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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익산·군산·변산에서 만난 맛집

 해마다 이맘때면 전북 지역 방문이 잦다. 전주국제영화제와 지역축제 때문인데, 올핸 영화제와 함께 축제 대신 새만금 팸투어를 다녀왔다. 이리저리 다닌 도시가 전주·익산·군산·변산 등 다양하다. 당연히 지역의 특색 있는 맛을 접했고 이를 모아서 정리해 본다.        


◇전주의 맛 

전주 현지인 강력 추천 맛집 ‘돔보식당’

전주 동보식당의 동태탕, 청국장과 갖은 밑반찬.

빌라 차고 안쪽 깊숙한 곳에 박혀 있어서 초행자들은 지나치기 일쑤다. 현지인들은 알려지면 복잡해질까 싶어 전전긍긍하는 집이다. 그래도 장사가 지금보다 더 잘되면 좋겠다는 마음은 당연하다. 그래서 현지인들이 더욱 열심히 팔아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이 식당의 대표메뉴는 가성비 좋은 동태탕과 옛맛을 고스란히 간직한 청국장이다. 딸려 나오는 밑반찬 모두 최상급 맛이다. 나물무침, 멸치볶음, 도토리묵, 버섯볶음, 계란말이 등 반찬의 영양과 맛 균형이 매우 좋다. 밑반찬은 계절 따라 조금씩 변한다. 찬모가 내공이 깊은 요리연구가 정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지난해에도 이 식당에서 한지관을 둘러보고 식사를 했다. 동태 대가리가 어른 주먹만 한 대물을 쓰고 민물 새우를 듬뿍 넣어 국물이 끈적하지만 시원하다. 청양고추 하나 짓이겨 넣으면 더없이 좋을 맛이다. 지난해에는 전주교대 박병춘 총장의 호의로 거한 아침상을 받았고 올해는 전주매일신문 박영근 전무가 객지서 온 손님을 맞았다. 이번엔 동태탕에 청국장을 곁들였다.           


지난해보다 육수가 더욱 걸쭉하고 검붉어진 동태탕은 보는 이의 시각을 압도한다. 부글부글 끓이자 검은색이 점차 벌겋게 변하더니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두부가 보이면서 제 색을 찾았다. 잠시 후 어디선가 익숙한 장향이 조금씩 느껴지더니 고릿한 향을 잔뜩 품은 청국장이 한 냄비 등장한다.  

         

냄새와 맛 모두 그리웠던 옛날 청국장이다.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으니 아련한 옛날 외할머니 집 큼큼한 부엌 냄새가 떠오른다. 치명적인 맛의 청국장에 여러 명의 입에서 탄성이 터진다.  식당 밖으로 눈을 돌리니 한지관 사이로 흐르는 전주천의 지류 남고천과 노거수 팽나무, 천년 명맥을 잇는 닥나무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      


전주 콩나물국밥 입맛 순위 바꾼 ‘미가옥’


전주 서곡지구에 있는 미가옥 콩나물국밥.


전주 10미(味) 식재료는 민물게, 황포묵, 모래무지, 무, 미나리, 담배, 애호박, 열무, 콩나물, 감이다. 그래서 이를 이용한 특색 있는 음식이 발달했다. 오모가리탕은 모래무지를 이용한 민물고기 매운탕이지만 지금은 쏘가리, 빠가사리, 메기, 피라미, 새우 등으로 뚝배기를 채운다. 한옥마을 끄트머리에 해발 전부터 영업한 화순집을 비롯해 한백집, 남양집 등 셋집이 쪼르륵 붙어서 손님을 맞고 있다.        

   

역시 전주 하면 비빔밥과 콩나물국밥과 대표 음식이다. 비빔밥에는 전주 10미 중 콩나물, 황포묵, 애호박 등 세 가지가 포함된다. 전주비빔밥은 밥을 지을 때 밥물에 사골 국물을 섞고 콩나물국을 곁들이는 것이 특징이다.        


콩나물국밥은 왱이집, 현대옥 등이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접한 서곡지구 미가옥을 최고 순위로 올린다. 그간 별 감동을 느끼지 못했던 전주 콩나물국밥의 기억을 삭제시킨 곳이다. 맛도 맛이지만 다찌집 같은 분위기의 오픈 주방이 주는 안정감과 포근함이 집밥을 연상시킨다. 잘게 썬 대파와 넉넉한 콩나물이 압도적 비주얼을 연출한다.           


또 코앞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건네주는 친절한 미소의 사장 자매와의 스몰토크가 맛을 꽉 채워준다. 대파, 마늘, 청양고추를 추가하면 즉석에서 칼질해 제공한다.  신선도가 도망갈 틈이 없다. 오징어를 추가하면 한 마리 또는 반마리를 시원스레 썰어 내온다. 술은 팔지 않는다. 대신 인근 편의점에서 사다 마시는 것은 허용된다.

  

◇익산의 맛

익산 황등면 한우육회비빔밥 ‘분도식당’

            

익산 황등면 분도식당 한우육회비빔밥.

익산 황등의 분도식당에서 육회비빔밥을 접했다. 황등에는 한일식당, 진미식당, 시장비빔밥 등 쟁쟁한 비빔밥 식당이 많다. 분도식당은 분도정육점을 함께 운영해서 왠지 구미가 당겼다. 분도식당 한우육회비빔밥 특징은 이미 비벼진 밥에 고명으로 양념한 육회를 얹어 나오는 것이다. 뜨끈한 소고기뭇국과 김치, 깍두기 등 전주비빔밥보다 초라하지만 누추하지 않다.           


여담이지만 분도식당은 구글 검색에서 ‘폐업’이라고 정보가 제공되는 것을 필자가 수정 신고를 해서 ‘영업중’으로 돌려놨다. 외국관광객들은 구글 검색을 통해 관광지나 식당을 많이 찾는다.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곳의 외식업 종사자들은 이 점을 참고하면 좋겠다.         


◇군산의 맛

폐교 꾸며 식당으로 만든 ‘옹고집쌈밥’     



옹고집쌈밥은 시골 폐교를 식당으로 꾸몄다. 널찍한 식사공간에 옛 추억을 소환하는 분위기가 식욕을 한껏 돋운다. 외부는 익스테리어로 학교 분위기가 많이 사라졌지만 내부는 여전히 옛 교실, 복도가 그대로다. 칠판에 낙서가 고스란히 남았고 식공간은 1학년, 2학년, 3학년 등으로 교실을 구분해 놨다.    

        

기본적인 상차림 외에 샐러드 바에서 추가 메뉴를 원하는 만큼 갖다 먹을 수 있다. 무한 공급되는 신선한 쌈 채소가 인상적이었고 가마솥에서 끓고 있는 누룽지 입가심이 좋았다. 각종 간장, 고추장 등 식품과 먹을거리를 파는 매장과 카페까지 두는 등 공간을 잘 활용하고 있다. 음식맛도 전반적으로 준수하다. 시내서 떨어져 있는데도 식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변산의 맛

바지락죽 원조 자랑 ‘변산온천산장’      



변산은 백합, 대합 등 패각류를 이용한 향토음식이 발달한 곳이다. 서해의 넓은 뻘이 주는 천혜의 식재료다. 백합칼국수와 바지락죽이 대표적인 메뉴다. 저마다 원조를 자랑하지만 원조가 가장 맛있게 잘한다는 등식은 성립이 어렵다. 입맛도 제각각이고 손맛도 다 다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원조 바지락 죽을 표방하는 '변산온천산장'에서 바지락죽에 바지락회무침, 바지락야채전을 곁들인 식사를 했다. 새만금간척박물관 뒤편에 위치해 있다. 바지락죽을 처음 개발해 특허까지 낸 곳이다. 전라북도 바지락죽 향토음식 지정업소다.           

바지락죽은 부안 연안에서 채취한 바지락을 깨끗이 씻어 바지락과 인삼, 녹두, 당근, 파, 마늘 등 다양한 채소와 양념을 넣고 끓인 죽이다. 숙취해소, 간에 좋으며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보양식으로 좋다고 홍보하고 있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변산반도에서 나는 참바지락을 사용한다.           


바지락죽을 미리 많이 끓여 놓았다가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주문을 받고 끓여 낸다고 한다. 싱싱한 바지락을 살짝 데쳐 신선한 채소와 함께 새콤하게 무친 바지락회무침도 별미다. 이곳은 원래  온천장 여관이었다가 주인이 손님들에게 끓여 주던 바지락죽 맛이 소문나면서 1993년에 숙박업에서 식당업으로 업종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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