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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엔딩 아쉬움 달래준 경동시장 지하식당가

‘안동집손칼국시’ㆍ‘호남식당’ㆍ‘벌교식당’

칼국수·수육·배추전 좋은 ‘안동집손칼국시’

채소 비빔밥·홍어내장탕 일품 ‘호남식당’

회·찜·무침·탕 홍어 요리 전문 ‘벌교식당’      


지난 8일 벚꽃을 즐기기 위해 국립산림과학원을 찾았다. 기후변화로 인해 평년보다 벚꽃 개화가 빨라서 예정보다 일주일을 앞당긴 행사였는데도 불구하고 끝내 나뭇가지에 달린 꽃은 못 봤다. 대신 발아래 지천으로 널린 화우(花雨)의 흔적을 지르밟는 것으로 올 벚꽃과 이별을 고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다. 접근이 쉬운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홍릉수목원 안에 위치해 있다. 과학원은 산림의 기능과 가치, 임업․임산업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일반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1999년 11월 6일에 개관했다. 모태는 일제강점기인 1922년 문을 연 임업시험장이다. 조선임업시험장, 국립임업시험장, 임업연구원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2004년 지금의 국립산림과학원으로 개칭했다. 임업시험장의 역사를 이어받아 지난해 100주년 기념식을 치렀다.     


도심에 고즈넉한 풍경을 가진 이곳은 명성황후 민 씨가 을미사변 때 살해당하고 안장됐던 홍릉이 있었다. 고종이 승하하면서 남양주 홍릉에 고종과 합장되면서 지금은 터만 남았다. 일제 낭인들의 만행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한 한 나라의 국모가 누워 있던 자리에는 이름 모를 풀들이 대지 위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었다.     

 

100년 된 홍릉숲에서 벚꽃엔딩

   

인문역사공동체 문화지평은 지난 8일 청량리 홍릉숲을 찾아 산림자원에 대한 해설을 들었다.

이날 홍릉숲 안내는 산림과학원 강진택 연구관이 안내와 해설 자원봉사를 했다. 그는 산림ICT연구센터 연구관으로 디지털트윈기술, 스마트지능정보기술 개발과 산림생장 및 측정 등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연구를 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 이어 두 번째 과학원을 안내해 줬다. 지난번에 없었던 박물관에는 다양한 숲과 목재 이야기가 그득했다.      


강 연구관은 이날 이산화탄소 저감화와 기후변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숲의 기능과 우리가 산림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우리 국토 산림 대부분이 사유림이란 사실에 대해 참석자들이 놀랐고 이로 인한 산림정책의 양면에 대해서도 알게 된 유익한 시간이었다.      


두 시간 반가량 과학원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면서 우리 강산에 분포해 있는 다양한 초본과 수종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봄이라서 새순이 파릇하게 올라오는 초본식물들의 모습은 봄을 봄답게, 상춘객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기 충분했다. 뒷산은 천장산으로 산책코스가 잘 정비돼 있다. 주말인 토·일요일엔 일반인에게 개방이 되고 해설사까지 운영한다고 하니 나들이로 좋은 곳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시간이다. 때마침 적당한 거리에 경동시장이 있다. 시장은 특유의 시장음식이 발달해 있다. 경동시장 역시 국내 최대 시장답게 먹거리가 지천이다. 그러다 보니 식당들의 식재료 역시 다양하고 양도 풍성하다.     


1960년 개장한 경동시장 현대화 박차

1960년 개장한 국내 최대 시장인 경동시장은 최근 장보기 편의를 위한 캐노피와 파사드 설치 등 현대화에 박차를 가했다.

경동시장과 청량리시장은 약 22만㎡의 넓이로 그 안에는 동대문구 인정시장 10곳 가운데 7곳이 있다. 또 주변에는 인정시장에 버금가는 골목시장과 주변상가가 있다. 블록 외부에는 서쪽에 서울약령시, 북쪽에는 음료 도매상이 밀집해 있는 깡통시장(제기상가번영회), 그리고 남쪽에는 청량리수산도매시장과 야채수산시장이 있다.     


블록에서 비상업지역을 제외하면 약 17만㎡의 광대한 시장이다. 면적으로 보자면 동양최대라고 하는 가락시장의 3분의 1 정도지만 상인수와 상업공간만을 따지면 시장으로서는 국내 최대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캐노피 공사와 파사드도 새로 만들었다. 전통시장 분위기를 새롭게 바꾸는 데 공을 들이는 모습니다. 경동시장 개설연도는 1960년 6월이며 농산물의 도매업이나 소매업의 직거래 유통을 하고 있다. 거의 모든 농산물을 골고루 갖추고 싸게 파는 시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1980년 8월에는 시장 근대화사업을 촉진시켜 근대 시장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1982년에는 신관 건물을 지어 경동 신시장을 개장하고 1985년 5월에는 경동 빌딩이 준공되는 등 확장을 거듭했다. 수산물 시장, 의류전문 상가(신관 2층)와 화훼 전문 상가(신관 3층)를 개장하는 한편 청년몰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은은한 멸치 육수에 부드러운 면

  

경동시장 신관 지하1층 식당가서 가장 유명한 안동집손칼국시.

신관 지하1층에는 홍어와 수산물, 폐백음식 상가와 함께 제법 규모 있는 식당가가 들어서 있어서 시장 고객들과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안동집손칼국시’로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칼국수 전문점으로 콩가루를 넣어 자가제면한 후 맑은 멸치 육수에 말아낸다. 시원한 국물에 양념장과 다진 마늘, 청양고추를 기호대로 조합하면 한 끼 식사로 든든하다.      


조를 상당히 많이 넣어 지은 조밥을 노란 배추속 위에 얹어 쌈장을 발라 먹으면 옛 고향의 맛이 따라온다. 참고로 필자 본향이 안동이라 어려서부터 ‘밀가리’에 ‘콩가리’ 섞은 안동국시를 수도 없이 먹어왔다. 조밥을 남은 칼국수 육수에 말아도 맛이 딱 떨어진다. 가격 착한 수육에 막걸리 한잔을 곁들이다가 배추전(안동에서는 배차전이라 불러야 제맛이 난다)을 주문할라치면 다른 일을 하다 말고 프라이팬을 달군다.      


‘치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갓 부쳐낸 배추전은 한 입 베어 물면 바삭하고 두 입 베어 물면 고소하다. 사시사철 채소를 파는 시장이 곁에 있는 덕에 다양하고 싱싱한 식재료가 특징이다. 게다가 가격까지 합리적이다 보니 주말에 시장을 찾는 손님이 많고 식당가도 덩달아 붐빈다.  

    

홍어 요리 잘하는 전라도 식당들

호남식당의 비빔밥과 홍어내장탕(상단)과 벌교식당의 홍어찜과 홍어회.

필자는 이날 비빔밥과 홍어내장탕이 좋은 ‘호남식당’에서 1차를 했다. 호남식당 비빔밥엔 채소가 뽕잎, 원추리, 두릅, 콩나물, 취나물, 무, 시금치, 도라지, 청경채, 갓과 묵나물 등 무려 열 댓가지 들어간다. 달짝지근한 고추장에 시장표 참기름을 붓고 계란 프라이를 터트려 쓱쓱 비비면 ‘천상의 맛’이 딸로 없다. 특히 원추리와 두릅의 향긋한 풍미가 봄날 입맛을 제대로 저격했다.     


2차는 홍어전문 벌교식당에서 홍어회와 홍어찜을 주문했다. 이 식당은 신관 지하1층 한자리에서 40년을 훌쩍 넘긴 가장 오래된 식당이다. 홍어탕과 홍어무침 등 홍어로 하는 요리는 죄다 취급한다. 이날은 외부로 가져갈 홍어회를 무치면서 맛보기로 작은 접시에 담아주는데, 빙초산을 쓰지 않고 막걸리식초를 사용해 달달한 게 입맛을 한껏 돋웠다. 3차로 안동집손칼국시까지 한번 들어서면 빠져 나오기 힘든 곳, 경동시장 신관 지하1층 식당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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