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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음식문화거리 서쪽 최강자 ‘램랜드’

양고기 전문점...삼각갈비·수육·전골·용봉탕 등 보양식 메뉴

토정로 초입부터 마포음식문화거리로 지정

독실한 신앙인 임헌순 사장 열의로 일궈내      


필자 사무실 삼각지에서 구로 방면으로 걸어가자면 한강의 다섯 개 다리를 이용할 수 있다. 가장 가까운 다리는 삼각지에서 신용산 쪽으로 직진을 하면 나오는 한강대교다. 과거에는 제1한강교라고 불렀던 최초의 인도교다. 한강대교가 생기기 전에는 배로 강을 건넜다. 한강에 생긴 다리는 대부분 기존 나루터를 남북을 이은 것이다. 한강대교는 노들섬을 사이에 두고 신용산과 노량진을 이었다. 


다음으로는 원효대교를 이용해 용산과 여의도 동쪽, 여의교를 건너 대방역으로 이어지는 노선이고, 세 번째는 마포대교를 이용해 여의도 한가운데를 관통해 서울교를 지나 영등포로 들어서는 길이다. 네 번째는 밤섬을 지나가는 서강대교를 이용해 여의도 동쪽과 여의2교를 거쳐 영등포시장 뒤쪽으로 접근하는 방법이다. 마지막은 삼각지에서 지하철 6호선 노선을 따라 횡보해서 합정역까지 간 다음 양화대교를 이용해 선유도와 양평동을 거쳐 가는 길이다.      


이번 칼럼에 소개할 식당은 서강대교를 건너기 위해 지나치는 마포음식문화거리, 일명 ‘마포용강맛깨비길’을 서쪽 끝에서 발군의 장사력을 보여주는 ‘램랜드’란 양고기전문점이다. 지나가면서 보면 늘 만석에 대기 손님까지 북적이는지라 꼭 한번 와 보고 싶었던 곳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인지라 램랜드가 있는 용강동이란 동네를 살짝 둘러본다. 용강동 동명은 용의 머리라는 의미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한강을 접하고 마포, 토정, 도화, 대흥, 염리, 용강동등 6개 법정동으로 형성됐다. 옛날부터 사대문 진입의 관문이자 지하철 5호선 마포역과 도심재개발 사업으로 대형빌딩가가 많이 들어섰다.       

토정 이지함의 역사가 서린 곳  

마포음식문화거리는 토정 이지함을 기린 토정로에 지정된 먹자거리다. 거리 중간쯤에 토정 이지함의 동상이 서 있다.

용강동의 주요 도로 중 하나인 토정로 주변은 마포음식문화거리로 유명 식당가가 몰려 있다. 마포음식문화거리는 지하철5호선 마포역 1번 출구를 나와 신한디엠빌딩을 끼고 우측으로 신석초등학교 앞 사거리까지 정확히 760m에 달하는 먹자거리다.      


토정로는 ‘토정비결’로 잘 알려진 토정 이지함을 기린 도로명이다. 그가 살았던 토정지(土亭地)는 한강변 마포나루 인근이었다. 맛깨비길 중간쯤 토정의 동상이 서 있다. 근처에는 토정이 빈민들에게 구휼하는 동상도 있다. 가까운 곳에 토정이 살았던 집터가 있다. 


토정은 일찍이 용산 마포 강변에 흙을 쌓아 언덕을 만든 다음 아래는 굴을 파고 위로는 정자를 짓고 살았다. 그리고는 호를 ‘토정(土亭)’이라고 했다. 토정의 집 가까이는 과거 삼개나루가 있었다. 삼개나루는 마포나루의 옛 이름이다. 마포나루는 쌀과 소금 등 조선 팔도 물산이 수로를 통해 유통됐던 장소였다. 토정이 자연스레 상업과 무역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다.  


토정은 한강변 유민들을 모아 장사를 시작했다. 마포나루 상인들은 경강상인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부를 축적했다. 경강상인들 중에서도 크게 성공한 상인들을 일컬어 강상대고라고 불렀다. 모두 토정 덕분이다. 그래서 용강동 인근에는 잘 지어진 한옥이 제법 많았다. 지금은 재개발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많이 사라졌지만 정구중 가옥처럼 보존이 잘된 한옥이 남아있다. 


재개발로 지금 자리로 식당 이전     


정구중 가옥은 마포용강래미안아파트와 래미안마포리버웰아파트 사이에 아파트 숲에 둘러 싸인 채 지금도 실거주하는 한옥채로 서울시 민속자료 제17호로 지정돼 있다. 가옥은 동향으로 배치된 ㅁ자 집으로 안채, 행랑채, 별당이 따로 지어졌다. 안채 뒤에 있는 별당은 전형적인 ㄱ자 집이다.      


구한말 용강동 부농 이 모씨가 무남독녀에게 주기 위해 당시 장안에서 이름난 4대 목수중 한 명이었던 장영달 씨를 시켜 지었다. 목재는 압록강 유역의 홍송과 백송을 뗏목으로 옮겨와 한강에 2년 동안 잠겨 놓았다가 1년간 건조한 후 사용했다고 한다.      


이 가옥은 도시의 제약된 좁은 대지 안에 전통적인 안채에 별당채까지 갖춰 오밀조밀한 깊은 맛을 보여주는 게 특징이다. 건축사적으로는 1920년대 이후 개량 한옥의 면모를 보여주는 좋은 예로 평가받고 있다. 넓지 않은 마당이지만 측백나무, 철쭉, 목련, 장미, 소철, 사철나무, 난초 등 다양한 수목이 심어져 있다.      


래미안마포리버웰은 우리나라 전통 한옥을 보존한 상태에서 재개발한 단지다. 용강2주택재개발구역 조합은 재개발구역 내에 있는 한옥 중에서 보존 가치가 있는 3채를 용강1구역에 있는 문화재인 정구중 가옥 옆으로 옮겨 한옥공원을 조성했다.      


‘램랜드’도 처음엔 래미안마포리버웰 사거리에 있다가 재개발이 되면서 지금 자리로 이전했다. 위치는 전보다 나빠졌지만 워낙 탄탄한 단골들이 많아 여전히 대박집으로 선방하고 있다. 이는 성실하고 신실한 품성으로 꾸준하게 식당을 꾸려온 임헌순 사장의 노력 덕분이다.      


갖은 고생 끝에 양고기 식당 인수

어려운 가정 환경 속에서도 양고기 전문점 ‘랜랜드’를 인수해 자수성가한 임헌순 사장. 최근에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인생학교 랜랜드’를 펴냈다.

1954년 지금은 세종시로 변모한 충남 연기군 남면에서 태어난 임 사장은 초등학교 밖에 나오질 못했지만 특유의 부지런함과 고진감래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인생을 헤쳐 나갔다. 식모, 식당일, 가공식품 점원, 양장점 점원, 화장품 장사 등을 하면서 희망을 잃지 않았다.      


양고기와의 첫 만남은 정육점 점원으로 있으면서 백화점 시식행사 파견근무를 하면서부터다. 이후로도 몇 차례 직업을 가졌다가 1989년 대망의 램랜드를 개업했다. 이때만 해도 양고기는 생소한 식재료였고 임 사장이 주인이 아니었다. 한 수입육전문유통회사가 직영점으로 열었지만 장사가 신통치 않았고 이를 임 사장이 인수한 것이다.      


처음엔 양고기 튀김, 볶음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였지만 차츰 삼각갈비, 수육, 전골 등이 대표메뉴로 자리 잡았고 지금까지 효자노릇을 하며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식당 상호에서 알 수 있듯 램랜드는 1년 미만의 어린양만을 사용한다. 임 사장은 양고기 요리의 제1조건으로 특유의 양 누린내를 잡는 데 있다고 했다. 해동과 숙성과정, 그리고 잡내를 없애는 생강, 마늘, 후추, 카레가루 등 양념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비법이라고 전했다.      


식당 대표메뉴는 삼각갈비·전골

삼각갈비는 특제소스에 찍어 콘샐러드, 올리브, 마늘 등과 함께 또띠야에 싸 먹으면 독특한 풍미를 느낄 수 있고 전골로 식사 마무리를 하면 좋다.


삼각갈비는 램랜드 부동의 1위 메뉴다. 삼각갈비란 이름도 임 사장이 만들었다. 양갈비란 어감이 안 좋게 느껴서 그리 불렀다고 한다. 임 사장은 “이젠 양고기 좀 안다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양갈비 명칭으로 통용되고 있다”고 했다. 노릇하게 잘 구워진 삼각갈비 일부는 가위로 잘라 식당서 만든 특제소스에 찍어 콘샐러드, 올리브, 마늘 등과 함께 또띠야에 싸 먹으면 독특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갈비에 살을 어느 정도 남기고선 뜯을 수 있게 휴지로 손잡이를 만들어 준다.            


양고기로 번지르르해진 속을 전골로 씻어내면서 부족한 배를 채우면 좋다. 전골에는 양다리가 들어가고 들깻가루와 깻잎, 대파로 맛을 잡았다. 밥과 라면을 각각 하나씩 주문하면 함께 담긴 채로 나와 끓이면 이 또한 식사 겸 안주로 손색이 없다. 대부분 손님들이 삼각갈비와 전골 ‘원투펀치’ 메뉴를 선호한다.      


임 사장은 최근 코람데오 출판사를 통해 책을 냈다. ‘인생학교 램랜드’란 일종의 자서전이다. 부제로 ‘일흔 살에...그때는 몰랐다’라고 달았다. 그때가 언제고 무엇을 몰랐다는 것인지는 물어보지 못했다. 다음번에 여쭤보리라.      


램랜드 메뉴판엔 상당한 고가의 메뉴가 있다. 22만원 하는 용봉탕이다. 쉽게 주문할 수 없는 금액 대 메뉴다. 하루는 단골이 옛 사장은 용봉탕을 했다며 메뉴를 부활시켜 보라고 해서 살렸다고 한다. 메인 식재료에 구기자, 생강, 인삼과 함께 채소 몇 가지를 더해 4시간가량 푹 끓인 것이 가장 맛있다고 했다. 임 사장은 하나님께서 아이디어와 지혜를 주셔서 맛과 영양이 뛰어난 용봉탕 레시피를 개발할 수 있었다며 감사를 했다. 독실한 크리스천의 면모다. 임 사장은 사회봉사단체와 복지시설에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식당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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