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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쪽 끝 사당서 만난 맛난 맛집

사당역 방배쪽 지역서 어느 하루 식당과 주점 3차 오간 기록

육질·육즙·육향 세 가지 맛 추구 ‘삼육가’

밑반찬이 좋은 코다리찜집 ‘박은자맛사랑’

막걸리와 안주 라인업 좋은 ‘막걸리학교’       


설 연휴 동안 옛 개항지 제물포 지역인 지금의 동인천을 둘러볼 계획이었지만 동행 한 분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포기했다. 인천 연수구에 있는 ‘백면옥’에서 점심 식사로 어복쟁반과 평양냉면으로 선주후면을 한 후 동인천으로 옮겨 근대 역사거리를 답사하면서 쫄면 발생지인 신포국제시장에서 주전부리나 쫄면, 가성비 좋은 메밀국수 ‘청실홍실’ 신포 본점 또는 ‘경인면옥’을 들르는 계획이었다.      


면식(麵食)을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하는지라 일부러 면에 집중했다. 마지막으로는 밴댕이회와 물메기탕이 좋은 연안부두 ‘원조밴댕이’, 북성포구 ‘강화불음도횟집’, 참돔 마스까와 전문 ‘정성횟집’ 중 문을 연 곳을 한번 들러볼 예정이었으나 모든 계획을 후일로 미뤄야 했다. 아쉬운 순간이었고 더불어 맛집기행 글감을 새로 발굴해야 하는 수고가 더해졌다. 그래서 스마트폰 사진앨범을 열심히 뒤졌다.      


사진을 열어보니 일주일 전쯤 사당역을 기점으로 서초구 방배동 쪽 사당 상권에서 3차를 하면서 반나절을 보낸 기록이 있다. 역시 기억보단 기록이 앞선다는 사실이 맞다. 페이스북을 통해 식성이 비슷한 분과 약속을 했다. 언제부터인가 사당역 상권의 랜드마크가 된 파스텔시티 뒤편에 있는 ‘삼육가’란 육고기 구이집에서 만났다. 

   

직원 교육 등 기본기 탄탄

     

숙성육 전문점을 표방하는 ‘삼육가’.

현재 직영점만 운영하고 있다는 ‘삼육가’는 숙성육 전문점을 표방하고 있다. 삼육은 ‘육질·육즙·육향’을 의미한다. 숙성을 통해 이들 세 가지 장점을 최고로 끌어올리겠단 목표를 담은 상호 네이밍이다. ‘삼육가’에 따르면 값비싼 프리미엄 고기를 재료로 최고의 숙성, 관리 과정을 적용해 매일같이 테스트를 거쳐 손님상에 올리고 있다. 아울러 산지에서 직접 공수한 식재료에 정성을 가득 담아 반찬류를 만들었다. 이는 ‘삼육가’서 네이버 플레이스에 적어놓은 점포 소개 글이다.      


과연 그 말이 맞을까 궁금했다. 특히 육질·육즙·육향 ‘삼육’의 조화가 어떨지. 결론적으로 말하면 육질과 육즙은 기본 이상이었지만 육향은 화력과 불판 때문에 기대에 못 미쳤다. 그렇다고 맛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숯향을 입은 육향에 익숙해서 다소 밋밋했다는 뜻이다. 숯불을 사용하지 않고 가스 불을 쓰는 편리와 이익을 불맛과 교환한 셈이다.      


이곳에선 직원이 직접 고기를 구워준다. 원육은 이베리코를 사용한다는 설명을 시작으로 차분하게 고기를 구워주는 직원에게 궁금했던 점포의 이모저모를 물었다. 직영점포만 운영하고 서초구 논현동에 본점이 있다는 것은 종업원을 통해 알아낸 정보다. 특히 직권으로 서비스한다는 된장찌개는 전북 정읍에서 직접 담근 재래식 된장을 사용했다는 깨알 정보까지 전해줬다. 꼬치꼬치 몇 가지를 물었는데 아는 만큼 성심껏 답해줬다. 직원 교육이 매우 잘 돼 있단 느낌을 받았다. 다만 네이버 플레이스 식당 소개 문장은 손을 좀 봤으면 싶단 생각이다.     


정성스레 깔끔하게 칼집을 무수히 넣은 꽃삼겹과 두툼한 꽃목살은 ‘삼육가’의 대표 메뉴다. 이 식당은 다른 식당과 차별화는 주는 변주가 좋다. 먼저 고기를 찍어 먹을 수 있게 소금과 맛간장 등 다양한 소스를 제공한다. 특히 달걀노른자를 하나 띄운 맛간장 소스는 마치 스끼야끼의 추억을 소환한다.      


산더미처럼 쌓아주는 파절이는 인심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리필 요구에 따른 종업원의 수고를 덜었다. 파절이에도 달걀노른자 하나가 살포시 올라가 있다. 달걀 값이 결코 싸지 않은 요즘이라 이런 서비스는 메뉴개발자나 식당 대표의 과감한 결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익에 앞서 손님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시큼하게 숙성된 파김치, 부추를 살짝 흩뿌린 된장찌개 등 단출하지만 채소 더미를 보면 또 한 번 놀란다. 단호박, 적양파, 배추, 섬초 등을 잔뜩 담아와 고기를 다 구운 불판에 부리고 이들도 구웠다. 채소를 생으로 곁들일 줄 알았지만 보기 좋게 예상이 틀렸다. 몰론 섬초 같은 채소를 구워 먹기엔 어울리지 않지만 새로운 시도가 반갑다. 기분 좋게 식사를 하고  서둘러 2차집을 향했다.

    

서울·경기 근교 열댓 개 점포 운영

  

코다리 요리 전문점 ‘박은자맛사랑’ 사당점.

 브레이크타임 시간대에 걸려서 가고자 하는 식당이 문을 닫았다. 그래서 3차에 가기로 미뤄놓고 인근에 있는 코다리찜 전문점인 ‘박은자맛사랑’을 들렀다. 코다리는 명태(생태) 턱 밑에 구멍을 낸 후 겨울철 찬바람에 꾸덕꾸덕 반 건조한 것을 말한다. 완전히 말리면 북어 등 명태는 그 이름만도 60여 가지가 있다고 할 정도로 대중적인 식재료다. 촉촉하며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반찬으로 인기가 많다. 특히 양념에 묻혀 조림으로 만든 후 살짝 구워내는 것을 코다리찜이라고 한다.      


‘박은자맛사랑’은 경기와 서울 일대 점포가 열댓 개 정도 있는 프랜차이즈다. 경기도 군포에 본점이 있다. 비법 양념으로 맛을 낸 매콤한 코다리 요리인 코다리조림이 메인 메뉴다. 다양한 코다리 메뉴와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해물찜, 해물탕, 아귀탕 등 다양한 해물요리 메뉴를 선보인다. 특히 프랜차이즈 치고 밑반찬이 훌륭하다. 흑임자소스연근무침, 삼채무침, 줄기상추볶음, 시금치무침 등 예닐곱 가지 반찬이 정갈하게 나온다. 미역국은 다소 아쉽지만 한 겨울 따뜻한 국물 자체만으로 훌륭했다.      


상호에 있는 박은자란 이름을 아무리 찾아봤지만 검색할 수 없었다. 코다리 요리를 개발한 개발자인지 프랜차이즈를 만든 사업가인지 은근 궁금했기 때문이다. 아니면 모 추어탕 프랜차이즈처럼 인명을 상호에 넣으면 신뢰가 있어 보여서 그랬다는 것과 같은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결론은 반찬은 좋으나 음식은 딱 프랜차이즈 수준이었다.      


통 갑오징어 숙회가 인상적  

   

갑오징어를 쪄서 통으로 내오는 '막걸리학교'

‘전통주를 사랑하는 사장님이 운영하는’이란 타이틀을 가진 ‘막걸리학교’는 팔도의 프리미엄 막걸리를 구비하고 파는 곳이다. 3차쯤 되니 취기가 불콰하게 올라와 술맛을 잘 느끼지 못할 때다. 안주도 직접 고르는 것보다 주인에게 뭐가 좋은지 맡기면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이날 주인장은 갑오징어 숙회를 권했다. 참고로 갑오징어 제철은 4~10월이다. 물론 고스란히 받아들였고 씨알이 결코 작지 않은 갑오징어 두 마리가 생긴 그대로 삶겨 나왔다.      


잘라서 내오질 않고 통으로 나오니 보기도 좋고 신뢰도 갔다. 기호대로 가위로 잘라먹어도 되고 손으로 뜯어먹을 수도 있어서 그 또한 재미다. 이곳의 메뉴는 말 그대로 막걸리 한잔 마시기 딱 좋은 것들을 개발해 뒀다. 봉평 메밀 고기 김치전, 해물 듬뿍 미나리 부추전, 김치제육두부김치, 벌교 반건조 가오리찜, 돼지고기수육, 불낙전골, 홍어삼합, 낙지볶음 소면, 오징어통찜, 지리산 도토리묵 등이다. 이곳도 음식의 변주가 좋다.   

   

막걸리는 송명섭으로 시작해 우렁이쌀, 해창, 백련, 금정산성, 덕산, 소백산, 선호, 대대포, 지평 등 라인업이 단단하다. 만강에 비친달, 담은포천, 복순도가 등 비교적 가격이 있는 막걸리와 안동소주, 문배술 등 맑은 소주도 구비해 둔 진정한 ‘술꾼’들의 성지 같은 곳이다.     


사당역 상권의 중심 방배동      

한편 사당 상권은 동서와 북으로 발달해 있다. 동작대로를 경계로 서쪽으로는 동작구 사당동과 관악구 남현동 상권이 각각 발달했고 동쪽으로는 필자가 이번에 소개한 식당들이 몰려 있는 서초구 방배동 상권이다. 북쪽으로는 사당역과 연계된 이수역 상권이다. 그중에서 방배동 상권이 비교적 크게 발달했고 이곳에는 사당역 상권의 랜드마크인 파스텔시티가 있다.      


방배동이란 지명 유래는 관악구와 서초구 경계에 솟은 우면산을 등지고 있는 마을이란 데서 나왔다. 조선시대 말까지 경기도 과천군에 속했다가 일제 때인 1914년 경기도 구역 확정 때 경기도 시흥군으로 편입된다. 이후 1963년 서울시의 확장에 따라 서울특별시에 편입되면서 방배동이 돼 오늘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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