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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화영 Apr 22. 2021

빡치고 우울할 때 먹는 걸로 푸는 사람 특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면 큰일나는 이유

저기압일 때 고기 앞으로 가라는 말을 인생 명언으로 삼았다. 그리고 기분이 안 좋거나 뭔가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즉시 도움을 주는 것은 대부분 음식이었다. 외식을 하거나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 칼로리 폭탄인 음식을 주로 택했고, 맛있으면 만족했다. 패스트푸드와 기름진 음식, 육류 위주의 식단. 내 식습관은 속도제한 없는 도로를 달리듯 했다. 어떤 조절도 없었고 그저 본능에 충실하게 먹었다.



최근 감정 기복이 심해진 걸 느끼면서 난생처음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 같은 상황에서 안 낼 화를 내고, 툭하면 눈물이 났고 기분이 훅 꺼지는 나날이 계속되기에 무서웠다. 담당 선생님은 내게 언제부터 감정 기복이 심한 걸 느꼈고, 얼마나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되었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이 하루 생활 패턴이었다.


나는 두 번째 질문에 답변하면서 객관적으로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아, 내가 이렇게 불규칙적으로 살았구나. 잠도 제때 안 자고, 먹는 것도 제때 안 먹고, 그럼 이렇게 위기감을 느끼고 정신건강을 돌봐야겠다는 지경에까지 오는구나.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니 나는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나마 챙겨 먹는다는 게 인스턴트가 대부분이었고, 내가 주로 먹던 음식들에는 몸에 해롭다는 것만 가득했다.


이번에 읽게 된 책 <건강 불균형 바로잡기>에서 저자 닐 바너드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연구에 의하면 우울증이나 불안감처럼 더 심각한 정서 문제에도 식이요법이 꽤 잘 듣는다'. 어떤 환자는 식이요법 실천 전과 후를 낮과 밤에 비유할 정도로 식습관 개선은 감정조절에 탁월하다는 것이다.


닐 바너드, <건강 불균형 바로잡기>


1. 음식은 사람의 기분을 좌우한다


스페인에서 실시된 연구에 따르면 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 사람은 고기를 매우 즐기는 사람보다 우울증에 덜 걸린다고 한다. 연구진은 무려 8년에 걸쳐 참가자들을 추적 관찰했는데, 결론은 채식 위주 식단에 우울증의 위험성을 26%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무엇을 먹느냐가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미친다.


우울증을 이기는 음식에는 무엇이 있을까?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전역에서 실시된 국민건강영양실태조사 연구에서는 미국인의 식습관과 건강 상태를 심층 분석했다. 이 연구로 섬유소를 많이 섭취할수록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는 결론을 얻었다.


섬유소에는 혈당을 안정화시키는 능력이 있다. 또한 섬유소가 위장 안에서 발효되면 그 과정에서 짧은사슬지방산이 나오는데, 이 분자들이 뇌를 좋은 쪽으로 자극한다고 한다.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으로는 콩, 과채류, 곡물이다. 



2. 뇌보다 위장에서 더 많이 만들어지는 세로토닌


<건강 불균형 바로잡기>에서 일반인인 '킴'은 상담치료를 오랫동안 받았다. 하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19년 간 안 먹어 본 우울증 약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한 정신약리학자의 강연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뇌보다 위장에서 더 많은 세로토닌이 만들어진다.'


세로토닌은 위장관 운동, 기분, 식욕, 수면과 기억력에 영향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이다. 킴은 어릴 때부터 만성 변비에 시달렸던 게 뇌에까지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 그녀는 즐겨 먹던 치즈, 햄버거, 매쉬드 포테이토 대신 유산균 영양제를 챙겨 먹고 채소, 과일 섭취량을 늘렸다. 또 동물성 식품을 멀리했다. 3년 뒤 김은 채식주의자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녀는 오랜 세월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하게 했던 우울증 증세가 완전히 사라졌다.



3. 감정 점검 리스트에 식욕이 꼭 들어가는 이유


식욕이 너무 왕성하거나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을 때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건강 때문만이 아니다. 나처럼 아무 일도 없는데 기분이 축 처지거나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오는 순간들을 겪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마음에 질병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신적으로 힘들면 곧 몸에도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나약하다고 다그치지 말고, 점검을 꼭 해보기 바란다. 감정 기복이 있거나 평소보다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울 때에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보자. 내가 요즘 즐겨 먹는 음식은 무엇인가? 규칙적으로, 그리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할 때 균형 있는 감정 조절도 가능하다. 부디 자신에게 그렇게 조언하면 좋을 것 같다. 




<건강 불균형 바로잡기>는 ~로 고통받던 사람들이 식이요법으로 눈에 띄게 좋아졌거나 완치된 사례가 다양하게 실려 있다. 자신과 비슷한 패턴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식단을 바꿔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알면 그 사람을 따라 하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나처럼 불규칙한 식사를 하고, 오직 맛으로만 승부를 보거나 배를 채우는 데에만 충실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이 도움될 거라고 확신한다.


계속 기분이 너무 별로여서 하루하루 간신히 버티고 있다면, 우울증이나 불안감이 엄습해 안절부절못하고 있다면, 요즘 내가 끼니로 뭘 먹는지를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본 콘텐츠는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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