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왔네.

작은 생명 덕분에

by 김혜진

26살에 꽃다운 나이에 첫 아이를 낳았다.

사실 꽃다운 나이라고 하는데,


난 20대때가 인생 가장 암흑기다.


짙고 깊은 동굴같은 어두운 입을 끝도없이 걷고 있는 기분이었다.

늪에 빠져 쑤-욱 쑤-욱 가라앉는데 그 늪이 바닥 없는 늪이라면, 그게 바로 내 삶일거라 여겼다.


초등학교 4학년 시절의 기억부터는 어둡고, 힘들고,무거웠다.


그리고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작고 말랑하고 동그란 생명체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지만,

그래서 나의 도움을 필요로 했고

작은 도움으로 기뻐하고 슬퍼하는 단순한 감정들을 보이며 울고 웃었다.


보살필 대상이 생기고 나서야 삶의 이유나 목적같은게 생겼던 것 같다.

그러니 날 보살피고, 내 삶의 이유와 목적같은 걸 찾는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작고 말랑한 생명체는 18살이 되어

상상해본 적 없는 우주를 만들고 보여주며 겪어 나가게 하고 있다.

내 작은 도움만이 전부이던 그때보다

지금이 내가 아이를 더 잘 사랑할 수 있는 때가 아닌가 싶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게는 그렇다.


어두움을 지나고 나서 생명을 얻었고,

생명이 나와 돌봄을 시작하니

그 돌봄이 돌고돌고 결국 날 돌보게 하였고


그리고 서른 넷에 마주한 큰 사건 속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홀로 살아 남아야 했던 일들이

죽을 거 같은 고통의 시간이


놀랍게도 내가 두발로 늪과 같은 긴 터널을 나오게 했다.


이제 내가 느끼는 삶은 그때의 그것과는 다르다.

그리고 아일 향한 사랑의 모양도 달라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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