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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집콕생활’의 동반자 간편 홈쿡 메뉴는?

코로나19시대 일명 ‘냉털요리’…10분 완성 나만의 요리

 코로나19가 대유행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외식업계가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외식업계뿐만이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23일 0시부터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고위험 시설은 영업이 중지된 상태다. 다시 ‘셧다운’ 일보직전이다. 현 상황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억제시키지 못하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코로나19가 우리 생활에 끼진 영향은 ‘대변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연구하는 백년지계의 산실 교육이 파행했고 당장 먹고사는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고용이 악화되면서 서서히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나라의 예산을 풀어 경기를 진작시키는 것도 한계가 있다. 재난지원금은 마약 같아서 ‘약빨’이 떨어지면 금단증상이란 부작용이 따라온다.      


현재로서는 총체적 난국 타개책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 가장 확실한 것은 백신 개발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전문가 집단의 영역이기 때문에 국민 힘으로는 어쩌지 못한다. 국민들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다. 이는 어쩌면 백신을 개발하는 것보다 강력하고 빠른 대책일 수 있다.      


방역 당국은 국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할 것을 권고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불필요한 외출 자제’다. 생필품 구입이나 의료지원이 필요한 상황 등 불요불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가급적 가정에 머물기를 권하고 있다. 감염 경로가 사람의 비말과 접촉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집콕을 통해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도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집콕’을 하고 있다. 집콕 자체가 일상의 큰 변화지만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활의 세세한 부분까지 변화를 강제하고 있다. 변화에 수동적으로 끌려가다 보면 ‘코로나19 스트레스’에 짓눌리게 된다. 때문에 ‘슬기로운 집콕생활’이 필요하다. 특히 혼밥족, 혼식족은 요리에 흥미가 없으면 음식 해 먹는 일이 녹록지 않다.      


다행히 필자는 ‘뚝딱 요리’를 잘하는 편이다. 냉장고를 열어서 재료를 스캔하면 대충 간편한 요리 레시피가 나온다. 손님에게 대접하는 요리가 아니기 때문에 내용물과 장식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후다닥 만들어서 뚝딱 요리라고 부른다.      


또 다른 이름은 ‘냉털 요리’다. ‘냉장고를 털어 먹는다’는 의미다. 신선 식재료 같은 경우 시간이 지나면 새들새들 곯아버리거나 썩는다. 이를 해치우기 위해 억지로 요리를 할 때도 있는 데 이를 ‘냉털 요리’라고 이름 붙였다. 필자가 가끔 해 먹는, 레시피도 간단하고 대략 10분 정도면 먹을 수 있는 손쉬운 요리 몇 가지를 소개한다.            

제철 감자와 모차렐라의 조합 감자피자 


가장 최근에 해 먹었던 음식이다. 햇감자가 한창 시중에 풀리는 시기다. 값도 싸고 삶아 놓으면 감자분이 반짝반짝 포슬포슬할 때다. 감자는 뭘 해 먹어도 맛있는 팔방미인 식재료다. 필자는 그중에서 감자전을 가장 좋아하지만 식당에서 파는 맛을 낼 수가 없어서 지레 다른 요리를 한다. 좁은 냉동고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차렐라 치즈가 눈에 들어왔다. 주방 근처서 뒹구는 감자도 보였다. 그래서 생각해낸 조합이 감자피자다. 아이들 있는 집에서 유용 할 듯하다.       


필러로 껍질을 깐 알 감자를 다시 필러로 얇게 발라낸다. 잠깐 물에 넣어 녹말을 제거하고 물기를 없앤 다음 프라이팬에 볶는다. 청양고추를 다져서 넣어주면 재미난 맛을 느낄 수 있다. 노릇노릇하게 캐러멜 라이즈를 충분히 한다. 소금 간과 후추로 향미를 돋운다.      


한참 볶았다고 생각될 때 모차렐라 적당히 얹고 프라이팬에 뚜껑을 덮는다. 치즈가 녹아서 감자를 뒤덮으면 토치로 치즈도 구워준다. 치즈의 기름을 제법 날려버릴 수 있어서 맛이 담백해진다. 필자는 아르간 오일에 발사믹 소스를 섞어 찍어 먹었는데, 느끼함이 겹친 느낌이다. 사후약방문으로 다음날 매콤한 타바스코 소스를 한통 샀다.     


각종 전과 부침요리. 감자피자와 스팸구이도 있다.

장마철에 부쳐 먹었던 다양한 전


올여름을 보내면서 근래에 접하지 못했던 긴 장마를 맞이했다. 비가 오면 전(煎)을 부쳐서 막걸리 한잔을 걸친 게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전통(?)이 현대에까지 이르고 있다. 긴 장마와 코로나 탓에 집콕도 많았고 덩달아 전과 부침개를 부치는 날이 많았다. 물론 다양한 주종을 곁들여서 말이다.      


가장 흔히 부쳐 먹는 것이 김치전이다. 대부분 집에는 배추김치가 있기 마련. 부침가루가 보편화됐지만 밀가루 풀어서 부치면 김치 본연의 맛도 즐기고 더 부드러운 부침개를 맛볼 수 있다. 애호박을 채 썰어 단독으로 부치거나 양파, 감자 등 눈에 보이는 채소를 섞어서 부쳐도 맛있는 부침이 된다.


가끔 홍어회를 사다가 먹는 데 남으면 홍어전을 부친다. 그러면 홍어 본연의 암모니아 맛이 더 강해져서 입안이 얼얼하고 가끔은 점막이 홀랑 벗겨진다. 두부전은 들기름과 소금만 있으면 되고 스팸은 그냥 잘라서 구울 때가 가장 맛있다.      


면 덕후가 좋아할 만한 간단 면요리


소면과 메밀면 요리. 메밀가루를 사서 100% 메밀을 먹어 버겠다고 제면을 하다가 실패한 경험도 있다.

면 요리처럼 간단한 게 없다. 또 냉장고 신선 야채가 시들어갈 때 면 요리 고명이나 채수용으로 사용하면 소비하기 좋다. 소면, 중면 선호하는 것을 삶은 다음에 잘 헹군다. 얼음물에 헹구는 이유가 있다. 잘 불지 않는다. 특히 비빔국수는 반드시 얼음물에 헹구길 권한다. 면 식감도 틀리고 불지 않는다.      


비빔국수는 초고추장을 양념 베이스로 삼고 집 고추장 조금과 참기름, 김가루 정도만 넣고 비벼도 훌륭한 요리가 된다. 오이, 당근, 양파를 얇게 채 썰어 고명으로 올리면 호사스러운 면 요리가 완성된다. 잔치국수는 다시마, 멸치 집어넣고 양파 정도만 넣고 육수를 낸 후 집간장, 진간장 입맛대로 살살 간을 봐 가며 끓인 후 달걀 줄알을 치면 된다. 김가루가 맛을 지배하니 적당히 맛을 봐가며 넣는다. 모든 음식의 간은 맛을 봐가면서 살살 잡아 가는 게 현명하다.     


메밀 소바를 집에서 먹을 수 있을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다. 물론 재료가 좀 있어야 한다. 마트에서 메밀 30% 함량의 메밀면과 생와사비, 쯔유, 무 등을 사면 요리는 거의 다 됐다. 메밀면도 끓인 후 얼음물에 잘 헹궈 놓는다. 그 사이 무를 강판에 갈아서 쯔유와 물을 희석한데 섞는다. 쪽파가 없으면 대파 흰 부분을 다져서 소스에 넣고 생와사비를 푼 후 메밀면을 적셔 먹으면 된다. 이 칼럼을 쓰기 직전 메밀 소바를 해 먹었다.      


밀면, 메밀면 모두 들기름과 궁합을 맞춰도 좋다. 요즘 외식업계에서 히트를 치고 있는 들기름 막국수가 된다. 면을 삶아 낸 후 얼음물에 헹궈서 들기름, 김가루, 깻가루 정도 넣고 휘휘 비벼 먹으면 고소한 들기름 향이 오래 남는다. 웰빙 식품으로 인기가 많은 메뉴다.      


이름은 달라도 양념은 똑같은 다양한 김치


김치를 담가보니 참 실용적이고 맛있는 음식이다. 당연히 어려서부터 먹고 자란 탓도 있지만 다양한 요리에 응용과 확장성이 좋다.

지난 1월 최초 우한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서 확진자가 생긴 이후 집밥이 늘었다. 카메라에 저장된 사진을 보니 요리 같지 않은 요리를 많이도 해 먹었다. 때때로 김치도 많이 담갔다. 배추김치처럼 복잡한 것 말고 간단하게 담가 먹을 수 있는 깍두기, 섞박지, 양배추김치, 오이김치, 가지김치, 부추김치 등 제철 쌀 때 사다가 김치로 둔갑시켰다.      


비밀은 아니지만 이들의 양념은 죄다 똑같았다. 지금도 냉장고에는 섞박지, 오이김치, 가지김치가 남아있다. 김치가 바닥나면 불안해지는 것은 우리 민족의 공통된 심리가 아닐까 한다. 김치 양념은 넣기 나름이다. 액젓은 멸치, 까나리, 참치, 새우젓 등 손에 잡히는 것을 조금씩 넣는다. 마늘, 생강, 양파, 마늘, 무 등 냉장고를 뒤져보다가 집어넣으면 맛이 날법한 것들을 죄 믹서에 갈아서 고춧가루와 섞어 양념장을 만들면 된다. 식은 밥도 조금 갈아 넣으면 발효에 도움을 준다.      


탕이냐 찌개냐 ‘묻말따말’ 맛있으면 그만!

미역국, 계란국, 된장국, 김칫국. 이들 중 미역국만 빼고 나머지는 국과 탕을 구분 짓는 경계가 모호하다. 집밥인데 굳이 묻고 따질 필요가 있을까. 그러고 보니 등갈비 찜도 보인다


탕반 민족이라 밥을 먹을 때 국물이 빠지면 섭섭하다. 김치는 참 좋은 식재료다. 부침개 재료도 되고 홍어애탕에도 들어가고 오천만의 소울푸드 김치찌개의 핵심 재료가 되니 말이다. 김치 반포기 넣고 돼지 목살 좋은 것과 양파 두어 개, 대파 두 세 뿌리, 청홍 청양고추를 넣고 푹, 김치가 완전 물러서 흐느적거릴 때까지 끓여주면 묵직한 김치찌개 맛을 느낄 수 있다. 핵심은 돼지고기 육수가 충분히 빠져나오고 김치가 완전히 물러질 때까지 오래 끓이는 것이다.     


미역국 끓이기가 가장 쉽고 두 번째가 된장국이다. 미역을 불린 후 마늘 다진 것과 참기름에 달달 볶다가 물을 붓고 나중에 집간장으로 간을 맞추면 끝이다. 시원하고 고소한 뒷맛에 깜짝 놀란다. 된장국은 된장을 풀고 냄비에 양파, 청양고추, 감자, 호박, 대파. 두부. 건다시마, 멸치(진액) 등을 한꺼번에 넣고 끓이면 된다. 한꺼번에 넣어도 되는지는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았으면 싶다. 된장국은 그런 음식이다. 적당한 재료가 섞이면 맛이 나는.      

그러고 보니 참 많은 음식을 해 먹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밥이 늘면서 쌀 소비가 덩달아 늘었다는데, 100% 동의한다. 코로나19가 어느새 일상이 돼 버린 지 오래다. 완전한 퇴치는 불가능할 거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위드(with) 코로나‘가 불가피 하지만 팬데믹은 피해야 한다. 정부의 방역지침을 최대한 준수하고 슬기로운 집콕생활을 하면서 이 참에 요리 실력을 늘려보는 것은 어떨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의거 집콕을 하면서 만들어 먹었던 요리를 모았더니 꽤 된다. 스키야키도 재료만 있으면 해 먹기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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