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에서 시작된
감흥이 없다. 영활 봐도 책을 읽어도 마음이 냉랭했다. 영화나 글이 문제가 아닌 란 걸 안다. 그냥 내 마음이 사막처럼 쩍쩍 갈라져있으니 좋은 글을 봐도 재밌는 영활 봐도 가슴속에 먼지만 흩날리는 거였다.
어느 날인가 침대에 누어 누군가의 카카오톡 프로필을 보면서 '이 사람 궁금하다'라는 감정을 느꼈다. 처음이었다. 한밤중에 땡기는 라면처럼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다. 며칠을 고민하다 조심스럽게 인스타를 물어봤다. 친하지도 않은 누군가에게 서툴게 물어본 것이처음이었고, 혹시나 실례가 될까 조심스러웠지만 그럼에도 호기심은 부끄러움을 이겨내고야 말았다. 그분의 인스타그램엔 독후감들만 가득했지만, 기대? 했던 것 이상이었다. 예상 밖이었다.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는 것에 놀랬고, 동시에 멋지다!는 느낌을 받았다.(뻔한 인스타가 아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친해지고 싶었다. 어떤 낭만을 가진 사람인지 더욱 궁금해졌다.
세상엔 멋진 사람들이 많다. 생각이 멋진 사람들 말이다. 가슴속에 자신만의 낭만이 가득한 그런 사람들을 좋아한다.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각들을 위트 있게 펼쳐내는 사람들 말이다. 그들의 생각을 듣는 게 좋다. 틀리고 맞고보다 자신만의 세계를 본인의 의지와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만들어 내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면 그 어떤 영화와 책을 보는 것보다 즐겁고 흥미롭다. 그래서 그들과 술마시는걸 좋아한다. 타인의 세계를 예고편으로 보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멋이 있다. 평소엔 부리지 못하던 멋이 취기가 오르면 알게 모르게 새어 나온다. 그런 멋들로 인해 미처 알지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고, 가지고 있던 선입견이 사라지기도 하고 반대로 생기기도 한다.(간혹 이상하게 멋을 부리는 사람들 때문에 흥이 깨지기도 하지만..)
그들이 가진 낭만과 멋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나에겐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표현할 수 있는 낭만이 있을까? 이 질문의 대답은 약간은 슬픈 느낌이다. 치열하게 살아가다 보니 정체성과 개성을 점점 잃어버린 것 같다. 낭만과 멋이 있는 사람들의 세계를 좋아해서 그들의 생각을 듣고 싶어 하면서 정작 나 자신의 세계는 아무에게도 매력적이지 못하니 말이다. 아주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된 생각은 꼬리를 물고 물어 마음속에서 파문처럼 번져나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원하는 세계는 무엇인지, 무엇이 나의 세계를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 말라버린 사막 같은 마음이 아니게 될 수 있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