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칼럼 세 번째 시즌을 시작한다. 2018년 7월 명사와 함께하는 ‘유성호의 식사하실래요’가 첫 번째 시즌이다. 2019년 8월 ‘유성호의 맛있는 동네 산책’으로 본격적인 맛 칼럼 세계로 접어들었다. 긴 여정동안 맛있는 식당을 업주 ‘몰래’ 소개하는 데 힘썼고 걸었던 길 위에 놓인 인문역사문화 자원을 공유했다.
2019년 말 발생한 코로나19란 글로벌 감염병이 인류를 3년 4개월 동안 괴롭히는 동안 일상에 많은 제약이 따랐다. 여럿이 함께 식사가 금지된 적도 있고 때론 자가 격리로 한참 동안 외식을 못한 날도 있었다. 그래도 맛 칼럼은 계속됐고 지난 연말 잠시 쉬었다가 병오년 들어 새로운 시즌을 연다.
세 번째 시즌 제목은 ‘유성호의 미식포럼’이다. 식사는 여럿이 함께 하면 더 맛있다는 게 지론이다. 혼자보단 둘, 둘보단 그 이상 모여 ‘밥상토크’를 적당히 곁들인 식사가 소화도 잘되고 건강에 좋다는 것을 믿는다. 그래서 이름을 미식포럼으로 정했다. 포럼은 토론이나 대화를 나누는 자리란 의미의 라틴어 포룸(forum)에서 비롯됐다.
첫 미식포럼은 아주 오랜만에 선배와 식사자리를 가진 ‘VIP참치 코리아나호텔점’이다. 지하철 시청역, 광화문역 인근에 있는 코리아나호텔 3층에 위치해 있다. 함께 자리한 식객은 이 식당 단골이자 VIP인 차홍규 한중미술협회장이다. 차 회장은 북경 칭화대 미대 교수를 정년퇴임하고 한국조형예술원 석좌교수, 심양시 해외이사 등의 이력을 가졌다. 작품에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작가로도 유명하다.
계단을 이용해 3층에 오르자니 2층에 ‘크루세’를 지난다. 하몽 에그 베네딕트, 멕시코식 또띠아 비프 치미창가, 쉬림프 투움바 파스타 등을 대표메뉴로 삼고 있는 브런치 카페다. 주류 콜키지도 되는데 위스키, 사케, 전통주 등 6만원, 와인 3만원으로 꽤나 비싸다. 이곳을 지나 3층에 오르면 좌측엔 중식당 ‘대상해’(大上海), 우측으로는 VIP참치가 대칭으로 위치해 있다.
식당 입구부터 매우 인상적이다. 체장 1미터는 가뿐히 넘어 보이는 참치 탁본이 액자 속에서 ‘푸드덕’ 헤엄치고 있었다. 탁본 주인공이 이채롭다. 탁본한 참치 꼬리 아래 여백 부분에는 ‘一九七九 十月八日 濟州牛島에서 낚은이 方又榮’이라 적혀 있다. 방우영은 조선일보 공무국 견습공, 기자를 거쳐 사장, 명예회장까지 경험한 언론인이다.
코리아나호텔은 1972년 문을 열었다. VIP참치는 2010년 을지로 작은 참치집으로 시작했다. 따라서 1979년 뜬 탁본은 호텔이나 VIP참치와는 관계없이 그곳에 있는 것이다. 본인이나 가족이 기증한 것이 아니라면 VIP참치 프런트에 걸려 있기 힘들다. 물론 방우영이 조선일보 일가이고 호텔이 일가 소유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지 않을까 싶다. 탁본의 진위 여부는 차치하고 말이다.
식당 입구 지배인과 직원들이 일동 씩씩한 목소리로 ‘어서 오십시오’를 외치면서 폴더 인사로 식객을 맞는다. 접객 서비스의 첫인상이 매우 강렬하고 밝았다. 호텔 직영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손님을 존중하는 마음이 호텔 수준으로 충분히 전해지는 접객이었다.
VIP참치는 같은 이름으로 12개 점포가 중구, 종로구, 서대문구에 올망졸망 모여 있는 참치전문점이다. 을지로본점을 중심으로 반경 1.5km 안에 모두 위치해 있다. 바잉파워와 근접 물류로 경영 효율을 극대화했다.
모두 직영점으로 운영되고 있고 코리아나호텔을 비롯해 프레지던트호텔, 뉴서울호텔, 바비엥호텔 서대문점, 신라스테이호텔 광화문점, 세종호텔점 등 시내 중심가 4성급 호텔을 비롯해 종로, 북창동, 서소문, 광화문 등에 촘촘하게 분포해 있다. 호텔 중심으로 점포를 늘려가면서 서비스 교육 역시 호텔 수준으로 이뤄진 듯하다.
VIP참치만의 도드라진 특징이 몇 개 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100% 참다랑어만 취급한다는 것이다. 배꼽살(복육살), 대뱃살(오도로), 중뱃살(쥬도로), 뱃살(도로), 속살(아카미, 적신), 뽈살만을 취급한다. 참치집에서 흔히 제공되는 흰색 살의 황새치는 얼씬도 못한다. 황새치는 다랑어와는 완전 다른 어종인 새치류 물고기다.
VIP참치에 따르면 합리적 가격에 고급 참치를 제공하기 위해 실장들이 직접 참치 공장을 찾아 까다롭게 고른다. VIP참치가 내세우는 최우선 가치는 ‘고객과의 신뢰, 정직한 품질’이다. 이를 위해 좋은 참치를 찾는 발품을 아끼지 않겠다는 자세다.
또 하나의 특징은 100% 완전 예약제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예약을 하지 않고는 매장 입장이 어려울 수 있다. 빈자리가 있다면 어떨지 몰라도 일단은 헛걸음질로 빈정상하지 않으려면 예약이 필수다. 수저 포장지에는 12개 점포 예약 전용 모바일폰 전화번호와 함께 ‘예약을 하지 않으셨으면 되돌아가셔야 합니다!’란 단호한 문구를 적어 놨다. 빈자리가 있어도 들어서기 힘든 기세다. 적정한 참치 수급을 위한 방침으로 이해된다.
손님입장에서 또 하나의 매력적인 특징은 봉사료(팁)를 절대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직원들의 친절은 ‘하이엔드’하다. 테이블로 음식이 전달할 때 이들과 나누는 스몰토크는 기분을 좋게 한다. 주문하자 곧바로 제공되는 다양한 곁들임 반찬만으로도 소주 한 박스는 마시겠다고 하니 준비시키겠다고 받아친다. 썰렁해질 수도 있는 아재개그를 척척 받아내는 센스가 좋다.
방문한 날은 마침 룸과 홀 테이블이 만석이었다. 박성현 지배인을 정점으로 고도로 훈련된 직원들이 물 흐르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바쁜 와중에도 호출벨을 누르면 즉각 응대했고 모든 오더를 정확하고 깔끔하게 처리했다. 이 같은 서비스로 2024년 180억원 매출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식탁 위로 음식이 나오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흑임자죽을 시작으로 잡채, 얼갈이무침, 김치, 석박지, 고등어무조림 등 밑반찬과 함께 초밥이 제공된다. 그리고 큰 기다림 없이 메인인 참치회 접시가 공수됐다. 참치를 무쌈채 위에 올린 플레이팅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참다랑어 갖은 부위가 보기 좋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져 나왔다.
메로구이, 주꾸미볶음, 장어구이, 새우고구마튀김 등 단품으로 팔아도 손색없는 메뉴들이 곁들임 반찬으로 끊임없이 제공됐다. 같은 층 중식당 대상해에서 요리를 주문해서 먹어도 된다. 같은 회사에서 운영한다고 한다. 참치를 못 먹는 손님을 위한 배려와 운영의 묘가 돋보인다. 마지막 식사로 기막히게 맛있는 알밥과 탕, 그리고 후식과 커피가 제공됐다. 완벽한 식사였다.
무엇보다 큰 매력은 참치 리필이 된다는 것이다. 참치 마니아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서비스다. 흔한 무한리필 참치집과는 퀄리티가 완전히 다르다. 질 좋은 참다랑어를 즐기고 싶다면 강력하게 추천한다. 네이버스마트스토어에서 포장배달 주문이 가능하다. 통으로 배달되며 해동애서 썰어 먹는 구조다. 포장배달도 가성비가 좋다. 다음번엔 배달을 한번 시켜봐야겠다.
음식칼럼 세 번째 시즌으로 ‘유성호의 미식포럼’을 시작했으니 올 한해도 열심히 다니며 좋은 정보를 공유하련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