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북극성을 찾으러 갈게.

project _ shyar #2

by 김혜진


여름이 지나고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아파봤다. 작년 약한 것이 괴로워 운동을 시작한 이후로 이렇게 아픈 것은 처음이었다. 급기야 난 학교를 휴학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졌다. 그 앞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두려웠는지 모른다. 나에게 있어서 공부란 내 삶의 안정적인 동아줄 같은 것 이었다는걸 막연히 알고는 있었는데 막상 내려놓으려 하니 내가 공부를 내 삶의 동아줄로 여기고 있었다는건 더욱 확실해졌다. 그렇게나 두려워하며 한달간을 고민하다가 휴학계를 내러 학교에 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휴학계를 내고 돌아서는데 아무런 미련도 두려움도 없었다. 신기했다. 난 대체 실체로 존재하지 않고 있던 것을 동아줄이라 믿어왔고 그 동아줄이 사라질까봐 두려워했단 말인가? 내가 두려워했던 실체는 과연 무엇이였을까? 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휴학을 하니 시간 안에서 나는 너무나도 자유했다. 무엇보다 살림과 육아를 병행하며 하는 공부였기에 아이들이 잠들기 전에 난 모든 일들을 몰아 해놓으면서도 체력을 항상 남겨둬야 했는데 이젠 피곤하면 그냥 잠들면 된다는게 큰 기쁨 중 하나였다. 그리고 무엇이든 충분한 시간을 갖고서 바라보고 느낄 수 있는 것 또한 기뻤다.

그렇게 내가 누리는 것들은 대단할 것들이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잠든 아이의 살결과 눈썹을 바라보는 것, 저녁 설거지를 마친 후 하루 일을 마친 행주에 구연산과 산소계표백제를 넣어 폭폭 삶아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소독되는 향을 맡는 것, 팔팔 끓인 물을 준비해 목욕전에 족욕을 하며 5분마다 온도를 조금씩 높여가는 것과 같은 소소한것들 투성이었다. 시간과 체력의 여유로 인해 해치우며 하던 살림과 육아를 누리면서 하는 육아와 살림이 되는게 신기했다.
그렇게 여유를 즐기며 생각했다.
‘나는 과연 학교로 돌아가게 될까?’를 생각하다가 더 본질적인 것에 대해 생각해봤다.
‘나는 과연 그 일을 하고 싶은가? 안정적이라는 것 외에 내가 그 일을 하고싶은 동기는 무엇인가?’ 안타깝게도 없었다. 나는 그 일을 잘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나는 내가 하던 공부를 잘해왔고 더 잘하게 될거라는걸 알고 있지만 내가 잘하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였다.
나는 과연 뭘 좋아하지? 글쓰는거? 그림 그리는거?
글은 늘 나에게 숨쉬는 통로였지 좋아서 하는건 아니었다. 그림은 그보다도 못했다. 우연히 내 손그림을 통해 간혹 일을 하곤 했는데 나는 그림을 좋아해본 적도 잘해본적도 심지어 숨쉬는 통로처럼 자연스럽게 해본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종종 그림을 그렸다는게 신기할 정도다.
물론 글도 그림도 시작하게 되면 일정한 시간이 지나 몰입을 하게된다. 특히나 내가 정말 못한다고 느끼는 그림에서 더 몰입을 경험할때가 많다. 그렇지만 난 그것들을 좋아서 했는지는 모른다.
나는 과연 무엇을 좋아하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나는 대답할만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서른일곱이 저물어가고 있는 순간 까지도 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어른으로 자라 있었다는게 어딘가 좀 기가 막히고 씁쓸했다.
‘그럼 어떡하지? 좋아하는게 없으니 무언가를 굳이 할 필요는 없는건가? 그렇지만 난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그 무언가가 무언지를 모르겠어.’
막막함과 답답함 속에서 서있었다.

그러한 생각의 계기를 던져준건 좋아하는 작가의 워크샵에 참석하게 되면서였다. 작가는 우리에게 말했다. “북극성처럼 큰 별을 바라보면서 가세요. 그 별을 나침반 삼아가면 내가 조금 잘못 가더라도 다시 그 별을 바라보면서 가면 돼요. 그렇다보면 그 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별에 가까워져 있을거예요.” 그 말을 듣고 집에 돌아오는길 나의 북극성에 대해 그려보려 했지만 나의 북극성은 텅 비어있었다. 애초에 내게 그런 것은 없었던 인생 이었다는걸 알았다.
돌아오는 그 길 이후 나는 정말 많은 생각을 했지만 아무생각도 할 수 없었고, 이제는 조금씩 생각할 필요가 없다라는걸 알게되어 가고있는 중이다. 생각할게 아니라 행동하는 거구나.
나는 과거에 무엇을 즐거워 했는지, 조금이라도 재미를 느꼈던 것들을 생각해보며 그리고 나의 달란트들을 짚어보며 그것들을 쌓아가는 것을 해보자. 훈련에 가깝도록 반복적으로 꾸준하게. 그렇게 부딪혀보며 가지치기 할것들은 가지치기 연습하고 결과물을 내고 연습하고 결과물을 내고의 반복을 해보는 거구나. 어쩌면 이제껏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고, 두려워하고 아무것도 꾸준히 못했던게 아니었을까?

지금이라도 두드려봐야지. “똑똑똑- 실례합니다. 내가 김혜진인데 김혜진이 뭘 좋아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시작해보려고. 잘 부탁해. 우리 좋아하는 것을 찾아 끈기있게 해보자.”


2019. 10. 08. AM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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