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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화영 Jan 30. 2021

내가 이렇게 생겨먹은 2가지 이유

생각보다 더 강력한 유전자의 힘



왜 나는 이렇게 생겨먹었을까?


살면서 한 번 이상 곱씹어 본 질문이다. 왜 나는 이렇게 생겨먹었나. 특히 큰 실수를 할 때 또는 내가 너무 싫을 때면, 머리를 벅벅 긁는 행동을 동반하며 스스로를 몹시도 괴롭힌다.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일은 고통스럽다. 누구나 이면에는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내 모습이 있지 않은가. 심지어 나조차도 모르고만 싶은 나의 모습들을 발견할 때면 속으로 이렇게 외친다.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난 걸까?'  



왜 난 이모양인가?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이라는 책은 내가 왜 이렇게 태어났는지, 그리고 '진짜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마주하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해야 하며, 어떻게 인정해야 하는지 방법도 제시해 주었다.


이 책이 나에게 준 큰 울림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라는 것,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대신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라는 것이다. 첫 울림은 나의 내면을 돌아보는 것에 초점을 두었고, 두 번째 울림은 타인을 보는 시선에 초점을 둔 메시지였다. 이 두 가지 울림에 대해서 책 내용에 개인적 의견을 더해 이야기를 풀어 보려고 한다.  



빌 설리번,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주옥같은 소제목1
주옥같은 소제목2


통제 불가능함을 인정할 것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빌 설리번,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이 책이 가장 말하고자 하는 핵심 중 하나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놀라울 만치 모르는 것들도 있다. 왜 내가 채식보다 육식을 선호하고, 특정 영역에 다른 사람들보다 쉽게 중독되는지, 왜 감정 기복이 심한지, 왜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똑똑하지 않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답을 찾았는가? 혹시 자제력이 없다며 그동안 자책해 왔는가?


자제력이 부족하다며 탓하고 있을 게 아니었다. 너무 슬픈 결론이기 때문에 그동안 인정하고 살지 않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이미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생겨먹은 이유는 '유전자'에 있었다.




1. 유전자 


사실 초반부를 읽을 때에는 가슴이 따끔거렸다.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자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입증하는 연구 결과들이 줄 지어 나왔기 때문이다. 팩트 폭력에 뼈가 욱신거렸다.


저자는 인간이 유전자를 위해 만들어진 정교한 생존 기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수만 년에 걸쳐 진화하면서 얻어진 현 인간의 모습을 똑바로 직시하라는 말은 이성적이다 못해 시리다. 인간의 위대함과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건방지게 까불었던(?) 내가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원래 진실은 고통스러운 법이다.


우리가 엄마 배 속에서 수정될 때 물려받은 유전자는 포커판에서 손에 쥔 카드 패와 비슷하다. 결국 자기 손에 쥔 카드를 가지고 최선의 게임을 펼쳐 보이는 수밖에 없다.

빌 설리번,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2. 미생물 


유전자 파워만큼이나 미생물의 파워도 유전자에 못지않게 강력하다. 미생물은 우리의 행동을 빚어내는 데 기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 위장관 속에 살고 있는 수조 마리의 미생물들이 음식에 대한 갈망, 기분, 성격, 그리고 그 외 많은 것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새로운 연구를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우리는 살면서 계속 미생물을 얻는다. 음식, 물, 공기, 문손잡이 등을 통해 획득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나 동물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획득하기도 한다. 전 세계 사람들은 식생활, 지리, 위생 기준, 질병, 나이 등에 따라 장 속에 서로 다른 유형의 세균을 갖고 있다. 미생물총은 처음에는 엄마의 도움으로 모아지지만, 자라면서 내가 어떤 환경에 노출되면 미생물총을 얻고 때론 흘리기도 하면서, 장내 세균으로 작용해 유전적 변이를 일으킨다. 


우리 몸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은 식욕에서 상처 치유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는데, 위장관 세균들은 우리 몸에 유용한 비타민이나 다른 화합물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신경전달물질의 주요 원천이기도 하다. 신경전달물질은 뇌에 작용하는 생화학물질이다. 이 덕분에 기분, 성격, 기질도 조절할 수가 있는 것이다.




타인이 나와 다를 수 있음 인정하고 이해할 것


인간은 복잡한 요인과 인과관계로 얽혀 있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게 어려운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진짜 나를 알기 위해서는 남도 잘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모두 사회적 동물로 태어났기에 홀로 호의호식하며 유유자적할 수 없다.  


사람들을 비난하는 대신, 그들을 이해하려 해 보자.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를 파악하려고 노력해보자. 그것이 비난보다 훨씬 유익하고 흥미롭다. 그리고 그것이 공감, 관용, 친절을 낳는다.

데일 카네기,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여러 세대에 걸쳐 DNA에 흉터를 남기면서 부정적인 행동을 야기한다는 연구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있음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누구도 탓할 수 없다. 그렇게 태어난 이상,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는 더 나은 대화로 넘어갈 수 없는 것이다.


사람마다 다른 구석이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유전적 요인을 고려해 고민해 본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을 읽으면서 타인을 이해하는 노력이 이기적 이타주의자에 가까워지는 한 걸음이 된 것 같다. 앞으로는 어떻게 더 나은 대화를 할 것인지, 어떻게 공감능력을 키울 것인지 행동에 옮기는 게 우선이 되어야겠다. 




자책하지 않는 내가 될 것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은 평소에 가졌던 여러 가지 궁금증들을 속시원히 알려준 맞춤형 지식in이었다. 같은 고통을 받아도 사람은 다 똑같이 고통스러울까? 사실은 모두 조금씩 다르게 느끼고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자주 했던 나는 행운처럼 이 책에서 답을 얻었다.


그리고 넓게는 삶의 방향성도 굳게 다질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재능보다 노력'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가치관을 '재능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수정하도록 했다. 신념은 고치거나 바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몸소 느끼게 될 것이다. 


나는 몽상가다. 몽상가란 실현성이 없는 헛된 생각을 즐겨하는 사람을 말한다. 즉 현실과는 동떨어진 생각을 많이 한다는 뜻이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 힘들었다. 현실은 냉정하다. 살다 보면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이 더 많이 생기지 않는가. 아름답고 멋진 것만 생각하면 현실이 마법처럼 해결될 거라고 착각했다.  


나는 몽상가로 사는 내 모습을 자책하지 않기로 했다. 노력한다고 해서 180도 다른 사람으로 변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을 읽고 난 후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유전에 의해 이렇게 태어났고, 이제 이게 내 모습임을 충분히 인정하자. 


잠이 많고 게으른 나도 나이고,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나도 나이다. 집에 틀어박혀 우울감에 빠진 나도 나이고, 회사나 친구들 사이에서 잘 어울리고 중재 역할을 하는 나도 나이다. 이 모든 내가 모여 사랑해 마지않는 애틋한 내가 되었음을 인정하자. 그리고 좀 더 나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돌아보고 면밀히 관찰하자. 그게 진짜 나를 나답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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