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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즐비한 남영동 뒷 골목길 3대 맛집

‘구복만두’ㆍ‘맛있는집’ㆍ‘남원원추어탕’

미쉐린가이드가 인정한 만두 맛집 ‘구복만두’

생선조림 맛집·청국장이 기대되는 ‘맛있는집’

계절메뉴 꼬막무침이 환상적 ‘남원원추어탕’     


“전통이 오래된 상업지역은 좁고 길며 반 폐쇄적 골목의 형태를 많이 취한다”    

 

명지대 대학원 건축학과 리영준이 논문에서 정의한 골목이다. 이는 전통 주거지역의 동선 형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의 유서 깊은 도시에서 이런 특징은 도시계획에 의한 신도시보다 훨씬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현대 상업지역에서 내부 이면도로가 바로 이런 골목의 역할을 대신한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담장 사이로 나있던 골목은 지금의 건물 입면, 즉 건물의 벽면을 양 옆으로 마주한 이면도로로 대체된 것이다. 또 서비스 및 비상차량동선을 위해 이면도로의 폭이 조금 넓어졌으며 상업지역 용적률에 의해 도로변 건물 높이가 높아졌을 뿐이다.       


한 지역을 방문할 때 인간은 흔히 무의식적으로 그 장소와 공간의 깊이와 접근 동선 및 이동경로를 판단하고 결정짓게 된다. 특히 보행을 위주로 하는 골목들로 이루어진 지역일 경우에 이런 현상은 현저히 두드러진다. 이는 그 지역 내 이동과 행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구도심 골목이 신도심보다 더욱 그러하다. 리영준의 연구가 눈에 들어온 이유는 골목이란 주제였기 때문이다.       


필자가 운영 중인 인문역사공동체  문화지평(페이스북에 홈페이지 운영)은 애초에 ‘골목의 기억과 추억’이란 이름으로 시작했다. 그만큼 골목길을 사랑했고 골목 걷기에 천착했다. 골목은 기억의 마중물 같은 존재고 아련한 추억의 현장이다. 그래선지 많은 사람들이 함께 걷기에 동참했고 지금은 서울시에 민간단체로 등록돼 매해 다양한 걷기 행사를 시 후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기록을 뒤져보니 2014년에 이 지역 골목을 헤집었던 적이 있다. 남영역에서 만나 남영아케이드, 용산고등학교(이태원 터), 108계단(경성호국신사), 신흥36길(벽화), 사잇골목(벽화), 신흥22길(벽화), 해오름빌(해방모자원), 신흥시장(지형을 이용한 건축), 해방교회(월남민들의 정신적 지주), 해방촌 5거리, 이태원 가는 길, 안중근기념관(조선신궁과 안중근), 백범김구동상, 이시영동상, 김유신동상, 숭례문 등을 돌아봤다. 대로와 골목을 오가며 신나게 걸었던 기억이 있다.      


개인적으로도 대로보다는 골목으로 걷기를 좋아하고 그러다 보면 숨어있던 골목길 맛집을 발견하는 재미를 덤으로 얻는 기쁨이 있다. ‘골목상권’이란 단어가 있다. 이는 ‘살리기’란 단어를 동반한다. ‘골목상권 살리기’란 합성어가 생긴 이유는 당연한 말이지만 그만큼 상업활동이 대로변보다 골목이 열악하단 증거다. 그래서 이번 칼럼은 용산구 남영동, 후암동 골목에 숨어있는 맛집 몇 곳을 소개한다. 골목이란 열악한 환경이지만 인심과 맛으로 승부하는 곳이다. ‘돈쭐’ 낼 필요가 있는 곳이다.      


합리적 가격에 맛 좋은 만두집

‘구복만두’의 대표 메뉴인 전통 만두와 샤오롱바오.

남영동에는 유명한 만두집이 있다. 이름 하여 구복만두. 입속에 복을 전한다는 의미의 상호다.  2017년부터 매년 미쉐린가이드 빕구르망으로 선정된 곳이다. 그만큼 맛을 잘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빕구르망은 ‘합리적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곳’을 말한다.      


미쉐린가이드는 “한국인 남편과 중국인 아내가 운영하는 구복만두는 좋은 재료로 정성껏 빚은 맛있는 만두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가격 만족도가 훌륭한 식당”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뜨거운 기름에 노릇하게 구운 후 자작하게 물을 부어 수분이 모두 증발할 때까지 찌는 일명 ‘물에 튀긴 만두’다. 스테디셀러인 샤오롱바오와 통새우 만두에 김치 만두도 별미다. 홀에서 만두를 먹는 손님들 대부분이 테이크아웃을 주문해 놓는다. 집에 있는 식구들에게 경험시켜주고 싶은 맛이란 의미다. 주류를 팔지 않아 주당(酒黨)에겐 약간 섭섭한 곳이다.       


갈치·조기 섞어 조림이 가능한 곳  

  

조기와 갈치를 섞어서 주문할 수 있는 융통성 있는 ‘맛있는집’.

구복만두서 시장기를 속이고 나와 남영동 부대찌개스테이크골목을 지나다 생선조림 식당과 조우했다. 이 골목을 들어서면 가장 아쉬운 것이 ‘황해’라는 부대스테이크 식당이 폐업한 것이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유서 깊고 이 골목의 랜드마크였던 곳이었기에 아쉬움이 크다. 간판이 바뀐 황해를 지나다 ‘맛있는집’이란 생선조림 전문점을 만났다.       


갈치조림과 조기조림 둘 다 맛보고 싶었지만 인원이 둘밖에 되질 않아 포기하려다 섞어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해주겠단다. 섞어서 조림해 달라는 주문은 처음이란다. 이런 융통성 있는 운영의 묘가 좋다. 갈치와 조기의 대결, 조기의 완승이다.      


세네갈산 갈치, 맛은 별로 ‘안세네’다. 칠십대 여사장님 손맛이 담긴 밑반찬 맛이 좋고 조림은 고춧가루가 듬뿍 들어가 ‘칼칼단짠짭쪼름’ 하니 괜찮았다. 여사장님은 남대문시장 갈치조림골목서 15년 내공을 쌓은 후 독립해 이곳에 개업했다. 옆 테이블서 주문한 청국장 냄새가 후각을 맹렬히 자극했다. 근래 맡기 드문 제대로 꼬릿한 냄새였다. 그래서 청국장을 위해 재방문 리스트에 올렸다. 가성비가 좋은 곳이다. 구복만두에 이어 연타석 홈런.     


추어탕 전문인데 꼬막무침 맛집  

이 식당을 표현하자면 “남영동골목 벌교 아낙의 손맛이 유려하다. 꼬막무침에 들어간 참기름 맛이 오묘하다. 추어탕은 걸쭉함에 고소한 맛이 풍성하다”라고 할 수 있다.       


테이블 중앙에 꼬막무침이 꽃처럼 폈다. 은은한 참기름 향이 먼저 후각을 기분 좋게 파고들었다. 파, 마늘, 양파, 청홍고추 등을 잘게 깍둑 썰어 간장베이스의 고소하고 달달한 양념장과 섞어서 찰 지게 삶아낸 꼬막 위를 수를 놓았다. 질 좋은 참기름 맛이 꼬막 맛을 웅숭깊게 했다.  


‘남원원추어탕’집은 간판대로 추어탕이 주력이지만 매생이, 꼬막 등을 메뉴판에 없는 제철 음식을 선보인다. 11월부터 3월까지 꼬막무침을 선보인다. 한 접시 넘치듯 담아내는 꼬막은 여사장님 고향인 벌교에서 직접 공수한 것이다.      


벌교 꼬막은 육질이 단단하고 쫄깃하면서도 짭조름함 뒤에 단맛이 따라오는 게 특색이다. 예로부터 임금님 수라상 8품 중 1품으로 오랫동안 최고의 식재료 지위를 누리고 있다. 특히 벌교 산은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타우린성분이 풍부해 간 해독과 보양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참꼬막은 주름 수가 적고 골이 깊다. 시중 좌판에 나와 있거나 마트를 통해 대량 유통되는 것은 새꼬막으로 잔주름이 많고 껍질이 얇은 게 특징이다. 꼬막 살색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게 양념장을 덮어 내오는 데 국물이 생기질 않아 깔끔한 게 맛의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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