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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화영 Sep 12. 2021

2020년 퓰리처상에 빛나는 역사서의 끝판왕

초강대국의 거친 역사를 파헤치다

  '전부가 되려면 전부를 차지해야 했다.'

  책 <신화의 종말>에 나온 구절이다. 미국의 역사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집요하게 풀어내 2020년 논픽션 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자 그렉 그랜딘. 그는 자신의 나라가 지금껏 고수해 온 '자유'의 이유를 이렇게 정리했다. 전부가 되려면, 전부를 차지해야 했다고. 이 말의 구체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자유의 또 다른 이름은 '책임'이다


  모든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성인이 되어 부모님의 품을 떠나, 학교를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되지만 나를 먹여 살리는 건 온전히 내 책임이듯 말이다. 우리가 누리는 대부분의 자유는 얼핏 보면 자연스럽지만, 사실은 매우 인위적이다. 집, 돈, 법, 정책, 모두 자연이 아닌 사람에 의해 만들어졌다. 인생의 가치관 같은 추상적인 개념도 나의 경험, 내가 접한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다. 즉 우리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일 눈을 뜨고 잠들 때까지 자유에 따른 책임을 지며 살고 있는 셈이다.



왜 그토록 미국은 자유를 중시하는가?

  

  궁금했다. 왜 그토록 미국은 자유를 중시할까? 자유의 여신상은 자유, 민주주의, 인권, 기회 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미국의 상징과도 같다. 그들은 언제나 자유를 주장하며, 그것을 지키려고 한다.

  <신화의 종말>에 나온 바에 의하면 그들ㅡ미국이라는 나라를 의인화해서 설명하려 한다ㅡ은 자유를 내세우지 않으면 영역의 확장을 정당화할 수 없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프런티어 사관, 즉 '변경(frontier)'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미국은 건국 이래 계속해서 앞으로 밀고 나갔고 변경 안팎의 모든 사람에게 이로움을 주는 도덕적 용어로 팽창을 정당화했다.  

그렉 그랜딘, <신화의 종말>


  변경의 신화는 미국이 확장을 통한 번영과 희망을 약속하면서 내부의 잠재된 문제와 갈등을 외면하게 만들었다. 미국의 무한한 번영을 위해서는 수많은 국가에게 전쟁과 학살의 역사를 안겨주는 일이 불가피했다. 인종차별, 양극화, 폭력, 극단주의자들의 등장은 국가적 문제를 제대로 직면하고 해결하지 못한 결과였다. 변경은 군사적 전선이나 국경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닌 생활 방식 그 자체를 가리키는 단어가 되었다.


노예는 시장에서 사고파는 상품이었다. 그러나 남부의 기사들(남부 상류층 남성들은 자신이 영국 귀족의 후 예라 믿고 미국에서도 영웅적인 기사도 전통을 수호하려 했다_옮긴이)은 노예주가 노예를 많이 소유해야 지저분한 시장을 뛰어넘어 더 세련된 기사도를 갈고닦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기 위한 도구에는 강간도 있었다. 노예제 옹호론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노예 여성은 백인 여성을 향한 백인 남성의 욕망을 대신 받아 주는 ‘안전밸브’였다. 그래서 남부는 고상하고 품격 있는 곳으로 북부와 차별화할 수 있었다.

그렉 그랜딘, <신화의 종말>


  팽창의 역사에서 도덕적 규범은 경시되었다. 국가적 차원에서 야만적인 일을 일삼을 때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 '대의를 위해서 소수의 희생은 불가피하다.' 원주민을 변경 밖으로 몰아내고 노예를 정당화하면서 얻은 자유의 이면에는 제국주의의 폐해만이 존재했다. 소수의 편에 설 일이 없는 그들은 희생을 강요할 권리가 있는 것인가.




해결책은 무엇인가?


  국가 차원의 이야기는 너무 많은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으므로 잘 와닿지 않으니, 개념을 다소 축소해 볼 필요가 있다. 개인을 한 나라로 생각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나'라는 국가를 갈등 없이 평화롭게 다스릴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적합한 해결 방법은 대화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들어주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다시 보는 5만 년의 역사>의 저자 타밈 안사리는 국가의 분열을 막기 위한 방법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서로 의견이 달라도 유익한 대화를 나눌 수는 있지만, 일단 서로의 발언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의 삶으로만 비추어 보더라도 우리는 매일 끊임없이 자기 합리화를 일삼는다. 양심을 무시한 채 부도덕한 행동을 하며 정당화할 때도 있다. 그래서는 안 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게 되는 잘못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잘못들을 뉘우치고 복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서 도망치지 않아야 미래를 희망적으로 바라보며 나아갈 수 있다. 거기에 필수적인 것이 면밀한 대화이다.


  모든 갈등은 대화로 시작해 대화로 끝난다. 그동안 미국은 끊임없이 팽창을 이어왔다. 미국은 막강한 부국이 되었고, 그 결과 경제 불평등·인종 차별·범죄 및 처벌·폭력 같은 국내의 사회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언제까지고 회피하기만 할 수는 없다. 2008년 금융 위기, 중동에서의 전쟁과 같은 재앙을 피할 수 없듯 이제는 강대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책임을 지고, 들어주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수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토록 자유를 중시하는 나라라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 아닌가.        


           

                                                                                              

  저자는 이제 미국이 변경의 신화가 끝났다고 말한다. 또한 지금이야말로 사실을 인정하고 그동안 등한시해 왔던 사회 문제를 해결할 시기라고 말한다. 전부가 되기 위해 전부를 차지하려 했던 그들은 이제 전부가 되기 위해 전부를 책임져야 한다.


  <신화의 종말> 2020 논픽션 부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그야말로 세계가 인정한, 미국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미국인의  아픈 미국 서사담겨 있는 책이다.  책을 읽고 나면 미국에 대해 깊고도 빠르게 박식해질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미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읽어 보길 권한다.


*본 콘텐츠는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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