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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 전야 음악회와 함께 하는 전주 맛집

‘조점례남문시장피순대’ ‘우전재자연밥상’ ‘경기전막걸리’

뭐든지 듬뿍 담아주는 ‘조점례남문시장피순대’ 

약선음식 기반 자연건강요리 ‘우전재자연밥상’

식당상호와 달리 깜짝 요리맛집 ‘경기전막걸리’           


올해도 전라북도 전주에 몇 번 내려갈 일이 생겼다. 24회째 맞는 전주국제영화제(4월 27일~5월 6일) 전야행사로 열리는 음악회 관련 일이다. 필자는 지난해엔 음악회 게스트로, 올해는 호스트로 참여하고 있다. 음악회는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인 김생기 나래코리아 대표가 전적으로 담당하면서 영화제 전야를 밝히고 시작을 알리는 주요 행사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이번 음악회는 전주교육대학 개교 100주년과 연계해 열려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4일 전주교대에서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하는 나래코리아&전주교육대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 음악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상호협력 협약서를 교환하는 협약식이 열렸다.           


개교 100주년 전주교대와 함께 개최

  

나래코리아와 전주교육대학교는 14일 기념 음악회의 협약식을 열고 성공적 개최를 위한 상호협력 협약서를 교환했다.

전주교대 박병춘 총장은 “‘백년을 넘어 새로운 백년으로’를 모토로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래코리아 음악회와 협업해 전주 지역 주민들에게 좋은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생기 대표는 “대한민국 3대 국제영화제인 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하는 음악회를 전주교대 100주년 기념행사와 연계하는 만큼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음악회는 하진석 콘텐츠네트워크 대표가 총연출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음학회는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전날인 4월 26일 오후 7시 전주교대 황학당에서 열린다. 왕주철 예술감독 지휘봉을 잡고 송미령 예원대 한지조형학과 교수가 사회를 본다.           


해금 이동훈, 피아노 강소연, 소프라노 송난영, 바리톤 석상근, 가수 이상우, 전주소년소녀합창단, 전주라보체합창단, 국악앙상블 호남시나위가 출연해 다양한 음악 세계를 선사한다. 1부는 ‘천년고도 전주를 그리며’라는 주제로 합창, 국악앙상블, 피아노·해금 협연이 펼쳐진다. 2부는 ‘그리움, 아시아의 파리 전주’라는 제목으로 가곡, 오페라 아리아가 이어지고 대중가수 이상우의 무대로 마무리한다.            


국제영화제의 도시 전주가 전야 음악회로 문화예술적 다양성을 갖게 될 전망이다. 예부터 전주는 예향의 도시로 이름나 있다. 거기에다 2012년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음식창의도시에 국내 유일한 도시로 선정됐다. 전주 230여 개의 지방 도시 중에서 2개의 왕조가 창업된 유일한 도시다. 19세기 후백제 왕조와 14~19세기까지 500년간 이어져 온 조선왕조의 고장이다. 왕조 도시로 12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역사뿐 아니라 전통문화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전통가옥인 한옥, 유네스코에서 인정한 음식,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판소리 등을 지금까지 보존 계승하면서 창조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도시다. 국립무형유산원이 전주에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주에 있는 '한옥마을'은 700여 채의 한국 전통의 주택들이 모여 있는 유일한 도심 속 군락지로 관광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한국 관광의 별, 자연관광 으뜸명소로 지정된 바 있고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에서는 세계최초로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됐다. 특히 세계적 여행지 미쉐린가이드가 선정한 대한민국의 꼭 가봐야 할 명소 소개될 정도로 주목받는 맛의 도시다.           


피순대·돼지부속 듬뿍 인심 좋은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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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점례남문피순대’의 순대국밥과 모둠고기(小)와 식당 외관

필자는 한 끼라도 더 맛보기 위해 새벽기차를 타고 전주에 도착하자마자 남부시장의 ‘조점례남문피순대’로 향했다. 전주는 비빔밥, 한정식, 콩나물국밥, 오모가리탕과 막걸리전문점이 유명하다. 대부분 맛을 봤지만 피순대는 처음이라 잔뜩 기대를 하고 갔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특별하진 않았고 평범했다.           


순대는 종류가 참 많은 음식 중 하나다. 찹쌀순대, 찰순대(당면순대), 고기순대, 아바이순대, 곰순대, 오징어순대, 명태순대, 백암순대, 병천순대, 피순대, 연변순대, 채소순대, 암뽕순대 등 지역마다 집집마다 특색을 입힐 수 있는 음식이다.           


피순대는 충청도와 전북, 서부 경남 일부 지역에서 만들어 먹었던 향토음식이다. 찹쌀이나 당면, 고기 등의 소가 아닌 선지가 많이 들어간 순대다. 그래선지 식감이 찐득한다. 당면순대의 씹는 맛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다소 생소한 식감과 맛이다. 전주 한옥마을 특수로 인해 인근 남부시장의 피순대가 유명세를 탔다.     

      

‘조점례남문피순대’의 장점은 오전 6시부터 영업을 하기 때문에 이른 아침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순대국밥의 내용물이 풍성하고 모둠고기 양이 많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음식 인심이 좋고 시장구경을 곁들일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팁을 하나 더한다면 식후 커피는 남부시장 입구 ‘로미루미’를 추천한다. 질 좋은 원두커피를 가성비 좋게 마실 수 있는 곳이다. 길냥이를 키우는 곳이라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집사’들에겐 더없이 좋으리라 생각된다.     

      

고즈넉한 한옥채 온화한 밥상이 매력

우전재의 버섯모둠전골과 정갈한 밑반찬, 강황밥. 한옥채를 배경으로 이번 음악회 이수정 홍보기획위원과 여사장님(우측).

점심식사는 음악회 협약식을 앞두고 전주교대와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우전재자연밥상’이란 곳에서 협약 양측 ‘식구’들이 모여 버섯모둠전골로 배를 채웠다. 향토음식 전문가의 버섯모둠전골 한상은 정갈함과 맛의 균형감이 좋았다. 


화학조미료는 물론 파, 마늘조차도 맛이 섞일까봐 안 쓰는 것이 이 식당의 강점이다. 버섯전골에는 표고, 새송이, 능이, 만가닥버섯들이 듬뿍 들어간다. 오가피장아찌, 우엉무침을 비롯해 갖은 채소와 나물무침의 구성을 보니 여사장께서 약선요리 공부를 하신 듯하다. 알고 보니 폐백음식과 전통주 장인이이다. 샛노란 강황밥의 풍미와 마무리 모과차의 온화한 맛으로 만족스러운 한 끼를 했고 전주맛집 리스트에 우전재란 이름을 올렸다. 

               

우전재는 서울에 있던 한옥인 백운각을 전주로 옮겨 이축한 것이다. 조선 숙종대 좌의정까지 지낸 문신인 박세채(1631년~1695년)가 서울시 마포구 현석동 177번지 옆 언덕에 지어 소동루라 불렀다. 박세채는 말년을 소동루에서 보내며 집필 중 언제나 문을 열고 강 위에 날아다니는 갈매기와 황포돛배의 매력을 감상했다고 한다.           


그가 죽자 소동루는 삼화장으로 불리며 한때는 대원군의 소유가 되기도 했다. 이후 대한민국이 들어서며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 그린파크 호텔 부지로 옮겨져 선운각, 백운각 등으로 불렸다. 백운각 폐업 후 2011년 현 위치의 우전재(宇田齋)로 옮겨져 자리하게 됐다. 한옥이 주는 고즈넉함과 건강식의 조화가 좋은 식당이다. 전주비빔밥, 콩나물국밥 등을 접해 봤다면 우전재의 버섯모둠전골을 추천한다. 소고기전골과 황태북어국도 인기 있는 주력 메뉴다.      


점심식사 후 전주교대로 자리를 옮겨 협약식을 가졌다. 실무진들은 음악회가 열리는 황학당 현장 점검을 했고 필자는 한옥마을을 돌아다니며 주전부리와 또 한 끼의 식사를 감행(?)했다. 전주 향토음식이 아닌 평범한 갈치조림을 선택했으며 정갈한 반찬이 인상적이었다. 저녁에 반주를 하면 좋겠다는 느낌이 들었던 식당이었다. 식당명은 웨딩의 거리에 있는 ‘소담가’.          


전주 막걸리집 이미지 바꾼 환상의 한상

‘경기전막걸리’의 풍성한 한상과 음악회 성공을 기원하는 박병춘 전주교대 총장과 김생기 나래코리아 대표(서 있는 사람) 등 관계자들.

전주 시내를 몇 바퀴 돌고 나니 저녁시간이 됐다. 약속 장소인 한옥마을 경기전 앞 ‘경기전막걸리’에 도착하니 필자가 가장 늦었다. 서둘러 상위에 있는 음식 사진을 찍고 식사를 시작했는데 그동안 알고 있던 전주 막걸리집에 대한 인상을 바꿔 놓을 만큼 음식 수준이 질적으로 높았다. 막걸리집이라고 해서 거친 음식을 예상했는데 하나같이 정갈하고 푸짐했다.           


통영 다찌와 함께 술상 한상차림 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전주막걸리는 그동안 필자에게 맛보다 양으로 밀어붙이는 곳으로 인식되어 있었다. 그러나 경기전막걸리의 육전, 두부김치, 홍어삼합, 오징어볶음과 소면, 낙지탕탕이, 백숙, 가오리날개찜, 양념피조개 등 끝없이 날라져 나오는 안주는 기대 이상이었다. 다음번 전주행에는 또 어떤 메뉴의 한상이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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