다.



상대방과 같이 있을 때
가장 나다워지는 사람과 결혼하세요.
괜히 꾸미거나 가식적이지 않은
그냥 편안한 그대로의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나야 해요.
연극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니까요.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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