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안녕하십니까?
국내 굴지의 S사에 20년 넘게 다닌 아내가
은퇴를 앞두고 '개'를 키우기로 결심했다.
어떤 종을 키울까?
일단 머리가 10등 안에 들 것.
산책 나갔을 때 뽀대 날 것.
이왕이면 소형견으로.
빠삐용과 웰시코기를 후보에 올려놓고
동네 펫샵을 기웃거렸다.
바로 '구입'할 수 있는 종들이 아니어서
'가격'을 물어보고(시세가 형성된다)
언제 입양 가능한지 확인했지만
딱히 끌리지는 않았다.
가정견 분양을 위해 인터넷 애견 카페에 가입해
활동하는 방법도 모색해봤지만
그것도 바로 처리되는 일은 아니었다.
주말을 이용해 아내가 찾아낸,
충무로 애견 거리까지 가봤다.
펫샵이 신당동 떡볶이 골목처럼
주르륵 늘어서있었다.
동네 펫샵보다 더 '도매적'이었지만
값이 싸지는 않았다.
어떤 직원은 '요즘 강남에서 얼마 한다'는
말까지 했다.
대한민국 개 시세도 강남이 기준?
아파트 시세처럼?
이런 식으로 분양받을 바에는
안 키우고 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 강아지들은
동네 펫샵보다 상태가 더 안 좋아보였다.
조금이라도 더 '작게' 보이려고
새끼강아지들을 굶기다보니
영양실조에 걸린 것처럼 헐떡거렸다.
내 손가락을 깨문 웰시코기 새끼 한 마리는
엄마 젖이 그리웠던 걸까.
아크릴 상자 속에 '색시'처럼 진열된 빠삐용.
가자.
우리는 거기 있는 강아지만큼이나
상처 받아서 철수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정견 분양이 가능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수소문해 '시간과 공'을 들여
데려오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데
회사에 출근한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충무로 애견 거리에 갔다 온 이야기를 들은 한 직원이
자기 아는 사람 중에 웰시코기를 분양 중인 사람이 있다는 거였다.
어디래?
광주.
전라도라도 가자고 마음 먹는데 다행히 경기도 광주였다.
곧이어 전송된 갓 태어난 웰시코기 사진.
콜?
콜!
콜.
엄마견 보호자와 통화한 아내가 날짜를 정했다.
(강제로 은퇴당한 다음 날 가기로 했다)
비용은, 펫샵 시세의 절반도 안 됐다.
광주 가는 날, 일부러 카메라를 챙겼다.
엄마견을 찍어 나중에 '그리우면' 보라고.
(음, 그런 마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엄마견인 가을이가 껑껑 짖는 집으로 들어가 꽃개를 보는 순간
(당시 이름은 아토였다)
우리는 속으로 똑같이 외쳤다.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