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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학이 K-컬처 견인…음식도 한몫할까

문화콘텐츠연합학술대회 후 충청도 돈육 맛봐   

강력한 숯불 돼지모둠구이 ‘세종미트정육식당’

국내산 암퇘지 생목살 연탄구이 으뜸 ‘연탄길’      


지난 4일 일찌감치 세종시로 향했다. 11시부터 고려대 세종캠퍼스 농심국제관에서 열리는 ‘2022 문화콘텐츠연합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번 학술대회는 ‘문화콘텐츠의 새로운 지평을 위하여’란 대주제로 관련 영역의 학문을 연구하고 사업을 시행하는 학회 6곳이 연합해 학제 간 벽을 허물고 학문의 외연을 확대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참여한 학회는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인문콘텐츠학회, 콘텐츠문화학회,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한국전자출판학회, 한국축제포럼 등이다. 필자는 이중 인문콘텐츠학회와 한국축제포럼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축사에 나선 강준현 의원(세종시을·민주당)은 “문화콘텐츠 관련 학문과 사업 활성화를 통해 국회서 제도적 뒷받침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상욱 문체부 관광산업정책관(국장)은 “K-컬처에 전 세계가 갈채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경제적 가치가 126조원, 수출액만 108억 달러가 넘어섰다”며 “무한한 상상력으로 문화콘텐츠 발전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연합학술대회 개최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인문콘텐츠학회 유동환 회장(건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의 개회사는 학술대회가 나가야 할 방향과 과제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인문콘텐츠 분야 학문 위상 정립과 제도적 뒷받침의 필요성이 절절하게 담겨 있는 명문장이라서 유 회장의 허락을 받아 원문을 옮겨 본다. 인문콘텐츠학 학제 발전을 위한 주춧돌과 같은 글이라 활자화해서 널리 알리고 싶은 필자의 간절한 마음의 표현이기도 하다.      


“기성·신진학자 계급장 떼고 논전”     

지난 4일 고려대 세종캠퍼스 농심국제관서 열린 ‘2022 문화콘텐츠연합학술대회’에서 6개 학회 회장과 2개 관련업체가 MOU를 체결하고 단체사진을 찍는 모습.

제1회 ‘문화콘텐츠연합학술대회 개회사


녹음 우거진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에서 제1회 ‘문화콘텐츠연합학술대회(이하 연합학술대회)’가 열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6개 학회를 대표해 개회사를 맡은 인문콘텐츠학회 유동환 회장(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입니다. 


이 자리를 만든 6개 학회 –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임대근 회장), 인문콘텐츠학회, 콘텐츠문화학회(이건웅 회장), 한국다큐멘터리학회(안태근 회장), 한국전자출판학회(방미영 회장), 한국축제포럼(안남일 회장) - 중에는 다큐멘터리, 전자출판, 축제이벤트 등 문화산업 개별분야에 뿌리내린 학회도 있고, 기획-창작-개발-마케팅-정책 문화분석 등 문화산업 가치사슬 연구를 주로 하는 학회도 있습니다. 


이렇게 기반산업이나 활동방향이 다른 6개 학회가 마려한 연합학술대회가 실현하려는 비전은 다음 3가지라 생각합니다. 


첫째, 산업전문가와 학술연구자가 무릎을 맞대는 ‘산학협력’의 테이블을 만들고자 합니다. 창작의 무간지옥에서 대체불가능 콘텐츠를 무한 창조하며 시장가치를 확장해 나가는 산업전문가. 콘텐츠현장의 암묵지(know-how)를 과학적 연구방법으로 이론화하며 새로운 실용법칙을 이끌어내는 학계연구자. 이 두 고수들이 곡진하게 만나 서로 추앙하게 만들겠습니다. 이제‘현장에 답이 있다’는 상식을 넘어서 ‘현장의 답 속에서 좋은 문제를 발굴하여, 현장에 근본 해답을 제시하는 이론을 만들어 내는’ 과학을 창출하고자 합니다.


둘째, 문화콘텐츠학 밖의 과학연구를 불러들이는‘학제융합’의 정거장을 만들고자 합니다. 문화콘텐츠학은 아직 독립학문이론의 기치를 확실히 치켜들지 못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인문학-사회과학-이공학 등 전통적인 기존 과학들의 학문성과를 선택과 배제를 거치며 다져나가야 합니다. 인문이론에만 치우치지도 않고, 공학기술만 맹신하지도 않고, 비즈니스모델에만 혹하지 않으며 각 연구의 변경에서 싸우며 독자적인 문화콘텐츠학의 기초를 만들고자 합니다. 


셋째, 기성연구자와 신진연구자가 계급장 떼고‘비판계승’의 논전을 펼치는 경기장을 만들고자 합니다. 1세대니 1.5세대니 세대 구분하기에는 너무나 젊은 문화콘텐츠학입니다. 여전히 기성연구자는 방법으로서의 문화콘텐츠학을 고민하여 콘텐츠 시장에 새 해답을 던지며 기 국경을 넓히기 바뻐야 하고, 신진연구자들은 그 전문연구자의 어깨를 디디고 그 국경 너머 더 넓은 글로벌 연구의 첨병이 되기 위해서 밟고 넘어서는 기풍을 만들고자 합니다. 아비를 죽여서(殺父) 아비를 계승(繼父) 하는 과학지성사의 전통을 꼭 이어가야 합니다. 


산학협력, 학제융합, 비판계승 3가지 비전은 ‘소 걸음으로 만리길(牛步萬里)’ 가는 각오로 멈춤 없이 이끌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 비전 아래 우리 연합학술대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시급한 3가지 과제도 챙겨 나가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첫째, 인문콘텐츠학회 제4대 회장 박상천 한양대 명예교수께서 「문화콘텐츠학의 학문 영역과 연구 분야 설정에 관한 연구」(인문콘텐츠 10, 2007.12.)에서 주장한 문화콘텐츠학 학문분류가 15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문화콘텐츠학의 학문분류는 학문 정체성의 인정뿐만 아니라 신진연구자의 학술활동에 중요한 기준이 되는 문제로 연합학술대회 참여 학회들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둘째, 문화콘텐츠산업의 분과 영역들 가운데 아직도 문화산업 진흥법 밖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업분과 분야의 진흥법제도의 부재는 표준산업분류나 표준직업분류에도 존재 하지 않는 채 법률상 유령산업이나 직업이면서 실제 산업활동을 이어가는 모순을 낳고 있습니다. 법제도의 제정과 개정 뿐만 아니라 진흥을 위한 연구와 실천은 연합학술대회 학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 생각합니다.


셋째, 제4차 산업혁명의 하이테크 열풍과 글로벌 정치경제의 지형변화 속에서 문화콘텐츠산업이 지속가능한 혁신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산업문제 해결형 연구를 강화해야 합니다. 언제나 무조건 성공하는 산업은 없습니다. 끊임없는 창조적 발상이 없이는 존립조차 어려운 문화콘텐츠산업의 특성상 현장에서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현장과 분리되어‘뒤 따라 가는’ 연구가 아니라 현장과 밀착하여‘이끌어 가는’ 연구 혁신을 이뤄내야 합니다. 그래야만 더 많은 문화콘텐츠 미래 꿈나무들이 취업과 창업의 꿈을 실현하고, 신진 연구자들도 미래 연구기반을 확보 할 수 있습니다. 


이상 3가지 비전과 3가지 과제를 함께 해결하는 첫 시도로 오늘 6개 학회가 출발하지만 해마다 참여학회가 더 늘어나 모든 문화콘텐츠학회가 연합하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끝으로 본 연합학술대회를 위해서 훌륭한 공간을 배려 해주고 환영사를 해준고려대학교 김영 부총장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본 학술대회에 예산을 후원 해준 고려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한국영상대학교, 전시문화산업협동조합에도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온갖 번거로운 안팎의 업무를 처리하여 이 자리를 실현시켜 준 연합학술대회준비위원회의 태지호, 이건웅, 황준태, 류한조, 김민옥, 이종현, 진혜인, 서보윤, 이효원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고독한 창조의 음지에서 열광하는 팬덤의 양지를 지향하는 문화산업 전문가여! 

시인처럼 꿈꾸고 과학자처럼 실천하는 문화콘텐츠 학인이여!

세상을 정보로 계몽하려 하지 않고

세상을 재미로 전염시키기 위하여 함께 싸웁시다!

연합학술대회 참가자 여러분! 학술의 향연에 적극 참여하고 즐겨 주십시오.

2022년 6월 4일 토요일 

인문콘텐츠학회 학회장 유동환(건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기조연설도 묵직한 반향     

김교빈 전 호서대 교수(인문콘텐츠학회 초대 회장)가 '팬데믹시대 문화콘텐츠'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장문을 인용해서 송구하지만 인문콘텐츠학의 발전을 견인하는 학제 간 협업의 시동이란 점에서 응원해 주시길 바란다. 김교빈 전 호서대 교수의 기조연설도 잔잔한 감동이었다. 2002년 인문콘텐츠학회를 만들고 초대회장을 지낸 김 전 교수는 철학과를 문화기획과로 바꾸는 혁신적 발상으로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는 “교수를 위한 학과는 없다. 오로지 학생을 위한 학과만 있다”란 말로 주변 우려를 불식시킨 일화로 유명하다.   

   

김 전 교수는 “21세기는 화약냄새, 기관총 소리가 없는 문화전쟁의 세기”라며  “천문 지문 인문을 감통하는 문화콘텐츠, 인간이 주체가 되는 문화콘텐츠 등 주소가 분명한 학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믿고 먹는 충청도 돼지고기 ‘꿀맛’     

세종시 조치원읍 침산리에 위치한 소·돼지고기 구이전문점 ‘세종미트정육식당’ 외관과 돼지고기모듬.

학회를 마치고 고려대 세종캠퍼스 근처에 있는 정육식당에서 회식을 했다. 이 일대 지명은 조치원읍 침산리(砧山里)다. 지명은 마을 뒷산이 다듬잇돌처럼 길고 평평한 데서 유래했다. 일명 방아미라고도 한다. 1200여 가구의 욱일아파트와 고려대, 도시형생활주택, 원룸 등 많은 인구가 유입되면서 일대 먹거리 상권이 발달했다.      


이날 찾은 식당은 세종미트정육식당과 연탄길이란 소·돼지구이 전문식당이다. 학회 참석자가 많아 식당을 두 곳 잡은 것이다. 일전에도 소개했듯이 충청도 돼지고기는 손에 꼽히는 맛이어서 조선시대에는 진상품이었다. 여지도서 진공(진상공물) 물목에는 12월 납일에 잡은 옥천군, 영동현, 청주목의 ‘납저(臘猪)’가 지역 토산물로 올라있다.      

연탄불에 고기를 굽는 ‘연탄길’의 생목살구이.

충청도는 전국에서 돼지 사육 두수가 가장 많고 품질 개량을 통해 맛을 꾸준하게 개선하고 있다. 그래서 웬만한 식육식당은 사전 정보 없이 아무 곳이나 들어가도 맛을 보장한다. 심지어 마트, 시장, 정육점에서 판매하는 돼지고기도 평범한 맛을 넘어선다.        


세종미트정육식당은 숯불, 연탄길은 연탄을 화력으로 쓴다는 차이가 있다. 세종미트정육식당은 돼지고기 모둠, 연탄길은 생목살이 주력이다. 돼지고기 모둠은 삼겹살을 위시해 뽈살, 갈빗살 등이 마치 소고기처럼 선명한 색을 띠며 신선한 선도를 자랑했다.      


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끈 유 회장과 한국축제포럼 안남일 회장(고려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두 식당을 오가며 사우도반을 격려하고 축하했다. 다음날 일정 때문에 먼저 자리를 일어서야 하는 아쉬움이 컸던 날이다. 상경하는 기차 안에서 인문콘텐츠학 영역에서 식문화 영역을 고민해 봤다. 음식이야말로 강력하고 글로컬한 K-컬처 콘텐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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