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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나기를 도와준 따끈한 탕국집

‘방일해장국’ㆍ‘약수순대국’

육수·채수 조합 좋은 선지해장국 맛집 ‘방일해장국’

종일 설설 끓인 육수와 질 좋은 고기 ‘약수순대국’     


요 며칠 날씨가 푹하다. 봄을 알리는 훈풍이 코끝에 느껴진다. 이미 입춘은 지났으니 음력 절기로는 이미 봄이 맞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한 번쯤은 몽니를 부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또한 어느새 봄의 기다림 중 하나다. 그래야 봄이 더욱 포근하게 느껴질 테니까.      


해마다 새해 첫날이나 입춘 때면 새해맞이, 봄맞이를 앞세워 한양도성 한 바퀴를 도는 ‘순성놀이’를 해오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4일 ‘계묘입춘순성’이란 이름으로 십여 명이 의기투합해서 동대문부터 동대문까지 원점회귀 한양순성을 했다. 오전 8시에 시작해서 점심식사 시간을 포함해 저녁 6시에 도착하는 10시간 코스다.      


한양도성은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 1396년에 수도를 한양으로 옮긴 후 궁궐과 도시를 방위하기 위해 지은 도성이다. 한양도성에는 성벽뿐 아니라 숭례문, 흥인지문, 숙정문을 비롯해 지금은 사라진 돈화문 등 서울 4대문과 4소문도 포함된다.     


한 때는 '서울 성곽'이라고 불렀지만 2011년 7월 사적의 통일된 지정명칭 부여 사업 일환으로 한양도성으로 변경됐다. 그래도 여전히 서울 성곽이라는 단어는 통용되고 있다. 서울시가 정한 도성 순성길 명칭도 '서울 성곽길'이다.     


한양도성 한 바퀴 10시간 코스 ‘순성놀이’ 

‘계묘입춘순성’이란 이름으로 입춘맞이 한양도성 순성놀이를 했다. 서울KYC 한양도성길라잡이 목멱구간 이충미 해설사가 남산 초입에서부터 해설을 했다. 

순성놀이는 원형이기 때문에 좌우 두 방향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날은 동대문에서 남산 쪽 방향을 선택했다. 이 구간은 목멱구간이라고 한다. 또 한 방향은 동대문에서 낙산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어느 방향이 좋다 안 좋다를 논하기는 어렵다. 두 코스 모두 나름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또 출발지는 동대문뿐만 아니라 남대문, 창의문, 혜화문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날도 좋았지만 입춘이라서 그런지 왠지 포근하게 느껴진 하루였다. 이날 참석자 중 서울KYC 한양도성길라잡이 이충미 해설사가 참여해 목멱구간을 알뜰하게 설명해 줬다. 무작정 도성 벽을 타라 걷는 것보다 중간중간 설명을 듣고 가면 힘도 덜 들뿐 아니라 우리 역사문화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10시간 동안 4대문과 4소문, 4개의 내사산을 지나면 상당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순성 중간에 위치한 스탬프를 찍고 완주 기념 배지를 받으면 뭔가를 하나 이뤘구나란 마음이 들기 충분한 코스다. 독자들께 한번 돌아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유명산 입구서 유명세 타고 전국 진출

   

전국적으로 제법 많은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는 방일해장국의 대표메뉴인 선지해장국.

이날 점심은 옛날로 따지면 돈의문 옆에 있던 ‘방일해장국’이다. 돈의문은 서울 4대문 중 하나로 1396년(태조 5년) 건립된 한양도성 축조 당시 서쪽 대문의 정식 명칭이다. 임진왜란 때 불에 타서 숙종 때인 1711년 다시 건립됐으나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훼철했다. 정확한 위치는 강북삼성병원과 경향신문 사이 가장 높은 언덕배기다.     


예전에는 방일해장국 옆 보리밥집을 주로 이용했지만 코로나 여파인지 몰라도 최근 폐업했다. 순성놀이를 하면서 제법 많이 들렀던 곳이고 식객의 한 사람으로 안타깝고 아쉽다. 방일해장국은 경기도 유명산 입구에서 해장국으로 시작한 식당이다. 사골과 잡뼈를 이용해 육수를 내고 대파로 맛을 잡는다. 콩나물, 무 등 야채에서 우러난 채수와 육수의 조합은 언제나 옳다. 동치미와 육수의 조합이라 맛이 시원한 냉면과 같은 원리다.

     

해장국물에 두툼한 선지를 넣어 온종일 펄펄 끓이면 기름진 깊은 맛의 해장국이 완성된다. 선지와 내장이 들어간 해장국이 대표메뉴다. 약간 매콤하게 끓여낸 스타일이며 내장탕은 맑게 끓여낸다. 테이블 위에 고추기름과 후추가 있어서 기호대로 매운맛을 더할 수 있다. 시원한 매운맛을 원할 때는 청양고추를 더 달라고 하면 된다.        

이달 1일부터 가격이 1,000원씩 인상돼 해장국, 소고기국밥, 추어탕은 1만1,000원, 도가니탕 1만4,000원, 내장탕은 1만5,000원이다. 가평군 설악면에 있는 본점이 이보다 훨씬 싼 가격에 음식을 내놓는다. 다양한 탕은 물론 수육과 곱창천골까지 접할 수 있어서 식객은 물론 주객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이다.   

  

식당 앞이 늘 대기손님으로 장사진

깔끔한 육수와 익지 않은 깍두기 조합이 좋았던 약수순대국.

그러고 보니 이번 겨울을 지나면서 몸을 덥혀줬던 따끈한 국물 요리 맛집 몇 곳 더 생각난다. 그중 ‘약수순대국’은 인기를 맛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곳이다. 중구 약수동 약수역 인근 골목에 있는 약수순대국은 문 앞이 늘 장사진이다. 줄 서기를 싫어하는지라 그때마다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렸는데, 그곳은 가나안뼈해장탕이다. 이곳 뼈해장탕은 흔히 말하는 돼지감자탕이지만 멋진 네이밍으로 맛을 끌어올렸다. 실제로 국물이 시원하고 칼칼하니 맛도 제법 있는 곳이다.      


약수순대국을 찾은 날 아침 11시에도 줄이 제법이다. 한 이십 분 정도 기다리다 입장했다. 날이 그나마 따뜻했길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앞집 해남순대국으로 갔지 싶다. 기다림 끝에 접한 약수순대국, 성과가 있었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깔끔한 국물이다. 맛을 어찌 이리 잘 잡았을까 싶다. 육수가 혀에 착 감기는 게 달디달다. 익지 않은 깍두기와 조합이 좋다.      


깨끗하고 통통한 새우젓 맛도 제 몫을 한다. 따끈한 밥을 먼저 담고 그 위에 갖은 부위 삶은 고기와 순대를 올리고 온종일 설설 끓인 뜨거운 육수를 부어 나온다. 그리 넓지 않고 세월의 때가 적당히 묻어 있는 매장은 순대국집 특유의 누린 냄새나 잡내가 없다. 다만 기다리는 손님들의 압박으로 인해 수저질이 빨라지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순대국 보통에도 부속물이 충분히 들어있어 굳이 특(特)을 시키지 않아도 될 정도다. 공직출신으로 평소 취미로 음식을 했다는 창업주의 레시피 치고는 상당한 맛이다. 맛도 맛이지만 넉넉한 양과 제대로 담근 김치, 깍두기도 방일해장국의 자랑거리다.      


한편 우리 국물 음식 문화는 국, 탕, 찌개, 전골 등 크게 네 종류로 나뉜다. 조리법과 차림새, 섭취법에 따라 구분된다. 국은 국물이 주를 이루는 음식이다. 굳이 비율로 따지면 국물이 6이나 7할쯤 된다. 1인당 그릇에 담아 제공되고 별도 양념을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탕은 국보다 격이 높다. 설렁탕, 갈비탕, 곰탕 등 육수 내는데 기여하고 사라지는 재료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과 같이 개인 그릇에 담지만 상에 올린 뒤에 소금, 파, 후추 등 등 양념을 더해 먹을 수 있다.      


찌개는 고기나 어패류에 각종 채소를 넣고 간장, 된장, 고추장, 새우젓 등으로 간을 맞춘 국물이 자작한 음식이다. 국과 반대로 국물보다 건더기 비율이 높다. 전골은 냄비에 고기, 내장,  채소 등 원재료를 넣고 미리 만든 육수를 부은 후 상에서 요리해 가면서 먹는 음식이다. 이번 칼럼은 한해 겨울 이들 국물 요리로 인해 따끈하게 보낸 고마움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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