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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화영 Aug 29. 2021

정답이 없는 세상,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방법

지식보다는 지혜가 필요할 때

  마스크를 끼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음료를 마시려고 한 적이 있다. 바보 같은 내 모습에 어이없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스크가 얼마나 익숙했으면...'

   세계에 퍼진 바이러스는 우리의 일상을 빼앗고 생존에 위협을 주고 있다. 2019, 불과 2 전만 해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코시국을 지금도 절절히 견뎌내는 중이다. 흑사병, 스페인 독감이 현실 지옥을 만들었던 역사를 배우면  하나. 우리는 과거처럼 여지없이 전염병에 노출되었고  상황에 직면했다.



거대담론은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다


  인류가 처한 위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전염병, 기근, 기후 변화, 환경 파괴, 핵전쟁이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먹고사는 데에만 신경 쓰고 살면 관심을 갖기가 참 힘든 주제다. 100분 토론에서 지식인들의 입으로 듣던 이야기들 같고, 배경지식 없는 내가 이런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할 만한 환경인가 싶은 배부른 푸념도 생긴다.

  그러나 그것은 코로나를 겪기 전 생각이었다. 매일 뉴스특보를 접하고 건너 건너 아는 사람들이 확진자이거나 확진자와 밀접 접촉해 자가격리를 하고 있으며, 친언니는 직격타를 맞아 20년 넘게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 개인이고 지구촌이고 모두가 위험에 처해 있다. 정말 무서운 건, 언젠가 이 무시무시한 전염병이 사라지더라도 앞에서 언급했던 거대담론과 같은 일들이 우리의 일상을 파괴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제는 그 모든 일들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피부에 와닿는 공포가 되었다.



  이번에 읽은 <사피엔스의 멸망>에서 저자 토비 오드는 언제든 인류와 미래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주제들에 대해 언급하며 강력한 경고를 보낸다. 미래의 운명은 전례 없는 힘에 의해 생긴 새로운 책임을 우리가 얼마나 빨리 이해하고 받아들이는가에 결정된다고 주장하면서, 우리가 하는 선택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러 차례 강조한다.



정답에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

일부 의사결정권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해야 할 때


  <사피엔스의 멸망>에서는 일촉즉발의 순간에 일어날 수 있는 잘못된 의사결정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비판한다. 그 예로 든 것이 히로시마 원자폭탄 위력에 맞먹는 핵 어뢰를 발사할 뻔했던 사건이다.


1962년 10월 27일 토요일 소비에트연방 잠수함에 탄 해군 간부 한 명의 결정으로 핵전쟁이 시작될 뻔했다.

토비 오드, <사피엔스의 멸망>


  당시 미국 본토를 곧바로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설치 중이던 소비에트연방은 미국 공군 정찰기가 촬영한 항공 사진에 핵미사일이 노출되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이에 절박해진 함장이 모스크바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로 발사를 허가했고, 우연히 승선해 있던 바실리 아르히포프라는 대령의 지휘로 인해 발사가 중지됐다.

  만약 아르히포프 대령이 핵무기 발사를 허가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분명한 건 쿠바를 봉쇄하던 미 군함에 핵무기가 발사될 뻔했고, 그랬다면 미국 역시 핵무기로 보복했을 것이며, 전면적인 핵전쟁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야말로 운에 기댄 위기 모면이었다.


  그 당시의 의사결정은 정답이었을까? 핵전쟁의 발발은 막았지만, 순전히 한 명의 지휘에 따른 결과였다. 후에 또다시 이 상황과 비슷한 절체절명의 순간에 놓인다면 그때에도 운에 기댈 것인가. 이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대한 사안은 언제든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고, 한시라도 빨리 옳은 판단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들이 있다. 그때마다 의사결정자들의 섣부른 지시에 맹목적으로 따른다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할 뿐이다.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는 정답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답에 가까워진다는 것은 결국 선택안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중책을 맡은 소수의 일방적인 판단보다 연계된 사람들과의 더 많은 토론으로 해결책을 도출해낸다면 좀 더 정답에 근접한 대안이 나오지 않을까? 현실적으로 1분 1초가 시급한 사안에 이 방법을 적용하기란 어렵다. 중요한 점은 일부 의사결정자에게 모든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래에 당면할 문제에 대해 먼 이야기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미리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면밀히 검토하고 준비할 충분한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위대함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할 때

반성적 사고와 피드백


  과거를 반추하는 일은 얼마나 중요한가. 우리는 그동안 기술의 발달로 혁혁한 공을 세운 이들에게 박수를 쳐 주는 데에 그쳤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삶을 윤택하게 만든 점에 대한 공로는 마땅히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좋은 점에만 매몰되어 기술의 진보가 낳은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 깊이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반성적 사고와 피드백이다.


  과거에 이룩한 농업혁명으로 지구상의 생명체들은 더 긴 시간 동안 일을 해야 했고, 과학혁명으로 인류는 살상 무기를 제조해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산업혁명은 인류사에서 가장 불안정한 시기 중 하나였으며 부의 불평등한 분배와 부당한 노동 착취가 이어지게 했다. 화석연료는 생태계를 망가트리고 자연을 훼손했다.

  수 세기 동안 이뤄낸 인류의 업적에는 어두운 단면이 있다. 인간은 위대하다. 그만큼 어리석은 판단을 할 때도 많다. 지금껏 경험한 바를 반성적 사고를 가지고 피드백을 한다면 더 나은 의사결정에 이바지할 수 있지 않을까.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찾아야


1. 기부


사람들은 인류의 여러 큰 성공이 자선을 통해 가능했다는 사실을 자주 잊는다. 20세기의 가장 혁신적인 발명품 중 하나인 피임약은 한 명의 자선가 덕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정부와 제약업계 모두 피임에 별 관심이 없던 1950년대에 피임약이 개발된 건 캐서린 맥코믹이라는 자선사업가가 거의 단독으로 투자한 연구 덕분이다.

토비 오드, <사피엔스의 멸망>

  

  좋은 자선 단체를 찾아 보탬이 되는 것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실천 중의 하나이다.

  저자는 자신의 수익의 1/10을 기부하고 있다. 그는 '나눔은 누구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나는 얼마 전부터 두 곳에 기부를 하고 있다. 기간도 짧고 적은 금액이지만 자선 단체에서 매월 기부금을 어디에 얼마나 사용했는지 내역을 공지해 줄 때면 묘한 기분이 든다. 작게나마 좋은 일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연봉이 오르거나 승진을 했을 때 또는 예상치 못한 수익이 생겼을 때 기부 금액을 조금씩 늘리려고 한다.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가 기부금의 증액으로 이어진다면 스스로 동기부여가 생길 것 같아서다. 꽤 의욕이 생긴다.


2. 책 읽고 글쓰기


  나는 지금처럼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기는 것이 지식 축적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책은 생각의 확장을 돕는다. 개인의 경험으로는 지식을 쌓는 데 한계가 있다. 저명한 전문가가 저술한 책을 읽고 그에 따른 나의 생각과 의견을 글로 표현하다 보면, 지식의 누적은 시간에 따라 기울기가 점점 가파르게 변할 것이다.

  가끔 내 글을 읽고 댓글을 남기는 감사한 분들이 있는데, 내가 생각지도 못한 인사이트를 주기도 한다. 거기에 더해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과 토론을 할 수 있다면 생각의 확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지식을 쌓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지혜와 통찰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삶에서 중요한 사람들과 미래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 당신이 사는 곳이나 일하는 곳, 공부하는 곳, 또는 온라인에서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의 모임에 함께할 수도 있다. 문제들을 주시하면서 중요한 기회가 찾아왔을 때 정치인에게 행동을 촉구하는 현명하고, 책임감 있으며, 깨어 있는 시민이 되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다.

토비 오드, <사피엔스의 멸망>


3. 관심과 행동


  세상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호기심이 있다면 그다음 단계는 진득한 관심, 그다음 단계는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이 글을 쓰며 반성한다. 나는 유기견, 유기묘에 대한 관심이 많다. 하지만 관련 기삿거리, sns 피드에 뜨는 영상만 그때그때 접하고 가슴 아파할 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동물 보호에 관한 정책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행동 없는 측은지심은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한다. 누구나 생각은 가질 수 있지만, 변화를 만드는 건 결국 행동에 달렸다. 수많은 관심사 중 하나에 지나지 않다가 언젠가 나의 관심사에서 사라져 버리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 행동이 필요할 것 같다.


4. 직업의 활용


직업은 세상에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최고의 통로 중 하나다. 각각의 직업은 크든 작든 어떤 문제들을 푸는 데 대략 총 8만 시간을 할애한다. 이는 우리 삶에서 매우 긴 시간이므로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에 헌신하는 직업을 선택한다면 무척 큰 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

토비 오드, <사피엔스의 멸망>


나는 영상을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인생의 목표는 오직 나밖에 만들 수 없는 단 하나의 영상을 만들고 죽는 것이다. 내 이름을 널리 알리는 것도 좋지만 개인의 목표가 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일이 되면 더욱 기쁠 것 같다. <사피엔스의 멸망>을 읽고 앞으로는 꿈이 뭐냐는 질문에 이렇게 덧붙여 말하고 싶다. "제가 만든 영상이 가치 있는 일에 일조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의식 수준의 진보

지식보다는 지혜가 필요할 때


문제는 기술의 과용이 아니라 지혜의 부족이다.

토비 오드, <사피엔스의 멸망>


  인간은 가장 극한의 상황에서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나는 뭘 위해 태어났는지, 이 세상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물음, 사춘기 때 한 번쯤 마음에 던진 철학적 질문들이다.

  일반적으로 포유류 종들은 약 100만 년간 존재하다가 사라진다. 100만 년의 시간을 한 사람의 수명인 80년에 빗댄다면, 현재 인류는 열여섯 살 청소년기라고 한다. 이제 막 힘을 갖추었지만 여러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기 시작한 질풍노도의 시기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지금 당장 물음을 던지고 정답에 가까운 해결책을 찾아 논의해야 한다. 세상에 일어나는 위험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 위험들에 인류가 노출된 이유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떤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가. 우리는 뭘 위해 태어났고, 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칼 세이건이 말했다. '우리가 직면한 위험 중 많은 수는 실제로 과학과 기술에서 비롯되었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힘이 강력해지는 동안 지혜가 그만큼 성장하지 못해서다.' 눈부신 기술의 발전은 지식의 탑을 세웠다. 그러나 너무 높은 탓에 지혜의 힘은 거대한 탑의 그림자에 가려지고 말았다. 이제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사피엔스의 멸망>에서 말했듯 우리는 핵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던 상황에서 한 대령의 지휘로 '순전히 우연'에 의해 위기 모면을 했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형편없는 몇몇 의사결정권자들에게 목숨과 미래를 맡길 것인가, 아니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오답에 가까운 해결책을 제시하는 이를 비판하며 매의 눈으로 지켜볼 것인가. 현명한 선택은 이제 우리의 의식 수준에 달렸다.



*본 콘텐츠는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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