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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삼겹살데이…잊지 못할 삼겹살 식당의 추억

20년 전 축협서 한돈 소비촉진 위해 만든 날...춘천식당ㆍ통술집

 20년 전 축협서 한돈 소비촉진 위해 만든 날 

용산 땡땡건널목 초입 냉동삼겹 ‘춘천식당’   

코로나 여파 폐업한 서울미래유산 '통술집'   


3월 3일 오늘은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이하 한돈자조금)에서 정한 삼겹살데이다. 올해로 20주년을 맞는 꽤나 역사가 있는 기념일이다. 밸런타인이나 빼빼로데이 등 ‘데이마케팅’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국산 돼지고기 소비를 촉진하자는 한돈 마케팅은 은근히 ‘국뽕’이 작용한다.      


한돈자조금은 우리 돼지 한돈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고 소비 확대를 위해 ‘한돈으로 더 행복한 삼겹살데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대적인 할인 프로모션과 다양한 혜택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삼겹살데이 전후로 온·오프라인 판매처를 통해 약 1,000여 톤 이상의 한돈을 판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필자는 쿠팡에서 선진에서 나온 오겹살 수육용 냉장 한돈을 가끔 구매하곤 하는데 최근 24%까지 할인된 가격을 보고 왜 이러나 싶었는데 삼겹살데이 마케팅 중이었던 것이다. 이 제품은 높은 인기로 이미 품절이 됐다.        

한돈자조금 공식 몰인 ‘한돈몰’에서도 오는 10일까지(평일 한정) 한돈 삼겹살 세트를 50% 할인된 가격으로 총 4,500세트 한정 판매한다. 한돈몰을 둘러보니 삼겹살은 이미 모두 팔렸고 목살과 다리살, 특수부위 등만 남았다. 우리 국민들의 삼겹살 사랑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3일과 4일 삼겹살데이 기념으로 동아일보 앞 청계천 광장과 청주 서문시장에서는 한돈을 50% 이상 할인 판매하고 현장에서 시식회를 갖는 등 다채로운 현장 이벤트가 진행된다. 삼겹살데이는 지난 2003년 파주연천축협에서 한돈 소비 활성화를 위해 숫자 3이 두 번 겹치는 3월 3일을 삼겹살 먹는 날로 지정한 것이 시초다.      

챗GPT “삼겹살데이는 가족·친구와” 

요즘 대유행하는 챗GPT에게 삼겹살데이에 대해 물었더니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삼겹살과 술을 즐기는 날’이란 답을 내놨다. 사진은 야간답사전문 ‘낭만야행’ 팀.

‘삼겹살데이’에 대해 요즘 대유행하는 챗GPT에게 물었다. ‘삼겹살데이에 대해 알아봐 주세요’라는 답으로 챗GPT는 ‘삼겹살데이는 대한민국에서 매년 3월 3일에 맞이하는 특별한 날입니다. 이 날은 삼겹살과 술을 함께 즐기는 날로서, 일종의 소풍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날은 (’삼‘자와 ’사‘자가 들어간 3월 3일을 뜻하는 '삼사일'이라는 날짜로), 삼겹살을 먹는다는 뜻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삼겹살 데이는 대개 집에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삼겹살을 먹으며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식당에서 삼겹살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곳도 많이 있어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이벤트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삼겹살 데이는 단순히 삼겹살을 먹는 것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김치, 상추, 마늘 등 다양한 반찬들과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또한, 술도 함께 마시는데, 대개는 막걸리나 소주를 함께 즐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러한 삼겹살 데이는 매년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되며,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날이 되고 있습니다.’라는 답을 순식간에 내놨다.     


오픈AI의 지능에 놀랐고 내용의 정확도에 두 번 놀랐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술과 함께 즐기는 데 주종은 소주, 막걸리가 일반적이라는 답은 우리 식문화를 잘 반영하고 있는 듯했다. 물론 약간의 오류(괄호 부분)도 있지만 이 정도면 B학점 이상이다.    

      

삼겹살 한 점에 떠오르는 할머니 손맛     

 

삼겹살 하면 인상 깊게 떠오르는 식당 두 곳이 있다. 먼저 한 곳은 최근 다녀온 용산구 한강로3가에 있는 ‘춘천식당’이다. 이곳은 칼럼을 통해 소개한 바 있는 곳이지만 삼겹살은 최근에야 처음 맛봤다. 직장인들로 구성된 야간답사(야행) 모임에서 신용산지역을 답사했다. 코로나로 인해 중단됐던 평일야행, 일명 낭만야행을 재개했다.      


직장인들을 위한 야행으로 시작했는데 자영업자, 전업주부까지 가세해 모임이 풍성해졌다. 용산 삼각지 문화지평 사무실에 모여 전상봉 서울시민연대 대표의 답사 사전 설명을 시작으로 일제강점기 풍국제분이 있던 오리온제과부터 돌아가는 삼각지~용리단길~신용산 강점기 철도관사지역까지 두루 살폈다. 답사를 마치고 땡땡건널목 가는 길목에 있는 ‘춘천식당’에서 뒤풀이를 했다.     

 

“40년 외식인생 은퇴를 축복합니다”

춘천식당의 삼겹살 메뉴. 냉동삼겹이지만 풍미가 좋은 원육을 제공한다.

춘천식당은 백반을 주로 파는 곳이지만 삼겹살도 제법 찾는 곳이다. 일전에는 15명이 한꺼번에 들이닥쳐서 할머니 사장님을 당황스럽게 했기에 이번엔 사전에 연락을 드렸다. 예약이라기보다는 연락이 맞는 분위기를 가진 노포다. 오면 오는가 보다 안 오면 안 오는가 보다란 마음인 것이다. 이번엔 9명이 곱게(?) 방문해 삼겹살을 주문했다.          


아무렇게나 담겨 나온 냉동삼겹살이 심드렁하게 식객을 쳐다보는 듯했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불판에 노릇하게 구워서 할머니표 김치와 갖은 반찬들을 곁들이니 웬만한 삼겹살 전문점 뺨치는 고소한 맛이다. 삼겹살은 신김치, 콩나물무침과 만나면 풍미가 상승한다는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춘천식당 역시 이들 곁들임 반찬 이외에 고추장아찌, 새콤 달콤 오이무침 등이 입맛을 돋운다.      


삼겹살구이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심금을 두드리는 한복전문점 황금바늘 김영미 원장이 아리랑, 청산리 벽계수야 정가(正歌)를 들려줬다. 정가를 취미로 했지만 지금은 전문가 반열에 올라 무대에도 많이 오르는 실력파다. 야행을 완벽하게 마무리해 준 급조된 소박한 무대였다.      


냉동삼겹은 굽다 보면 물도 많이 생기고 풍미가 맹탕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싹 지웠던 춘천식당 할머니표 삼겹살. 그 풍미를 계속 느낄 수 있을지 미지수가 됐다. 지난달 말로 할머니가 체력 때문에 식당을 넘기고 40년 외식인생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주인이 바뀌면 당연히 맛도 달라지겠지만 삼겹살 풍미는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할머니 사장님 사진 한 장 못 남긴 것이 못내 아쉽다. 40년 외식인생 은퇴를 축복드린다. 할머니 사장님은 은퇴했지만 춘천식당은 여전하다. 어떤 변화가 있는지 조만간 한번 찾을 예정이다.      


코로나 여파로 61년 만에 폐업 

서울미래유산이었던 ‘통술집’은 코로나 여파와 오랜 외식인생이 겹쳐 폐업을 결정하고 지난해 초 문을 닫았다. 이 식당은 질 좋은 냉장삼겹과 돼지갈비가 유명했다. 고수덕 여사.

 

삼겹살과 할머니가 겹치는 또 한 곳은 서대문로터리 근처에 있는 ‘통술집’이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이곳 역시 연세가 지긋하신 고수덕 할머니가 운영하던 곳이다. 코로나 2년간 적자가 커서 살던 집까지 팔아 빚을 다 정리하고 가게 역시 그만뒀다는 후문이다.      


1961년 개업해 61년을 영업하고 문을 닫은 기막힌 운명을 가졌다. 한 장소에서 한 갑자를 버텨내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창업주는 1950년대 말 전남 광양서 상경해 한국전쟁을 겪는 등 고단한 타향살이를 하다가 난생처음 창경궁 나들이를 가던 날 복권을 산 것이  당첨돼 60만환을 당첨금으로 받았다. 이를 밑천으로 고 여사 부부는 24살 때 드럼통 탁자가 3개를 들여 통술집을 열었다. 대표메뉴인 돼지갈비는 비법 레시피로 60년을 팔았던 효자 종목이다.      


코로나는 장사 잘되는 맷집 좋은 노포라고 봐주지 않았다. 적자가 늘었고 월세가 밀렸다. 건물주가 밀린 월세를 독촉하지 않아서 누적 적자가 그리 큰지 몰랐다고 했다. 하도 오랫동안 한 곳에서 장사를 해서 건물주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워낙 싸게 팔아 남는 게 많지 않아 건물 살 엄두를 못 냈다고 한다, 필자도 당시 굳게 닫힌 가게 문에 써 붙여 놓은 폐업 안내 문구가 기억난다.      


‘60여 년 동안 써 내려온 삶의 이야기를 2022년 1월 3일로 끝맺으려 합니다. 그동안 통술집을 찾아주시고 함께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추억으로 여러분의 기억 속에 남아있길 바라며,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통술집 할매’      


삼겹살 하면 두 분의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늘 따라다닐 것 같다. 부디 여생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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