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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릉 주변에는 맛집도 '왕' 많더라!

‘유래등’ㆍ‘울랄라빈대떡’ㆍ‘고모네콩탕’ㆍ‘원조태릉숯불갈비’

‘겉바속촉’ 탕수육 맛집 동구릉 ‘유래등’

군사 정권이 유린한 의릉 ‘울랄라빈대떡’

고소한 콩탕이 진심인 사릉 ‘고모네콩탕’ 

캠핑 같은 재미 태릉 ‘원조태릉숯불갈비’             


그동안 꾸준히 왕릉답사와 맛집을 소개했는데 이번 호는 일정의 절반인 9회 차까지 답사 중 소개 못하고 누락된 곳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사진은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의릉.


필자는 본지 3월 22일 자에서 조선왕릉 40기를 18회에 걸쳐 연중 답사하는 계획을 알리면서 주변 맛집 소개도 겸한다고 했다.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됐고 현재 12회 차까지 완료한 상태다. 그동안 꾸준히 왕릉답사와 맛집을 소개했다. 이번 호는 일정의 절반인 9회 차까지 답사 중 소개 못하고 누락된 곳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조선왕릉 프롬나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1392~1897)과 대한제국(1897~1910) 시대에 조성된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무덤을 모두 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북한 땅에 있는 2기는 제외됐다.           

조선 왕릉은 고려를 계승하면서도 능에 진입하는 방식이나 배치방식, 석물 형태 등이 고려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조오례의’에 기초해 조선왕조 내내 일관성 있게 왕릉의 형태를 유지했다. 조선시대 왕릉제도는 원칙적으로 고려 말의 왕릉제도를 계승하고 있으나 시대적 자연관, 유교적 세계관, 풍수사상 등에 의해 보다 특색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선 왕릉은 기본적으로 엄격한 예법에 의거해 조성됐다. 조성 법식은 원칙적으로 고정돼 있지만 능역주변의 자연지형과 잘 조화되도록 했다. 때로는 능주의 유언이나 생전 삶의 태도를 감안하기도 했다.           


또 후손들의 의지나 시대적 정황이 개입돼 각 능마다 약간의 변화와 특징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다녀보면 제각각의 형태로 후대의 관람객을 맞이한다. 경건한 곳이지만 흥미로운 공간이다. 의외로 많은 국민들이 사랑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명당지에다 고즈넉하고 자연경관과 공기가 좋기 때문이다 산책이나 명상하기 좋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기 때문에 왕릉 주변에는 맛집도 많은 것이 특징이다.           


명불허전 탕수육 맛집

      

‘유래등’의 대표 메뉴인 탕수육과 짜장면, 짬뽕.

1회 차로 3월 19일 갔던 경기도 구리 인창동에 위치한 동구릉은 말 그대로 동쪽에 있는 아홉 개 능이란 의미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의 건원릉을 비롯해 현릉(문종과 현덕왕후), 목릉(선조와 의인왕후·인목왕후), 휘릉(인조비 장렬왕후), 숭릉(현종과 명성왕후), 혜릉(경종비 단의왕후), 원릉(영조와 정순왕후), 수릉(추존 문조와 신정황후), 경릉(헌종과 효현황후·효정황후)이 거대한 왕릉군을 이루고 있다.          


지난 예고대로 동구릉 답사 때는 화교가 운영하는 ‘유래등’이란 중식당에 들렀다. ‘유래등’은 탕수육을 잘한다고 소문이 나 있어서 주문해 봤다. 짜장면은 유니식으로 갈아 넣은 고기가 풍성했지만 짰던 기억이다.    

       

짬뽕은 해물 내용물이 좋은데 가성비가 살짝 떨어진다. 탕수육은 바삭한 튀김옷과 달달하고 매콤한 소스가 ‘부먹’ 형태로 제공되는 데 맛이 일품이다. 이럴 때 명불허전이란 감탄이 절로 난다. 시중 중식당 가격보다 조금씩 비싸다. 면기가 백자로 돼서 대접받는 느낌이다. 따져보니 18년 만에 재방문이었다.        

   

봉화묵집·명인밥상은 이미 다뤄          


2회 차는 3월 27일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위치한 정릉엘 갔다. 태조의 첫 번째 부인인 신덕황후의 능이다. 인근에 정릉의 원찰(조포사)인 흥천사도 함께 다녀왔다. 이곳은 ‘한국의 타지마할 정릉 맛집 ’봉화묵집‘’이란 제목으로 본지 3월31일 자에 소개해 따로 다루지 않는다. 3회 차에 갔던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릉 때 갔던 ‘명인밥상’도 ‘4월 7일자에 다뤘다.           

5회 차에는 경기도 여주 영녕릉을 답사했다. 세종과 소현왕후가 묻힌 영릉(英陵)과 효종과 인선왕후의 영릉(寧陵)이 함께 있는 곳이다. 답사 중간에 신륵사 입구에서 설렁탕으로 점심식사를 했는데 소개하기가 어려운 곳이다. 꽤나 오랫동안 영업을 한 곳인데 맛의 깊이가 부족하단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다루지 않았다.           

식사대용으로 훌륭한 전 맛집     

  

의릉 앞 ‘울랄라빈대떡’의 모둠전과 빈대떡, 두부김치, 오징어숙회.

6회 차는 서울 성북구 석관동에 위치한 의릉을 답사했다. 의릉은 조선 20대 경종과 두 번째 왕비 선의왕후 어씨의 능이다. 과거 넓었던 능역은 1962년 중앙정보부가 들어서면서 수난이 시작된다. 중정은 13만여 평 능역 전체를 유린했다. 좌청룡 자리에 청사 본관을, 우백호 자리에는 청사 신관과 체육관, 강당을 지었다.          

소나무 숲을 모두 밀어버리고 축구장을 만들고 정자각 앞은 파서 물을 채워 연못을 조성했다. 그것도 모자라 일본산 수종의 나무를 심어 일본식 정원을 만들었다. 현재는 축구장을 없애고 소나무 정원을 복원했고 연못도 모두 메웠다. 그러나 한국예술종합학교가 들어서고 옛 중정 건물이 여전히 남아있는 등 완전 복구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의릉 답사 후에는 뒤풀이 겸 식사대용으로 전집을 찾았다. 한예종 학생들의 찐맛집으로 소개되고 있는 ‘울랄라빈대떡’이란 곳이다. 모둠전으로 유명하다. 파전, 동태전, 동그랑땡이 1차로 나오고 2차로 깻잎, 고추, 두부, 호박전 등이 제공된다. 추억의 분홍색 소시지가 포함돼 있어서 옛 추억을 소환한다.           


고소하게 부쳐 나온 빈대떡과 두부김치는 막걸리와 궁합이 잘 맞는다. 오징어 숙회 같은 안주도 판다. 전 전문 식당답게 김치전, 부추전, 감자전, 해물파전, 고기파전, 해물빈대떡, 고기빈대떡 등 다양한 부침 메뉴가 있다. 서비스로 내온 계란부침은 손님수보다 더 많아 이 집의 인심을 가늠케 한다.      

    

애절한 사릉 아쉬웠던 황태전골      

‘고모네콩탕’의 고소한 콩국물과 황태두부전골, 두부삼겹보쌈.

7회 차는 강원도 영월에 있는 장릉(莊陵, 단종) 앞 ‘장릉보리밥집’이란 맛집에서 식사를 했다. 이곳 역시 영월지역 맛집인 숙성 돼지고기를 파는 ‘육정가’, 다슬기해장국 전문점인 ‘다슬기향촌성호식당’ 등과 함께 본 지면에 소개했다.           


8회 차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단종 비 정순왕후 송씨 능인 사릉을 답사했다. 이곳 답사를 마치고 찾은 송능리에 있는 ‘고모네콩탕’. 1989년 오남리에서 ‘콩탕’이란 낯선 이름을 간판에 걸고 작은 방 한 칸으로 개업했다. 콩물 또는 콩가루를 찬물에 풀어 끓이다가 순두부처럼 엉길 때에 채소를 썰어 넣고 다시 끓여 양념한 국을 말한다.           


‘고모네콩탕’의 콩탕은 콩국수 육수 정도로 보면 된다. 황태두부전골을 주문하면 콩탕을 작은 그릇에 서비스로 내준다는 것을 미리 알고 찾았다. 그래서 전골과 두부삼겹보쌈을 주문했다. 서비스로 나온 콩탕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역시 콩탕 맛집이 맞다. 이 식당 역시 콩탕은 진심이었고 명불허전이다. 다만 전골은 냄비가 낮고 담음새가 빈약해 보이는 등 아쉬운 느낌을 받았다. 1대 이종희 대표 딸이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지점을 두고 있다.                

광릉이 아닌 태릉 인근에서 뒤풀이      

      

광릉을 답사하고 식사는 태릉 인근 ‘원조태릉숯불갈비서 돼지갈비, 육화, 냉면 등으로 배를 채웠다.

9회 차 답사는 세조와 정희왕후가 잠들어 있는 광릉과 봉선사를 다녀왔다. 답사가 느지막이 끝나 다들 해산하고 몇몇이 차 두대로 서울로 오다가 태릉 인근에서 배가 고파지자 갈빗집을 수소문했다. 그때 검색에서 걸린 곳이 ‘원조태릉갈비’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야외 비닐하우스서 낙숫물 소리를 들으며 숯불에 굽는 돼지갈비 맛은 일품이었다. 마치 캠핑을 온 느낌이랄까. 돼지왕갈비, 이동갈비, 한우등심 등 메뉴도 있었지만 거의 모든 테이블이 가성비 좋은 원조돼지갈비를 석쇠 위에 올려놓고 열심히 뒤적이고 있었다.         

  

그간 많은 답사를 하면서 정이 쌓였는지 회원 한분이 ‘쏜다’며 다른 것도 주문해 먹자고 했다. 덕분에 육회도 맛볼 수 있었다. 돼지갈빗집 마무리는 역시 까무잡잡한 면색을 자랑하는(?) 물냉면과 비빔냉면. 왕릉 주변엔 맛집도 ‘왕많다’고 느끼는 왕릉 답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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