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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천릿길 오가며 방랑식객이 찾은 맛집

장흥 ‘미청식당’ㆍ전주 ‘한울식당’ㆍ부안 ‘갯마을맛집’

맛좋은 정남진한우로 끓인 곰탕 ‘미청식당’

전주한옥마을 초입 야무진 손맛 ‘한울밥상

아름다운 풍광 변산 국립공원 ‘갯마을맛집’   

  

5월은 별칭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계절의 여왕’, ‘가정의 달’ 등이다. 계절의 여왕이란 말은 완연한 봄기운 속에 신록(新綠)이 산천을 물들이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연녹색 어린잎과 새순이 파릇하게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 자연에 대한 경외를 느끼게 한다.      


가정의 달이란 말은 많은 관련 기념일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 날, 어버이 날, 부부의 날 등 가족 행사와 함께 스승의 날도 있다. 군사부일체라고 했으니 스승의 날도 가족행사 범주로 넣을 수 있다. 근로자의 날 역시 근로 대신 가족과 휴식 시간을 보내란 의미가 담겼다. 성년의 날도 한 개인의 기념비적 날이자 가족이 함께 축하하는 의례 날이다.      


두 별칭을 놓고 보면 계절이 가장 좋을 때 많은 가족 행사를 즐겁게 치르란 의미가 읽힌다. 그런데 최근 들어 5월이 차지하고 있는 계절의 여왕 지위가 흔들린다. 기후 변화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5월에 피던 꽃의 개회시기가 4월로 앞당겨졌고 신록 역시 일찍 찾아오고 있다. 이 추세라면 언젠가는 계절의 여왕 자리를 4월로 물려주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계절의 여왕 타이틀을 4월과 5월이 공유하는 과도기가 아닐까 싶다.     


계절이 좋다보니 전국에서 많은 축제와 행사가 풍성하게 열리고 있다. 여름과 겨울에 열리는 물 축제와 얼음 축제를 빼면 대부분 축제가 봄과 가을에 몰려 있다. 이유는 당연히 외부 활동하기 좋은 날씨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 방역 정책의 변화로 외부 행사에 대한 제약이 풀리자 전국 방방곡곡에서 축제와 행사 소식이 들린다. 필자도 관련해서 장흥, 전주, 부안 등 천릿길이 훨씬 넘는 남도길을 누볐다.      


맛과 멋이 어우러진 예향의 고장

     

24회 전주국제영화제를 기념하는 전야음악회에서 멋진 화음을 선보인 전주소년소녀합창단(위)과 우중이었지만 수많은 축제관람객이 몰린 제10회 부안마실축제 야경.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6일까지는 예향의 도시 전주에서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렸다. 42개국에서 모두 247편이 출품된 명실공이 국제적인 영화제다. 이번 영화제는 원도심 ‘영화의 거리’ 인접 공간에서 대부분 행사가 진행됐던 예년과 달리 한국소리문화의 전당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등 전주시 전역으로 영화제 공간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주시의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업과 연계 행사들이 영화제 부대 행사로 들어와 흩어진 공간들을 채우는 등 축제성을 강화한 것도 잘한 점이다. 팬데믹 이후 급격히 위축된 한국 독립예술영화계의 위기를 진단하고 극복 방안을 모색했다는 점도 의미 있는 작업으로 손꼽힌다. 이처럼 전주국제영화제는 해마다 필름플랫폼으로써 위상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전야에 열린 기념음악회도 해를 거듭할수록 내용이 풍성해지고 있다. 전주시민과 영화제를 보기 위해 모인 관광객을 위해 마련된 음악회가 올해는 전주교육대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과 맞물려 진행돼 의미를 더했다. 음악회는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인 나래코리아 김생기 대표가 고향인 전주를 위해 지인들과 매년 영화제 전날 개최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오후 7시 전주교대 황학당에서 열린 음악회는 왕주철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송미령 예원대 한지조형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해금 이동훈·피아노 강소연·소프라노 송난영·바리톤 석상근·대중가수 이상우·전주소년소녀합창단·전주라보체합창단·국악앙상블 호남시나위 등이 출연해 고품격 노래와 연주를 선보였다. 지난해보다 출연진이 다양해 졌고 음악적 깊이도 그윽해졌다는 평가다. 송난영과 석상근은 공연장을 꽉 채우는 압도적 성량으로 갈채를 받았다.  


문화예술자원이 풍성한 전주

    

전주한옥마을 초입에 있는 한울식당의 떡갈비정식 한상차림.

필자는 음악회 참석을 위해 점심 무렵 전주에 도착했다. 식사를 위해 빅데이터를 돌려 찾은 곳이 전주한옥마을 초입 제1주차장 건너편에 있는 ‘한울밥상’이다. 10여 년 동안 인근에서 영업을 하다가 1년 전쯤 단독 건물을 지어 이전한 식당이다. 메뉴에 따라 기본 반찬이 14~16가지 제공되는 ‘세미’ 한정식 집이다. 필자는 이날 떡갈비 정식을 주문했고 식당이 홍보하는 대로 실제로 열 댓가지 반찬이 차려졌다.    

  

겉보기는 별로인 듯한 떡갈비를 막상 입에 넣고 우물거려 보니 제법 맛이 났다. 다만 옅은 카레 맛이 풍미를 약간 떨어트리는 느낌을 받았다. 맛은 주관이기 때문에 개인적 견해란 점을 덧붙인다. 이 식당의 장점은 반찬을 과하게 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라도 한정식의 장점이자 단점은 푸짐한 음식 담음새다. 인심 좋아 보이는 장점이 있지만 음식 낭비라는 단점이 양립한다. 그런 면에서 필자는 리필을 하더라도 깨끗이 비울만큼만 담아주는 식당을 높이 평가한다.      


연근, 호박, 고추, 콩나물, 배추, 가지, 버섯, 고사리, 얼갈이 등 갖은 채소와 함께 고등어, 오징어젓갈로 육해공 조화를 맞췄다. 반찬 마다 고유의 식감과 맛을 살리려는 찬모의 손길이 느껴졌다. 맛을 못낸 반찬이 없으니 결국은 맛집이란 소리다. 좋은 쌀로 구수하고 찰기 단단한 밥을 지어 제공하는 것에도 점수를 주고 싶다. 전주한옥마을 방문객이라면 꼭 한번 들러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은 식당이다.      


구미 당기게 하는 9미의 고장 장흥

전남 장흥 ‘미청식당’의 한우곰탕 상차림과 외관.

전주를 방문하기 하루 전날에는 장흥물축제와 관련한 공적 업무가 있어서 정남진의 고장 전남 장흥을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이번 식당은 현지 주민이 정한 곳이다. 원육 품질 좋은 한우가 많이 나기로 유명한 장흥은 곰탕집이 제법 있다. 이번 방문한 ‘미청식당’도 그 중 하나다.     


장흥은 9미(味)를 홍보할 정도로 식재료가 풍성한 곳이다. 9미는 한우와 키조개 관자, 표고버섯이 어우러진 삼합을 비롯해 매생이탕, 된장 물회, 키조개요리, 바지락회무침, 굴구이, 하모샤브샤브, 갑오징어회와 먹찜, 황칠백숙 등이다.   


곰탕은 장흥 9미에서 빠졌지만 나름 맛으로 선방하고 있다. 이유는 육질 좋은 한우를 사용해 시원하고 달근한 맛을 내는 곰탕 육수 때문이다. 처음엔 식당 이름을 모른 채로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전통주 전문식당 백곰막걸리 이승훈 대표가 미청식당 같다고 답을 줬다. 계란 지단 고명과 통깨가 듬뿍 들어간 음식 외관이 단서로 작용한 듯하다. 마치 평양냉면 고명 올리는 내용물과 모양으로 식당을 알아맞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곰탕에 잘 어울리는 신김치가 일품이다. 맛에 푹 빠져 허겁지겁 일행 중 가장 빨리 그릇을 비웠는데, 국물 한 방울 남지 않았다.      


올 정남진장흥물축제는 7월29일부터 8월6일까지 탐진강과 우드랜드 일원에서 열린다. 축제의 완성은 지역 특산물을 주 식재료로 쓰는 맛집이다. 물축제 방문객들은 꼭 장흥 9미 맛집과 함께 곰탕도 한번 드셔보라 권한다.      


변산반도국립공원 낀 마실고장 부안

   

변산반도국립공원 내 격포항 인근에 있는 ‘갯마을맛집’의 백합죽과 바지락칼국수.

장흥과 전주에 이어 4·5일에는 전북 부안을 다녀왔다. 올해로 열 번째 열린 부안마실축제 탐방을 위해서다. 날은 비록 궂었지만 축제 열기는 뜨거웠다. 축제가 시작되기 전 격포항 근처  들러 예약해 놓은 식당 ‘갯마을맛집’에 들러 유명한 백합죽과 바지락칼국수를 맛봤다.      


백합은 전복에 버금가는 고급 패류로 분류된다. 그래서 전복죽과 같이 백합죽도 조갯살을 다져서 넣는다. 백합은 모양이 예쁘고 껍질이 정확하게 맞물려 있어 부부 화합을 상징한다고 해서 일본에서는 혼례음식에 포함시킨다. 회로 먹을 수 있는 패류 중 하나며 죽, 탕, 구이, 찜 등 다양하게 요리할 수 있다. 바지락칼국수에 듬뿍 들은 바지락은 살이 실하고 단단해서 맛이 달았다.         


이 지역은 격포해수욕장, 채석강, 적벽강 등 천혜의 자연경관이 많은 관광지라서 식당도 관광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식후 산책 삼아 채석강, 적벽강과 함께 수성 가는 길 협곡을 들여다보길 권한다. 선사시대부터 무수한 제사를 지낸 공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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