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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가이드’가 사랑한 서울의 식당은

3스타 2곳ㆍ2스타 7곳ㆍ1스타 21곳 등 169개 식당 게재

전통 한식의 현대적 해석 ‘가온’‧‘라연’ 3스타  

‘고료리켄’‧‘소설한남’ 플레이트서 1스타 도약

30여 가지 발효 초‧장으로 입맛 매료 ‘주옥’       


한 달 전인 11월 25일 ‘미쉐린 가이드 2022’가 공식 발표됐다. 해당 식당 업주들에게는 한주 전에 미리 통보가 됐다. 11월 18일에 방문했던 구복만두(빕구르망 선정) 대표는 이미 기별을 받았다고 기뻐 들떠 있었다. 구복만두는 한국인 남편과 중국인 아내가 운영하는 만두집으로 뛰어난 가성비를 자랑한다.      

 

이번 2022년 셀렉션에는 3스타 식당 2곳, 2스타 7곳, 1스타 24곳이 선정됐다. 합리적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빕구르망 61곳, 미쉐린 선정 식당 75곳 등 모두 169개 식당에 책자에 실렸다. 지난해 보다 1스타 레스토랑이 7개 늘었고 이 중 5곳은 처음 이름을 올렸다. 2곳은 지난해 플레이트에서 1스타로, 한 곳은 1스타에서 2스타로 도약했다.       


한때 공정성 시비 휘말리기도     

미쉐린 가이드 서울은 6년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과거 프랑스에서는 평가원 내부고발에 의해 공정성에 의문이 가해지기도 했다. 2004년 2월 14일 자 프랑스 일간지 ‘피가로’(Le Figaro)는 미쉐린 가이드 한 평가원과의 인터뷰를 실었다. ‘피가로’는 1826년에 창간된 신문으로 파리에서 발행되며 르 몽드와 리베라시옹과 함께 프랑스 3대 신문으로 꼽히는 유력지다. 그래서 인터뷰 내용에 큰 관심이 쏠렸다. 내용인즉슨 미쉐린 가이드는 과장됐다는 것이다.      


인터뷰에 나선 평가원은 "알려진 것과 같이 평가원이 직접 맛을 보고 결정하는 사례는 극히 적다"며 "대부분 평가는 독자의 편지에 의존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 후기나 카드사용량 등 빅 데이터를 얻기 힘든 때인지라 ‘편지’가 등장하는 것이 이채롭다.         


당시 미쉐린 가이드 측은 “그동안 100명의 평가원이 약 1만여 개 음식점 맛을 평가해 매월 봄에 발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동안 평가방법과 등급 부여 기준에 대해서는 외부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름이 파스칼 레미로 알려진 이 평가원은 자신의 체험담을 담은 출판물을 통해 내부고발을 하려다가 해고된 후 결국 외부고발인 폭로를 선택했다.      


그는 평가원 100명이란 숫자는 미쉐린 가이드 출판에 관계하는 모든 사람 수로 실제로 전속 평가원은 5명 정도밖에 되질 않는다고 했다. 또 미쉐린 가이드가 연간 탐방하는 식당은 불과 200여 곳밖에 되질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평가원 수가 적다보니 주 60시간을 가족과 멀리 떨어져 혼자 고독하게 일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독자로부터 새로운 투서나 지적이 전해진 식당만 직접 방문하고 있었으며 3스타와 2스타 식당 평가에는 평가원의 의견이 무시되고 편집 간부가 독자적으로 결정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3스타 식당으로 지정받은 음식점의 3분의 1이 이 같은 방법으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미쉐린 가이드 편집장은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평가원은 진짜 100명이 있으며 이번 폭로는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반론했다. 외부고발은 결국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났다. 지금도 미쉐린 가이드는 건재하기 때문이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미쉐린 가이드는 계륵 같은 존재다. 국가 차원에서는 식당과 호텔의 관광자원화라 명목으로 달콤한 면이 적지 않다. 그래서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론칭됐을 때 한국관광공사에서 세금을 쏟아부은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개별 업장의 셰프 입장에서는 상당한 명성을 얻을 수 있는 기회다. 아울러 오너 셰프는 자부심을, 페이 셰프는 몸값이 오르기 때문에 별을 준다면 마다할 일이 없다. 추가로 경비가 드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보다 맛있는 ‘닭갈비’는 없는 셈이다.      


반면 훨씬 뛰어난 실력과 맛을 가진 식당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 위화감 조성에 한몫하는 셈이다. 수많은 식당에 대한 평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십수 년 전 프랑스 평가원의 폭로가 허튼소리만은 아닐 거란 합리적 의심이 여전한 이유다. 그럼에도 많은 대중들이 환호하는 이유는 ‘미식은 가이드’이기 때문이다. 좋은 평판을 받은 곳을 찾기 마련이고 실패하지 않는 한 끼를 추구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미셰린 가이드는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고, 셰프들의 일희일비도 계속될 것이다.         


2곳은 ‘요리가 훌륭한 레스토랑’ 선정

‘고료리 켄’의 오마카세 코스 중 야키모노. 고등어와 감자 퓌레에 조개맛 소스.[사진=고료리 켄]

김건 셰프의 ‘고료리 켄’은 미셰린 플레이트에서 도약해 1스타를 받았다. 1스타는 ‘요리가 훌륭한 레스토랑’을 의미한다. 미셰린 측은 “재료의 신선함을 기반으로 한 제철요리에 셰프 고유의 창조적 직관이 더해진 요리들을 선보이는데, 고객에게 일관성 있고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가장 중시하며 음료 메뉴에는 일본의 작은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사케를 구비하고 있다”고 평했다.      


8석의 비교적 작은 공간이지만 셰프의 움직임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흥미가 있는 곳이다. 김 셰프는 직접 발로 뛰어 선별한 신선한 재료에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현대적인 조리법이 더하는 것으로 평이나 있다. 신선한 양질의 재료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모든 재료를 당일 소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오마카세 코스 단품이다.       


‘소설한남’의 오리다리살을 곱게 다져 숯불에 구워낸 오리떡갈비.[사진=소설한남]

‘한편의 소설 같은 한식’이란 수식어를 받은 ‘소설한남’은 지방의 전통적인 요리법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인 서울 요리의 감성을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무침, 지짐, 찜 등의 전형적인 요리와 준비 기법을 오마쥬 해서 지역색이 뚜렷한 재료들을 사용한 퓨전 한식을 선보인다. 요리와 함께 전통주를 페어링 하는 재미도 한껏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스시 ‘하네’ 등 1스타로 새롭게 등극 

  

일식 ‘하네’의 게살 요리[사진=하네]

일식 스시 ‘하네’는 제철에 가장 신선한 식재료를 선보이는 곳이다. 최주용 셰프는 천연 식재료를 통해 풍미 가득한 정통 일식을 제공한다. 최 셰프는 재료 선별부터 고객에게 스시 한 점을 건네는 일련의 과정을 비타협적으로 ‘최고’를 고집한다. 미셰린은 평가원은 “전통적 소재들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다이닝 공간에서 즐기는 스시는 무척 즐거운 다이닝 경험”이라고 표현했다.      


한국(Ko) 셰프들이 만드는 일식(ja)과 중식(cha) 요리라는 의미를 가진 ‘코자차’는 신라호텔 출신의 최유강, 조영두 셰프가 운영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50~60년대의 빈티지한 가구와 조명 아래서 중식과 일식이 번갈아가며 나오는 코스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인상적인 공간이다.      


이곳 시그니처 메뉴는 황후가 쓰던 비눗갑에 담아낸 전복 냉채와 진한 상탕 육수로 끓인 샥스핀 찜이다. 셰프들이 음식 이야기와 함께 직접 테이블 앞에서 서빙하는 퍼포먼스도 볼 만하다. 코자차는 모두 단독실로만 이뤄져 있다.      


‘스시 상현’의 우니스시.[사진=미쉐린 가이드 서울]

‘스시 상현’은 단 6석의 작고 아담한 공간이다. 같은 건물에서 이미 스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임상현 셰프가 본인의 이름을 걸고 1층에 새롭게 문을 연 공간이다. 미셰린은 “ 다양하고 화려한 재료의 츠마미를 비롯해 담백한 샤리(쌀)와 네타(생선재료)가 우아한 밸런스를 보여준다. 과하지 않은 담백한 맛이 이곳만의 매력”이라고 평했다.      


‘스시 마츠모토’의 마츠모토 미즈호 셰프는 정통성을 로컬에서 표현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평을 받는다. 이곳은 트렌디 함을 추구하기보다 그가 일본 본토에서 익힌 스시 요리를 로컬에서 그대로 재현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샤리와 네타의 구성과 조합은 물론 손님을 접대하는 자세에서 그러한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미셰린은 “인상적인 츠마미 라인과 풍미의 강약이 자연스레 흐르는 니기리의 구성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1스타에서 2스타로 올라선 ‘주옥’

‘주옥’의 서해안 자연산 대하.[사진=미쉐린 가이드 서울]

‘주옥’은 구슬과 옥 같은 귀하고 아름다운 요리를 대접한다는 의미를 가진 곳이다. 신창호 셰프는 전통에 깊이 뿌리내린 한 도시의 음식 문화가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쉽게 변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주옥이 선보이는 음식의 출발점은 30여 가지의 초와 장, 그리고 진주의 가족 텃밭에서 손수 재배한 들깨 기름 등이다.      


‘가온’과 ‘라연’은 여전히 3스타를 유지했고 ‘황금콩밭’과 ‘꽃, 밥에피다’도 지속 가능한 미식을 향한 영감을 주는 레스토랑으로써 미쉐린 그린 스타를 이어갔다. 가온에 대해 미셰린은 “가온을 이끄는 김병진 셰프와 한식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다양한 활동으로 표현해온 광주요의 하모니는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전통 한식의 지혜를, 한국의 자연에서 얻은 식재료에 담아 요리로 만들어낸다”고 평했다.      


‘라연’에 대해서는 “전통 한식을 현대적인 조리법으로 세련되게 표현해 품격 있는 한식정찬을 선보이다. 한국의 전통 문양을 활용한 기품 있는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우아하고 편안한 식사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구비한 고급 식기와 백자를 형상화한 그릇은 레스토랑이 지향하는 또 다른 차원의 섬세함을 잘 드러낸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메뉴에 와인을 조합해 즐길 수 있으며, 요구하지 않아도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서비스는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높은 점수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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