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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진미 기름진 대방어 시즌 업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겨울철 별미 '방어'

마치 전차 포탄처럼 강해 보이고 나선형으로 미끈하게 잘생긴 물고기, 대방어의 계절이 왔다. 우리나라 동해와 남해, 일본 등지에 분포하는 연근해 어종이다. 한국 연근해 유용어류도감에 따르면 방어는 온대성 어류로써 난류를 따라 연안 수심 6~20m인 중‧하층을 헤엄쳐 다닌다.


몸은 긴 방추형으로 약간 측편돼 있다. 측편이란 물고기의 몸 두께가 얇고 폭이 넓어 납작한 모양을 말한다.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는 거의 같은 크기이며 제1등 지느러미는 작다. 입은 크고 비스듬히 찢어져 있다. 위턱 뒤끝의 윗부분은 뾰족하게 모서리가 각이 져 있다. 뒷지느러미 앞쪽에는 2개의 분리된 작은 가시가 있다. 몸 전체에 작은 둥근비늘이 덮여있는 형태적 특징을 갖는다.


산란기는 2~6월로 동중국해에서는 빠르고 북쪽으로 갈수록 늦어진다. 먼바다에서 부유성 알을 낳는다. 최소 성숙 체장은 수컷 69cm, 암컷 60cm이며, 포란 수는 체장 74~86cm이면 약 61만~155만 개다. 부화 후 만 1년이면 체장 25~30cm까지 자라는데 30cm 이하는 채취금지다.


3년이면 40~55cm, 5년 60~80cm, 7년이면 75~90cm로 자란다. 전장 110cm 무렵까지 자란다. 여름에는 북쪽으로, 가을·겨울에는 캄차카반도 남쪽부터 대만해역까지 이동하는 남북회유를 한다. 먹이로는 정어리, 멸치, 고등어, 전쟁이, 숭어, 꽁치 등 어류를 주로 먹는다. 이 외는 오징어 류도 잘 먹는다. 정상적 방어의 몸 빛깔은 등 쪽은 어두운 청색, 배 쪽은 은백색이며 몸 중앙부에는 희미한 황색 세로띠가 있다. 흔히들 대방어라고 부르는 것은 5kg 이상을 말하는 데 마니아들은 8kg 이상을 쳐준다.


2월 산란 앞두고 영양 축적…11~2월이 가장 맛나


 

방어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부터 2월까지가 가장 맛있는 시기다. 산란을 위해 몸에 영양을 축적하면서 기름져가기 때문이다. [사진제공=국립수산과학원]


방어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부터 2월 산란을 위해 몸에 영양을 축적하면서 기름져 간다. 그래서 11월부터 2월까지가 가장 맛있는 시기다. 이 시기 가락농수산물시장, 노량진수산시장, 강서수산시장 등지에는 저녁이면 방어 마니아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수산시장 곳곳에서 상인들의 가벼운 호객과 손님과의 흥정으로 시끌벅적하고 한쪽에선 뜰채에 들어 올려진 물고기들의 사력을 다한 펄떡임이 눈에 띈다.


어시장은 물고기에겐 살려고 사력(死力)을 다하는 곳이지만 사람들에겐 활력(活力)이 넘치는 곳이다. 싱싱한 회를 맛보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은 물론 상인들에게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그러나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협과 구 시장 상인 간의 갈등이 지속돼 안타까움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노량진수산시장은 1927년 개장한 서울의 대표적인 수산물 교역 시장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서울역 근처 의주로에 있던 경성수산시장, 히노마루수산시장, 용산수산시장, 경성어시장 등을 통합해 경성부 수산시장을 개장했다. 1971년 6월, 현재 자리로 시장을 신축해서 이전했고 1983년 6월에 노량진주식회사를 설립했다.


2002년 2월에 노량진 수협중앙회에서 수산시장을 인수하면서 주인이 수협노량진수산주식회사로 바뀌었다. 2016년 신 시장이 문을 열었다. 구 시장은 지난달 동작구청의 철거 승인이 떨어졌다. 우리 기억 한쪽에 펄떡이며 살아 숨 쉬던 시장이 사라지게 됐다.


무언가를 부숴 없애버리면 기억도 산산조각 깨져서 언젠가는 사라지기 마련이다. 옛 노량진수산시장을 오갔던 필자는 물론 수많은 이들의 소중한 기억을 생각했다. 구 시장 상인들과 수협 간의 갈등이 메워지고 제자리를 찾길 바랄 뿐이다. 일부러 레트로를 찾아가는 시대인데, 안전진단을 거쳐 차라리 카페로 개발하면 어떨까도 생각해 본다. 


노량진수산시장 신시장 방어회 찾는 손님 늘어


노량진 신 시장 내부 전경. 싱싱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사진=필자 제공]


신 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방어의 계절이 왔음을 목격할 수 있다. 수족관에는 방어, 도미, 광어 등 겨울철에 유난히 맛있는 어종들이 넘쳐난다. 몸집이 거대한 방어들에게 점포 수족관은 한참 좁아 보인다. 방어가 크게 요동이라도 치면 강화유리가 깨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오래전 민어를 회, 전, 탕 등으로 ‘버라이어티’하게 먹었던 ‘부안수산’에서 방어를 잡았다. 숙성시간이 있으면 더 맛있다고 해서 주문을 일찍 넣어뒀다.


일반적으로 바다 생선은 육류나 민물고기에 비해 맛이 풍부하다. 이유는 바닷물과 염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아미노산을 축적하기 때문이다. 이는 생선뿐 아니라 바다생물 모두가 그렇다.


바닷물고기의 살은 일반적으로 소고기나 송어와 거의 같은 비율의 염분을 함유하고 있다. 그러나 유리 아미노산 함유량은 3~10배에 이른다. 특히 단맛을 내는 글리신과 감칠맛이 나는 글루탐산염이 많다. 조개·갑각류, 상어, 가오리, 청어과와 고등어과 물고기들이 특히 이러한 아미노산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방어는 고등어와 같은 조기어강, 농어목 계통으로 내려오다가 전갱이과와 고등어과로 나뉜다.


지역에 따라 바닷물의 염도 차이가 상당하다. 먼바다 대양에서는 염도가 높고 강어귀에서 낮다. 그렇기 때문에 물고기의 아미노산 함량과 그에 따른 맛의 강도 역시 그들이 먹고 뱉는 물에 따라 달라진다.


물고기가 먹고 뱉는 물에 따라 맛 달라져


기다리던 방어가 나왔다. 대방어 특대 한 접시는 네 사람이 부지런히 먹었지만 남길 만큼 양이 충분했다. [사진=필자 제공]

생선 회 맛은 사후경직과도 연관이 있다. 사후경직은 근섬유가 다른 근섬유들이나 결합조직 막으로부터 분리되기 시작하는 몇 시간 또는 며칠 후에야 풀린다. 따라서 사후경직에 들어가기 전에 먹는 횟감은 더욱 쫄깃쫄깃하다. 숙성된 선어를 좋아하는 일본에도 활어를 통째로 올려놓고 회를 떠먹는 이키츠쿠리(活き造り)가 있다. 건조 또는 염장 대구만 좋아할 것 같은 노르웨이인들 역시 살아 있는 대구를 조리한 것을 높이 치기도 한다.


중국 레스토랑 중에는 활어 수족관을 갖춘 곳이 있다. 프랑스 요리에서도 해산물을 산채로 조리하는 것이 많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생선의 질은 사후경직이 막 끝났을 때가 가장 좋다. 대략 죽은 지 8~24시간 후다.


부안수산서 잡은 방어가 2층 ‘해운대’라는 식당으로 공수돼 왔다. 노량진수산시장 식당 중에서 장사가 가장 잘되는 듯 초저녁부터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친절함 때문인지 횟감을 올리는 상인들이 집중적으로 밀어주는 듯했다. 대방어 특대 한 접시가 올라왔다. 구이용 방어 대가리와 탕거리용 우럭 한 마리가 따라왔다. 2층 식당서는 기본 상차림과 이들을 조리해주고 비용을 받는 구조다. 주류와 음료에서 이문을 남기는 것이 큰 수익이다.


방어회에 통우럭 맑은 탕으로 ‘1차 방어’ 성공


통우럭 맑은 탕이 농후한 육수는 달고 담백해 우럭의 진미를 느낄 수 있었다. [사진=필자 제공]

방어 한 접시에는 다양한 방어 부위와 약간의 연어, 광어가 담겼다. 두툼하게 썬 광어는 한입에 넣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큼지막했다. 특유의 서걱거리며 씹히는 식감이 대방어를 먹는 재미다. 된장만 제공될 뿐 일체의 반찬이 없는 것도 회에 집중할 수 있어 나쁘지 않다.


방어 대가리 구이는 맛이 도드라지지 않았다. 소금을 치거나 간장 소스를 바르는 등 약간의 조미를 해서 구워내는 것이 좋을 듯했다. 통 우럭 한 마리가 고스란히 들어간 통우럭 맑은 탕은 달고 담백했다. 농후하게 우러난 우럭의 맛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네 명이 특대 한 접시를 다 먹지 못했다. 그만큼 푸짐했다. 아직은 기름이 많이 없을 때라 기름졌단 표현은 이르다. 해를 넘기면 그때서야 비로소 기름진 대방어 배꼽살이 최고 맛있는 계절이다. 어찌 됐건 올 ‘1차 방어’는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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