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 작은 마을 샤르의 일기

진안귀농귀촌협의회 계간지 <삼백오십> 2013년 겨울 통권 24호

by 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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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0. 23

요즘들어 갑자기 부쩍 초라한

내 어느부분을 결국 견디다 못해

오늘은 산책길 색색옷을 입은 강변 옆 산을 두고서도

그만 왈칵 눈물이 쏟아졌어

숲에와 뜰에와 손을 잡고 걷다가

고요히 흐르는 강물위로 나는 엉엉 울어버리며

숲에에게 고배가듯 투둑투두둑 하고서 말을 알맹이마냐 던졌다

“엄만 가끔씩은 엄마가 할 줄 아는게 결국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너무나도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 그래서 지금 엄마가 너무 슬퍼.”라고 말하는 나에게 다가와

작은팔로 숲에가 날 꼬옥 끌어안더니

함께 눈물을 글썽이며 얘길해

“엄마 잘하고 있는데 마음에서 느끼는게 몰라서 그래. 그게 무슨말이냐면 엄만 잘하고 있는게 맞는데 음식을 먹고 맛을 보고 느끼는 것처럼 엄마 마음에서 느끼는 부분이 지금 엄마가 잘하는걸 못 느끼고 있는거야. 그러니까 엄만 사실 잘하고 있는게 맞아. 그냥 못 느낄 뿐이야.” 라고 말을 해주는데

그건 분명 체온이 있는 말이었어

고요한 강변 위 저 산 너머 어딘가에서

따스한 무지개빛 바람이 강변위를 건너와

나의 온몸을 휘감곤 내 몸속으로 꾸-울-꺽 하고서 삼켜진

놀라운, 그리고 너무나도 따스하게 감사한 기분이었어


1.

밖은 까맣지만 달빛에 비친 쌓인 눈들은

까만 밤 속에서도 반짝이겠지?

몇일전부터 나무난로를 둔 거실로 우리가족 잠자릴 옮겨왔어

눈이 온다며 러브레터 보고 자자던 신랑은

드러렁 코골며 자고있고

사랑스러운 나의 숲에와 뜰에도 곤히 잠들고

난 나무난로 앞에 빨갛게 타들어가는

나무를 바라보며 잘익은 홍시를 먹고있어

좋다, 겨울 밤 가족들의 숨소리 위헤서 혼자 여유부리고 있는 것

발바닥과 두볼이 아주 따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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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그마하고 노란 아기병아리의 털

나무

산속에서 뛰어놀며 도토리를 줍는 것

햇볕에 바짝 마른 빨래

사그락 사그락 하는 보송한 이불

웃으면 쏘옥 들어가는 숲에의 보조개

동글동글 보드라운 뜰에의 볼과 엉덩이

뚝딱뚝딱 만들어주는 멋진아빠

하얀 두부처럼 생긴 예쁜엄마

할머니- 할아버지- 안 - 녕

아침이 되어 해가 뜰 때 노래하는 새들의 지저귐

비가온 후 맑고 깨끗하며 진해진 자연의 색들

추운 겨울 따뜻한 이불 속

우리집 나무난로에 구워먹는 군밤과 군감자 군고구마를 동치미와 함께 먹는 것

할머니집에 있는 맛있는 홍시

흰나비 노랑나비 춤을 추는 것

햇살을 받으며 꾸벅꾸벅 졸고있는 고양이

이것들은 뭘까요?

우리마을 강변옆엔 산과 산과 산들이 두루고 있어서

마을길을 걷다가 크게 “야-호” 하면

저쪽에서 산이 다시 나에게 “야-호” 하고서

대답해준다

오늘은 산책길 산에서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말해줬어

숲에와 뜰에와 나

아주 큰 목소리로 강변 옆 마을길을 따라

산책하며 산에게 들려준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

그리고 다시 산이 나에게 들려주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들으며 걸어오는 길

뭔가 행복하고 평화로우며 따스함이 가득차는 기분이었어


3.

엄마 나뭇잎배가 아가 나뭇잎배를

품고 있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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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가슴 벅차게도 행복하고 따스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

추운날 시린 바람에도

우리넷 지금처럼 따스히 서롤 안으면 좋겠다

우리의 심장이 서롤 끌어안은 채라면

어떠한 시련도 우린 이겨낼 수 있을거야


6.

우린 부족한 우릴 사랑하고 안아주고 때론 죽일듯이 미워하며

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나와 함께 시간을 나아가길 잘했다고. .

네가 늙어 하늘의 별이 되려 할때쯤에

눈을 감고서 날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면 좋겠다, 신랑.


7.

겹겹이 쌓이고 독한 부정적인 마음들에도,

이토록 많이 쌓인 나쁜 마음은 과연 없어질 수 있을까?

_ 싶었던 그러한 마음들에도

작지만 사랑과 생명이 담긴 따스함으로

사르르 녹아내릴 수 있구나

차갑게 굳은 마음 저 아래쪽부터 따끈한 온기로 데워지고 있어

노곤노곤


8.

짙었던 가을이 사르락 사르락 거린다

발길 아래에서 사르락 사르락

숲에와 손 꼭잡고 거니는 산책길에서

내려앉은 가을을 한껏 느끼고 왔어

이제 겨울이 또 한걸음 가까워 지는구나

몇일전엔 내가 사는 산속마을엔 얼음도 얼고

그렇게 시간을 흐르고 계절은 변화하며

우린 그 계절속에서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어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

따스하기에도 부족한 시간

난 오늘 사랑하는 이들에게 얼마나 사랑한다 말해줬을까?

눈을 마주할때면 따스함을 담아 미소를 보내줬던가?

손끝으로 체온을 느끼며 살결을 쓰다듬어 주었던가?

깊은밤이 지나 새벽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기전 오늘하루 부족했던것만 같은 그것들이 아쉬워

자고있는 신랑에게

자고있는 숲에에게

자고있는 뜰에에게

다가가 내 볼을 바짝 붙여 비빈다

사랑해 우리가족

생활속에선 그 따스함을 충분히 내는 요령이 아직 적어, 내가. .

이해해주라, 엄마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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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탁 탁 탁 탁 탁

목탁소리

바람소리

바람결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사라락 사라락

보지않아도 창밖 까마밤 아래에

하얀눈이 소복히 쌓이는 소리

달빛내음

코끝이 찡한 추위

차갑고 시린 코속으로 스미는 청명한 겨울공기

네 주머니 속 꼭잡아 포개어져 들어가있는 두 손

한가로운 그곳에서

겨울향기 맡으며 너와 나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싶어

사랑해,신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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