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선

by 김혜진


어리다고 하기도, 그렇다고 성인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그때. 그렇지만 지나가버린 시간 속의 나를 지금의 내가 판단하기엔 어렸던 그때에 나의 친구 미선이가 있었다.

미선이는 손목과 발목이 가늘고 가는 선의 몸을 가진 아이였다. 여린듯한 가는선에 커다란 눈과 도톰한 입술을 가진 미선이는 여자인 내가 봐도 참 예뻤다. 미선이와 나 친구들이 나란히 길을 걸으면 사람속에 작은 새 한 마리가 걸어가는 듯 느껴졌다. 카나리아 미선이는 새들이 걸을 때 그 가벼운 몸이 통통 거리듯 인간의 몸을 하고서도 왠지 그 몸속의 밀도는 우리와 다를거 같은 가벼움이 느껴졌으며 유난히 가는 손목과 발목은 그 느낌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미선이는 딱히 아픈곳은 없었지만 어릴적부터 늘 가늘고 약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들었던 얘기 중 가장 놀랍고 기억에 남는 것은 깍두기 한 개를 입에 넣고 씹어 목으로 넘기기도 쉽지않아 미선이 엄마는 깍두기 한 개조차 잘게 잘라 주었다고 했다. 뭐든지 빠른 속도로 많이 먹을 수 있던 내겐 그 손가락 한마디만한 깍두기가 무어라고 그렇게 먹을 수밖에 없었는지 미선이와 미선이의 과거가 놀라웠다. 미선이는 유난히 작은 목구멍을 가지고 있었던걸까? 친구들 속에서 미선이는 늘 꼭꼭 오래오래 음식물을 씹으며 목넘김을 했다. 그리곤 꼭 “음~ 맛있어. 음~ 맛있어.”라고 말하곤 했는데 그 감탄사 속에는 음식에 대한 감사와 기쁨이 가득 느껴졌다. 그렇게 말하는 입술은 도톰하고 예쁘기까지 해 난 음식을 먹는 미선일 보는게 좋았다.

음식을 대할때의 밀도 뿐 아니라 몸을 대할때의 밀도 또한 미선이는 달랐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는 아주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냈고 모든 것이 풍족하지 못한 환경 속에서 아프진 않지만 약하고 가는 몸을 가지고서 자랐던거다. 그녀가 의도친 않았겠지만 그런 결핍이 결국 그녀에게 특별함을 가져다줬다고 난 생각한다. 유난히 약한 몸 때문인지 자신의 몸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기위해 미선이는 끊임없이 노력했다. 좋은 재료의 음식을 먹고 면생리대를 사용하고 천연성분 화장품을 바르고 우리가 어느곳에 있던지 고개를 돌리면 미선인 늘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으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 노력했다. 친구들 중에 그런 미선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건 놀랍게도 미선이와 가장 친하지 않았던 나다.

나또한 약한 몸을 가지고 태어났다. 어릴 적 나는 수시로 코피를 흘렸으며 바깥에서 나가 놀 만큼의 체력이 허락되는 날은 몇 일 되지않아 늘 집안에서 혼자 놀곤했다. 체육시간에 달리기 같은건 엄두도 낼 수 없었고 푹 잠들지도 못해 자그마한 소리에도 잠을 깨곤했다. 마음이 조금이라도 힘든날엔 어김없이 배가 아팠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 만큼 괴로운 일도 내겐 없을만큼 난 아침이 힘들었다. 아침을 내 몸의 속도에 맞춰 서서히 일어나야 하는데 서둘러 급히 몸을 일으키면 심장이 죄일 듯 아파왔다. 어느날은 일어나 원인도 모른채 하반신이 움직여지지 않은 날도 있었다.

미선이와 난 연약함이란 공통분모가 있었고 미선이에겐 있고 내겐 없는게 두가지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결핍’ 그리고 남은 하나는 ‘노력’이었다. 그 결핍과 노력이 몸을 대하는 밀도의 차이를 만들었다. 난 미선이를 만나고 나서야 드디어 결핍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나는 왜 내 몸을 미선이처럼 소중히 대하지 않은거지?’ ‘나는 왜 노력하며 살아오지 않은거지?’ ‘나는 왜 약한 날 당연히 여기며 더 나은길이 있을거라 생각하지 못한거지?’ 그렇게 난 미선이를 통해 날 더 잘 들여다보게 되었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해야 한다는 인식조차 하지 않았던 과어의 날 통해서 결핍을 알아챘다. 그리고 그 알아챔을 시작으로 노력을 향해 한발 나아갔다. 그때의 그 한발이 지금 서른일곱의 여기 있는 나로 이어졌고 미선이를 통한 나의 시작은 나와 너, 우리 그리고 지구라는 공간에까지 확장된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나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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