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면 큰일나는 이유
저기압일 때 고기 앞으로 가라는 말을 인생 명언으로 삼았다. 그리고 기분이 안 좋거나 뭔가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즉시 도움을 주는 것은 대부분 음식이었다. 외식을 하거나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 칼로리 폭탄인 음식을 주로 택했고, 맛있으면 만족했다. 패스트푸드와 기름진 음식, 육류 위주의 식단. 내 식습관은 속도제한 없는 도로를 달리듯 했다. 어떤 조절도 없었고 그저 본능에 충실하게 먹었다.
최근 감정 기복이 심해진 걸 느끼면서 난생처음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 같은 상황에서 안 낼 화를 내고, 툭하면 눈물이 났고 기분이 훅 꺼지는 나날이 계속되기에 무서웠다. 담당 선생님은 내게 언제부터 감정 기복이 심한 걸 느꼈고, 얼마나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되었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이 하루 생활 패턴이었다.
나는 두 번째 질문에 답변하면서 객관적으로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아, 내가 이렇게 불규칙적으로 살았구나. 잠도 제때 안 자고, 먹는 것도 제때 안 먹고, 그럼 이렇게 위기감을 느끼고 정신건강을 돌봐야겠다는 지경에까지 오는구나.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니 나는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나마 챙겨 먹는다는 게 인스턴트가 대부분이었고, 내가 주로 먹던 음식들에는 몸에 해롭다는 것만 가득했다.
이번에 읽게 된 책 <건강 불균형 바로잡기>에서 저자 닐 바너드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연구에 의하면 우울증이나 불안감처럼 더 심각한 정서 문제에도 식이요법이 꽤 잘 듣는다'. 어떤 환자는 식이요법 실천 전과 후를 낮과 밤에 비유할 정도로 식습관 개선은 감정조절에 탁월하다는 것이다.
스페인에서 실시된 연구에 따르면 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 사람은 고기를 매우 즐기는 사람보다 우울증에 덜 걸린다고 한다. 연구진은 무려 8년에 걸쳐 참가자들을 추적 관찰했는데, 결론은 채식 위주 식단에 우울증의 위험성을 26%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무엇을 먹느냐가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미친다.
우울증을 이기는 음식에는 무엇이 있을까?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전역에서 실시된 국민건강영양실태조사 연구에서는 미국인의 식습관과 건강 상태를 심층 분석했다. 이 연구로 섬유소를 많이 섭취할수록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는 결론을 얻었다.
섬유소에는 혈당을 안정화시키는 능력이 있다. 또한 섬유소가 위장 안에서 발효되면 그 과정에서 짧은사슬지방산이 나오는데, 이 분자들이 뇌를 좋은 쪽으로 자극한다고 한다.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으로는 콩, 과채류, 곡물이다.
<건강 불균형 바로잡기>에서 일반인인 '킴'은 상담치료를 오랫동안 받았다. 하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19년 간 안 먹어 본 우울증 약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한 정신약리학자의 강연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뇌보다 위장에서 더 많은 세로토닌이 만들어진다.'
세로토닌은 위장관 운동, 기분, 식욕, 수면과 기억력에 영향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이다. 킴은 어릴 때부터 만성 변비에 시달렸던 게 뇌에까지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 그녀는 즐겨 먹던 치즈, 햄버거, 매쉬드 포테이토 대신 유산균 영양제를 챙겨 먹고 채소, 과일 섭취량을 늘렸다. 또 동물성 식품을 멀리했다. 3년 뒤 김은 채식주의자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녀는 오랜 세월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하게 했던 우울증 증세가 완전히 사라졌다.
식욕이 너무 왕성하거나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을 때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건강 때문만이 아니다. 나처럼 아무 일도 없는데 기분이 축 처지거나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오는 순간들을 겪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마음에 질병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신적으로 힘들면 곧 몸에도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나약하다고 다그치지 말고, 점검을 꼭 해보기 바란다. 감정 기복이 있거나 평소보다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울 때에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보자. 내가 요즘 즐겨 먹는 음식은 무엇인가? 규칙적으로, 그리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할 때 균형 있는 감정 조절도 가능하다. 부디 자신에게 그렇게 조언하면 좋을 것 같다.
<건강 불균형 바로잡기>는 ~로 고통받던 사람들이 식이요법으로 눈에 띄게 좋아졌거나 완치된 사례가 다양하게 실려 있다. 자신과 비슷한 패턴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식단을 바꿔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알면 그 사람을 따라 하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나처럼 불규칙한 식사를 하고, 오직 맛으로만 승부를 보거나 배를 채우는 데에만 충실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이 도움될 거라고 확신한다.
계속 기분이 너무 별로여서 하루하루 간신히 버티고 있다면, 우울증이나 불안감이 엄습해 안절부절못하고 있다면, 요즘 내가 끼니로 뭘 먹는지를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본 콘텐츠는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