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9일의 글

텅빈 입

by 김혜진

꿈이 많았었다
그 꿈을향해 가기에 난 몸도 정신도 유난히 약하고 감정적인 사람이라 한발 한발 나아가는것도 온 신경계가 집중을 하고 모든 에너지를 순간 순간들에 소진하면 난 마치 탈진하듯 나가 떨어질듯하게 간신히 그래도 기쁘고 감사하게 살았었다
요령이나 지혜같은건 샅샅히 뒤져봐도 없던 나는 그 순간들 쏟아버릴것 쏟아버리지 않아야 할것도 구분하지 못한채 순간에 충실하고 열심히 살아왔다 열심히로는 이제 남부럽지 않을수 있구나 싶을만큼, 난 10대 20대의 내가 아니였으니까

그리고 어느날

파도가 치고 모든것이 휩쓸려갔다
텅빈 입을 드러낸채 나는 멍하니 서있었다
파도는 저기, 저기 저 멀리서부터 오고 있었을텐데 나는 그걸 왜 몰랐을까?
보이는것만 믿었고 들리는대로 생각했다
그리고 파도는 순식간에 나와 내 주변을 집어삼켰고
눈을 뜨니 나는 어딘지도 모를곳에 서 있었다
그 시간들
남들에게 굳이 보이지 않아도 될 내 밑바닥을 참 많이도 보여줬다 싶게
나는 불안했고 위태로웠으며 슬픔과 괴로움은 목구멍까지 차올라 기도를 막아버릴듯 나는 그냥 숨이 붙어 살아있을 뿐이였다

파도가 지나가 모든것을 앗아간 황폐해진 그 자리에서도 눈을뜨면 생존을위해 해결해야 할 것들은 순차적으로 왔고 반복적으로 해야했어서 살기위해서 설교를 들었다
눈을뜨면 아이들과 새벽예배에 나갔고 서있는것도 기적인 내몸은 손발이 후들거리며 아침을 차려주고 방에 들어가 울부짖으며 기도했다 그리고 설겆이를 하고 빨래를하고 풍욕을하고 점심쯤이되면 점심을 차려주고 다시 내가 처한 현실을 믿을수가 없고 마음도 정신도 어디다 둬야 하는지 모르는채 죽을것같아 설교를 요약하며 듣고 설겆이를하고 풍욕을하고 냉온욕을하고 산책을하고 다시 들어와 눈앞에 보이는 식탁,도마,밥그릇,의자,신발,칫솔 그 모든것들을 봐도 지금의 믿지못할 현실이 느껴져 숨통이 조여왔다
그렇게 저녁을 차리고 살기위해 다시 설교를 들었다
그렇게 아이들과 저녁예배를 드리고 재운후 난 몸을 동그랗게 말고 내장이 끊어질듯 울었다
울고 기도하고 울고 기도하고
어디까지가 기도이고 어디까지가 울음인지 모른채로 그리고 겨우 쓰러질것같아 누우면 밤이 두려워서
이렇게 처해진 밤은 상상도 안해봐서
잘때조차 이어폰으로 설교를 들으며 잤다

그렇게 2달
창세기,롯기를 떼고 요한계시록을 조금 들었던것 같다

그 끔찍한 시간들을 엄청난 은혜와 기적을 경험하며 살아지는게 아닌 살고있음에 감사하며 살아있음을 느끼며 살 수 있게 되었다

_ 6월 16일 저녁
여기까지 쓰고 멈추어진 일기

나는 무슨말을 어떻게 하고 싶었던 걸까?
눈을 감아 일기속의 그날들을 떠올리면
까만 동굴속에서 아무것도 안보이고 두려움속에 고통의 소리만 울리는
그런 기분이고 그런 상태의 나였었다

혼자서 가능할까? 여겼던 것들을 해나갈 힘이 생기고 해나가고 있음에도
가끔은 그때 꿈꾸며 그리며 지어가던 그것들이 떠오르면 왼쪽 옆구리옆 어디쯤이 미어지고 내안에 눈물이 순식간에 가득차게 된다

자연재해나 교통사고 같았어
어느 날 눈을 떴더니 내 다리가 없는거야
갑자기 불현듯 그렇게
모든것들이 앗아가져도 되는거니?
준비라는게 너무 없었던거 아니니?
나만 그랬니?
나만 몰랐던거야?
모르고 있던 내가 또 얼마나 원망스럽던지

나는 대체 뭘 보고 무엇을 듣고 무슨생각을 하고 판단하며 살았을까?

그때
진짜가 하나라도 있었을까. .

하나라도 있었니?

그게 아니면
그게 아니라면

진짜가 가짜가 되기도하고
가짜가 진짜가 되기도하고
그런걸까?

-

어찌되었건 걷자
나는 살아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내가 느낀 나의 지나버린 일부는 낡은것이고
그 모든것들은
아무리 비겁하고 더럽고 고통스럽고 처량하며 비참하다 하더라도
날 자라게 했으니까

-

페달과 하얼의 노래를 들으며
예쁘고 아련해서 울으며 웃었다
그렇게 오래토록 그 노래를 들었다

손으로 감싸 꼭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

기도 해야겠다.


- - 여기까지가 2015년의 오늘인거야 --


텅빈 입이 날 삼키는것 같았지

그리고 내 삶도 텅빈 입 같았어

불과 몇년 전의 나다

살아냈으니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어.


#재성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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