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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면 섭섭한 맛있고 가성비 좋은 맛집들

‘밀숲’ㆍ‘노들나루’ㆍ‘주막’ㆍ‘마포진짜원조최대포’ㆍ‘옥소반’

노량진 학원가는 서울미래유산이다. 서울미래유산은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 중에서 미래세대에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모든 것을 말한다. 서울사람들이 근현대를 살아오면서 함께 만들어온 공통의 기억 또는 감성으로 미래세대에게 전할 100년 후의 보물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노량진은 1978년 이후 입시학원들이 이전해 오면서 대규모 학원가가 형성된다. 노량진은 7‧9급 국가 공무원, 경찰 공무원, 교원 임용고시 수험생과 입시 수험생들을 위한 학원 밀집지대다. 이 지역에 고시촌이 들어서게 된 계기는 1970년대 말 강북 밀집 해소책의 일환으로 종로와 용산구 남영동 일대에 있는 입시학원들을 4대문 밖으로 이전하는 정책에 따른 것이다.      


당시 정부는 도심지의 인구 밀집을 막기 위해 261개 학원을 4대문 밖으로 분산하는 계획을 세웠다. 종로학원과 더불어 ‘학원 3강(强)’ 중 하나였던 대성학원과 삼성학원, 한샘학원 등이 노량진동으로 옮겨가면서 다른 대입 입시학원들도 이 일대로 대거 몰려들었다. 고교 단과반과 20대 재수생들을 위한 거대한 학원가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수험생과 유동인구가 많아지자 고시학원들도 앞 다퉈 문을 열면서 고시촌이 만들어졌다.      


노량진의 지리적 특성도 고시촌 형성에 한몫했다. 노량진 학원가는 1호선 노량진역과 7호선의 장승배기역 역세권에 입지 해 있으며 수많은 서울의 전 지역과 버스노선이 직접 연결되는 일반 버스 30여 개, 좌석버스 10여 개 노선이 운행되고 있다.     


또한 부천과 안양 등 서울 서남부에 위성도시가 발달하자 이들을 흡수하기 위해 노량진 학원가는 몸집을 계속 불려 나갔다. 경기 불황으로 자격증이나 공무원 준비를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노량진 학원가는 여전히 학원가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현재 입시는 물론 공무원과 경찰 등 각종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수강생이 운집하는 대단위 상업지구이다.     


노량진 학원가는 우리 사회의 저층 단면을 상징하는 곳이다. 이곳은 대학입시생과 자격증을 목표로 학원을 다니는 중장년층, 이들을 주요 수입원으로 살아가는 상인이 모여 하나의 생태계를 이룬다. 학원을 중심으로 수험생들을 위한 저렴한 숙소, 식당, 편의점 등이 밀집해 있고 인근에 노량진수산시장이 위치해 있다.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노량진 학원가의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1980~1990년에는 대성학원을 비롯한 입시학원이 중심축을 이뤘지만 2000년대 들어 강남 대치동과 목동 등에 입시 수요가 몰리면서 노량진 일대 입시학원은 거의 사라졌다.     


입시학원이 빠진 자리는 공무원과 고시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준비 학원들로 채워졌다. 1997년 말부터 시작된 IMF 외환위기 이후 당시 상상할 수 없었던 취업난이 불어 닥치자 대학 졸업 예정자와 졸업자들은 직업 안정성이 높고 해마다 인력 충원을 하는 공무원 시험에 몰렸기 때문이다.    

  

현재 노량진 학원가 일대는 소방직과 경찰직 공무원, 임용시험 준비 학원 수십여 개와 상가, 고시원과 원룸이 뒤섞여 있다. 7·9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공시생(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한 번쯤 거쳐 간다는 곳이 노량진 학원가다.     


노량진 학원가에서 노량진역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간선도로변과 이어진 길은 ‘학원길’이라는 도로명으로 되어 있을 정도로 학원이 밀집돼 있다. 또한 노량진의 학원 건물들은 대부분 입시학원과 고시학원으로 대형화됐기 때문에 하나의 랜드마크가 되고 있다. 대부분 고시텔, 고시원, 공부방에는 자체 식당이 있는 곳이 많다. 식당뿐 아니라 주변 아이스크림, 토스트, 생과일주스, 샌드위치, 꼬치, 와플 등의 간식거리를 파는 상점들도 눈의 많이 띈다. 물론 가격은 서울 시내 어디보다 착하다. 주머니가 가벼운 수험생들을 위한 배려인 것이다.  

    

'세월을 이겨낸 한 젓가락의 행복'

 

‘밀숲’의 들깨칼국수와 육개장칼국수.

‘밀숲’은 '세월을 이겨낸 한 젓가락의 행복'을 슬로건으로 삼는 칼국수 만두 전문 프랜차이즈다. 노량진점은 맛과 식재료 등 품질과 가성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곳이다. 프랜차이즈치고는 철학과 메뉴가 매우 단단한 브랜드다. 고소하고 짭짤한 들깨칼국수, 양지 고명과 얼큰하고 기름진 육수가 진심인 육개장칼국수를 맛봤다.       

서울미래유산 어반스케치 관련 박재동 화백과 식사 겸 회의 차 들른 곳이다 박 화백께서 거주하는 동네라서 단골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인사동 화실 근처 중국집 단골인 데다가 얼마 전 안동칼국수를 맛 보여 주시는 등 면을 무척 좋아하신다. 달달한 케이크와 샤인 머스캣 같은 고당도 과일도 좋아하신다. 서울미래유산은 물론 내년도 작품 계획과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나눴다. 아트페어서도 작품을 보고 싶다고도 말씀드렸다.     


15가지 메뉴 번호로 주문하는 재미 

‘노들마루식당’의 풍성한 한 끼 식사.


노량진에서는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예비수험생들 상당수가 혼밥을 한다. 그래서 식당들도 적극적으로 혼밥족을 위한 메뉴를 내놓는다. 특히 한창 먹성이 좋은 시기의 청년들이 많은 터라 무한리필이 가능한 식당이 많다. 이 지역의 옛 지명을 사용하는 ‘노들마루식당’도 그중 한 곳이다. 일전에도 한번 소개한 곳이다.      


삼겹살, 제육볶음, 돼지불고기 3대 메뉴를 주축으로 된장찌개, 김치찌개, 순두부찌개, 냉면, 라면 등 5개 메뉴와 조합하는 메뉴를 선보였다. 그러니 총 ‘3×5’ 15가지 메뉴가 구성됐고 이를 간단히 번호로 주문할 수 있다. 한식 고기 메뉴를 기본으로 하고 좋아하는 찌개, 국물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각자 식성에 따라 선택의 폭을 넓혔고 무한리필로 든든히 배를 채워줄 수 있는 식당 주인의 지혜가 엿보인다. 


통통히 살 오른 실한 코다리구이

‘주막’의 실한 코다리구이.

마포 공덕역 인근 ‘주막’은 코다리구이의 코다리가 아주 실한 곳이다. 털레기수제비가 시그니처 메뉴다. 궁금했지만 이날 찾은 날은 배가 불러 다음 기회로 넘겼다. 다만 독특한 어원이 궁금했다. 온갖 재료를 털털 털어 넣어 만든 음식이라고도 하고, 음식을 싹싹 털어먹어 치운다는 뜻의 이북 말이라는 설이 있다. 명확한 정의가 아직 없는 단어다. 털레기는 주로 국수로 끓이는데 수제비를 넣으면 털레기수제비가 되고, 미꾸라지를 넣으면 미꾸라지털레기가 된다. 시래기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막’ 역시 프랜차이즈다. 코다리구이 맛을 보니 주꾸미볶음, 제육볶음도 제법 잘할 듯싶다. 메뉴구성이 역시 주막이란 상호가 어울린다. 술안주 삼기 괜찮은 메뉴들이다. 주막이 입주해 있는 공덕효성해링턴스퀘어는 경의선 철로부지 위에 세운 건축물이다. 건물 두동을 잇는 연결교량은 경의선 철길에 대한 오마주다. 옛날엔 딱 그 높이로 기차가 지나다녔다.   

  

작은 대폿집이 마포 랜드마크로 성장

   

‘마포진짜원조최대포’의 목살과 돼지갈비.

‘주막’에서 털레기수제비를 맛보지 못한 이유는 직전에 ‘마포진짜원조최대포’에서 돼지고기 구이로 배를 잔뜩 채웠기 때문이다. 최대포집은 1955년 공덕로터리 인근에서 처음 문을 연 돼지갈비 전문식당이다. 창업주인 최한채 씨는 서울로 상경해 마장동 도축장, 식당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공덕로터리 부근에 작은 대폿집을 시작했다. 이후 공덕동 내에서 한 차례 장소를 이전했다가 1990년 지금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돼지갈비 양념은 캐러멜을 사용해 짙은 브라운색이다. 요즘은 대부분 캐러멜을 빼는데 이 식당은 여전히 과거 레시피를 고수하고 있다. 돼지 목살 소금구이와 함께 오랜만에 추억의 맛을 소환했다. 요즘은 워낙 좋은 원육을 사용하는 돼지고기 식당이 많아서 맛이 앞선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옛 정취를 즐기면서 퇴근 후 동료들과 소주잔 한잔 기울이는 맛은 여전하다.      


메뉴 곁들임이 좋은 캐주얼 식당 

      

‘옥소반’의 샤부샤부와 타코와사비(사진 위), 스키야키와 가라아게.

NC신구로점 지하 식당가에 위치한 ‘옥소반’ 역시 프랜차이즈다. 필자는 프랜차이즈 식당을 웬만하면 가질 않는데 1인 샤부샤부가 된다고 해서 들러봤다. 1인분치곤 채소가 넉넉해서 좋았다. 샤부샤부 곁들임 음식으로 타코 와사비를 주문했다. 냉동 상태에서 공급이 되는지 해동이 조금 덜 된 상태로 제공됐다. 차가운 나머지 이가 시렸지만 특유의 와사비향과 꼬들거리는 식감이 좋았다.      


후식으로 칼국수도 제공된다. 한 끼치곤 양이 제법 과하다. ‘옥소반’은 마곡에 본점이 있고 상암, 마곡나루, 구로, 일산 등 서울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가맹사업을 펼치는 중이다. 지난해 정보공개서를 신규 등록하고 본격적으로 가맹점을 늘리고 있다.      


일주일 후 역시 혼밥을 위해 ‘옥소반’을 재방문했다. 이번엔 스키야키와 곁들임으로 가라아게 궁합을 맞춰봤다. 스키야키도 기본은 했다. 날달걀 크기가 너무 작아 소스를 하려면 두 알 정도 추가로 주문해야 한다. 처음부터 달걀을 큰 것으로 제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물론 영업 전략이지만 인심이 야박해 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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