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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들

by 김혜진


그래,시작

이어지는 시작이다

모든걸 지우거나 감추고픈걸 숨기거나

아픈것들을 아무렇지 않은듯 하거나

추악한것에 억지로 무언가를 하려하지 않고서


지난 시간속의 어떠한 나라 하더라도

구깃구깃 구겨진 모습조차

따스히 (꼬옥)안고서 _ 하는 시작


<그림 노숲에 _ '점점 깊어지는 바다'>


과거의 나는 더 나은 내가 되고자 애쓰며 살아왔어

더 나은 내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수 없다 생각했거든,

긴 시간 부정당해온 감정들은 나를 그러한 사람으로 가두고서

좀 더 나은 내가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것 같아

마지막까지 내가 듣던 말은 존재의 부정,시간의 부정,감정의 부정으로 기억된다

너무나도 짙은 그 기억속에서 내가 날 꺼내어 자유하게 하는 첫걸음을 하기까지 얼마나 아팠던가


그 부정들은 너의 감정이고 너의 기억이고 존재에 대해 매긴 네 가치였다는것을

분리하기까진 쉽지 않았다

그것은 너의 것

나에겐 나의 것이 있는건데


내 옆의 너만 보느라 나를 보지 못했던 나의 미숙함이 날 가장 힘들게 한것이라는걸 알게되고서 나는 네게서 등을 돌려 걸어갈 수 있었어


널 아프게 했다며 너에게 떠날수밖에 없는 모든 이유가 나에게 있는거라 하더라도

이제 난 그런 나를 책임지고 사랑하기로 했단다

아름다운것만 취할수 없더라

추한 나를 안을수 있을때 내가 날 귀히여길수 있다는걸 많은걸 잃고서 늦게 알아 버렸지만


그 시간들이 필요했다 생각해






그리고 요즘의 나는


초록위를 걷는다

매일 조금씩

말랑말랑 보드라운 아기를 안고서


걸으며 보는 하늘이 그리고 나무가

들려오는 새소리,물소리,바람소리가

모든것들이 아팠던 나를 어루만지는 시간


아기의 존재는 우리 모두를 숨쉬게하는 공기같아

너 하나가 불편할 수 있는 우리 모두를 보둠어 주는구나

놀라워. 우리 중 가장 작지만 커다래


-


아직도 가끔 두려울때면 되뇌인다


괜찮아.

충분해.


일부러 애쓰지 않아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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