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건 없잖아.

사이좋게 손잡고

by 김혜진



어젠 모처럼 아무것도 아닌 나 자신이 초라했다.

아무것도 아닌것은 언제나였고 그렇지만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걸 분명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 것도 아닌것이 초라함으로 다가오는 그런 날이 어제였다.


개인작업을 하면서, 내가 원하는 그것들이 결과물로 나와주지 않는 과정을 2주를 겪으니, 지치게 되었다.

잘하던 장르이고, 스타일 임에도 불구하고

내 작업의 방향성을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잡았는데 그것들이 되지 않으니 고통스러웠다.


예전엔 관계가 있었지만, 지금 현재 관계가 없는 것들을 끊어내고 살 수 있게 된 것이 과거의 나와 다른 큰 변화인데 어젠 날 고통스럽게 하는 그런 의미없는 것들에 귀길울였다.

그러자 초라함은 더 크게 다가왔다.


좋아하는 가수,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어찌되었던 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가 한 프로그램에 나와 우승을 했고 그가 인스타에 올려준 아무것도 아닌 그러나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아닌 음악인들을 잔뜩 소개해줬다.

그들의 음악을 새벽부터 순서대로 들으며

수면아래 수많은 보석들이 이렇게 자기만의 색깔대로 빛을 내고 있었는데

누구는 그것을 알고있고, 누구는 그것을 모르고 있고,

그 중 누군가는 성공과 유명을 경험하고 그 옆의 많은 이들은 그것과 만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며 슬픔과 동시에 위로를 받았다.

그나마 나는 이들을 어느 지점에서는 만나게 된 것인데, 어느 지점조차 만나지 못한 수많은 또다른 우주의 별들이 있겠지 싶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놀랍도록 하나같이 자기의 모습을 한 서로 다른 음악을 하고있었다.

아무것도 아닌게 아닌 사람들. 아무거든 아니든 모두다 아무것도 아닌게 아닌거다.


그 안에 나도 있다.

어제의 초라한 나

초라함을 잔뜩 겪은 나

우주의 별들 중 하나인 나, 아무것도 아닌게 아닌 나.

괜찮다, 무언가가 되지 않은 지금이어도.

못난 과정도 잘 다루는게 하나도 없는거 같은 지금도, 다 안아주자.


그리고 요령피지 않고 하루를 쌓아가는 것

밀도있는 것만큼 나 스스로를 위로하는건 없으니까

그래서, 난 오늘은 탁탁 털고 일어나. 어제의 초라한 나와 손을잡고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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