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잃어버린 것들을 잊어가고 있어.
이 작품은 제가 20대에 써둔 글이 모티브가 된 작품입니다. 왼편엔 이 글 자체가 작품에 담겨있고요. 글에 대한 메세지가 먹의 농도로 그 이미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운데 형태가 없는 것은 여자인데요. 이것은 당시의 나를 나타냅니다. 성인이 되니 나는 많은 것들을 유연하게 해내는 어른이 된 줄 알았지만 현실의 나는 막상 모든 것이 서툴고 내면의 상처를 관계에 집착하며 살아가던 때에는 잃어버린 관계들에 슬퍼하며 울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림의 여성도 자신의 형태를 잃어버린 모습을 보입니다. 시간이 지나 잃어버린 것들이 잊혀질즘 잃어버린 나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밝은 상태는 아닌, 겨우 자신이 나타난 거예요. 그림 속 저는 정면을 보지 않고 있어요. 아직은 정면을 바라볼 만큼 자유하고 단단한 상태는 아닌 걸 나타냅니다. 그렇지만 어두워도 여자가 자신의 형태를 찾아가고 있다는게 약간은 희망적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집착하던 관계를 잃어버리니 비로소 잃어버렸던 나를 찾는 모순을 경험합니다. 많은 부분에서 모순을 통해 배우고 비워지며 채워지는 것들을 있었습니다.
[ 종이에 연필/ 글 2010. 그림 2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