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낭회센터’ㆍ‘해미가’
아직 관광객에게 안 알려진 ‘낙낭회센터’
애월 해변가 맛깔진 집밥 분위기 ‘해미가’
이미 유명해진 ‘애월찜’·‘돌밭애월흑돼지’
해마다 이맘때면 제주의 추억이 페이스북 ‘과거의 오늘’을 타고 나타난다. 이 무렵 제주행이 잦았다는 증거다. 기나긴 흑백의 겨울을 보내고 빨간 동백과 노란 유채꽃으로 물든 제주의 봄을 보고 싶었기 때문에 자주 떠났기 때문이다.
이달 중순에도 4박 5일 다녀왔다. 마침 생각을 정리할 일이 몇 가지 있었기에 만사 제치고 비행기 표를 샀다. 이번 여정은 우연히 몇 가지 의미가 더해져 남달랐다. 숙소는 서귀포시 강정동 강정초등학교 옆이라 바다도 가깝고 제주올레길 7구간이라서 해안 경관을 따라 걷기도 좋은 곳이다. 배를 타고 나가지 않아도 포구에서 바다낚시가 가능하다.
첫날 오후 느지막이 제주에 닿았다. 공항버스를 타고 1시간을 달려야 강정마을에 닿을 수 있다. 그래서 일단 이동을 했는데 아뿔싸 아주 작은 마을이라서 몇 곳 있는 식당이 모두 문을 닫았다. 그래서 서귀포 시내 쪽 월드컵경기장 부근으로 나가보니 그곳은 늦게까지 하는 식당들이 제법 있었다. 세월감이 느껴지는 간판을 이고 선 서귀포 강정동의 ‘한옥집돈삼겹’. 배가 고프니 결정이 외려 쉬웠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11시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 들어선 시간이 10시5분이니 밥 한 끼 먹을 시간은 충분했다. 흑돼지는 아니지만 제주산 돼지 대패삼겹살이라고 해서 구미가 당겼다. 대패삼겹살을 주문하려는데 메뉴판에 2만원이라고 쓰여 있다. 당연히 1인분 가격이려니 했는데 한 접시에 500g이다. 그래서 한판만 주문하고 김치찜도 곁들였다. 김치와 콩나물, 마늘과 함께 구워 먹는 대패삼겹살은 시장기와 결합해서 꿀맛이었다. 가성비 좋게 한 끼 배를 잘 채웠다. 다만 김치찜 식감과 맛은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제주 이틀째는 ‘아점’으로 해장국집을 찾았다. 강정마을에서 조천으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서던 중 서귀포시 호근동 서귀포여고 건너편 올레길7코스 대로변에 있는 ‘해장국의 전설’을 찾았다. 문 연지 2년 된 신생 해장국집이다. 대로변에다가 주차가 용이한 단독건물이라 입지가 좋다. 깨끗한 매장이 인상적이었다.
묵직하지도 가볍지도 않은 소해장국과 제주도고사리해장국으로 든든하게 첫 끼를 접했다. 은희네, 우진, 모이세, 미풍, 순풍 등 기라성 같은 제주 토종 해장국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어떻게 자리 잡을지 기대된다. 고사리해장국 뚝배기가 좀 작아서 인심 없어 보이는 건 비단 필자만의 느낌은 아니리라. 아무튼 대박 나기를 기원한다.
식사를 마치고 서귀포시에 있는 천주교 피정센터 ‘면형의 집‘을 둘러봤다. 입구에 들어서자 멀리 녹나무 한그루가 눈의 띈다. 높이 16.5m, 둘레 3.9m, 수령 250년을 자랑한다. 1910년대 프랑스 출신 에밀 다케 신부가 한라산 산록에 자생하던 것을 옮겨 심었다.
타케 신부는 1898년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소속으로 조선에 파견돼 55년간 선교 활동을 하면서 식물 연구에 일생을 바쳤다. 타케 신부는 제주 왕벚나무를 처음 발견해 본국으로 보냈고 이 답례로 받은 온주밀감 14그루를 면형의 집에 심었다. 이는 오늘날 제주 감귤산업의 마중물이 됐다는 평가다.
제주시 조천읍 거문오름 근처에 있는 ‘올티스’(ORTEAS)는 다도를 배우고 드넓은 차밭 사이를 명상하며 산책할 수 있는 힐링공간이다. ORTEAS란 ‘organic tea haus’란 의미로 유기농으로 차를 재배하는 곳이다. 2만 평의 차밭을 평지에 조성해 장관을 이룬다.
이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다도 원데이 클래스는 차에 대한 유익한 정보와 함께 다원을 바라보며 다양한 차를 시음할 수 있어서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올티스 이원희 대표는 차 공부를 마치고 18년 전 땅을 구매한 후 부지를 정비해 12년 전 차나무를 심어 지금의 다원을 만들었다. 이 대표와 함께 다원을 둘러보면서 식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놀랐다. 면형의 집과 함께 제주 명소로 소개한다.
지금부터가 제주 ‘찐맛집’이다. 제주 현지인이 소개한 곳인데 아직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서귀포시에 있는 ‘낙낭회센터’란 횟집이다. 어종을 고르지 말고 오늘은 어떤 게 좋은지 물어보면 그날 가장 물이 좋은 것을 골라준다. 이날은 도미를 썰어 내 왔는데 반은 회, 반은 유비키다. 쫄깃함과 사각거리는 식감을 누릴 수 있다.
다양한 채소 밑반찬과 계란부침을 내주고 잠시 후 메인 회가 나왔다. 베테랑 셰프의 빠른 손놀림이 짐작되는 시간이다. 두툼한 회가 주는 시각적 만족은 입안에서 미각 폭발로 이어진다. 뒤이어 제공되는 구운 소라, 문어숙회, 전복, 멍게, 게우젓(전복내장젓갈), 돔껍질, 새송이은행철판볶음, 열기·고구마·가자미깻잎 튀김 그리고 남은 회로 초밥을 쥐어 준다. 마무리 도미 지리탕에 소면을 말아먹으면 배가 한라산처럼 부푼다. 음식에 정성을 상당히 쏟은 느낌을 받는 곳이다. 무엇보다 가성비가 좋다.
애월 해안길에 위치한 ‘해미가’는 식당 내부가 참 깨끗하다 했는데 음식도 정갈하다. 관광지 식당이지만 집밥 분위기가 물씬하다. 죄다 직접 만든 음식만 제공한다. 심지어 양배추 드레싱까지 직접 만든다고. 부추전은 부추를 믹서에 갈아서 전분을 약간 섞어 부쳐내는데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고은하 대표는 제주가 친정이지만 뭍에서 한정식 식당을 했다. 애월 해안에 ‘해미가’를 연 것은 5년 전이다. 친정엄마가 제주그랜드호텔에서 주방찬모로 35년을 근무했다. 그래선지 내림 손맛이 좋은 곳이다. 주방서 일하는 찬모 역시 노련하고 인심이 좋다. 주인과 종업원이 좋은 쪽으로 서로 닮아가는 듯하다. 제주서 꽤 '오래살기'를 하고 있는 준 현지인이 추천한 숨은 맛집이다.
애월 포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애월찜’은 매운소갈비찜 단일메뉴만 취급한다. 갈비, 낙지, 전복을 주재료로 만든다. 음식 간이 적당하니 좋다. 소자에도 갈비가 예닐곱 대 들어가 포만감이 좋다. 조금 무리더라도 날치알 볶음밥은 필수다. 볶음밥은 남으면 포장도 가능하다. 갈비찜 특제 양념의 진수는 볶음밥에서 맛볼 수 있다.
애월포구 오션뷰가 좋은 곳이다. 임인건, 장필순에 의해 만들어지고 불린 애월낙조를 기대했지만 날이 흐려 쉬 볼 수 없었다. 대신 맛있는 흑돼지를 구웠다. 깨끗한 매장, 멋진 바다 풍광, 구워주는 서비스 덕에 손님이 북적북적하자. 이들 식당은 이미 관광객들에게 꽤 알려져서 웨이팅도 있다. 예약을 하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