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2.10. 화요일.

아무리 작은 조각도 버리고 싶지 않다.

by 김혜진


몇일 전 어른이 되었다는게 버거워서 살림을 하다 우두커니 서 눈물이 가득 찬거 같은 때가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어른이 되었다는걸 수용하게 되었고, 버겁다는 기분을 잘 느끼지 않았던거 같다.

그렇지만 그 전에는 어른이 되어버렸다는게 수시로 때때로 버겁고 슬프고 서러웠었다.

몇일전의 버거움은 정말 사사로운 거였다.


마흔을 앞두고 찾아온 버거움은 그런 사사로운 것에서 온다.

예전같으면 꿈도 꾸지 못할, 그러나 어김없이 새벽에 일어나 아침일기를 쓰며 생각해 봤다.

‘그날의 나 뭐가 버거웠던 거지?’ 기억하려 해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거 같다.

버거움, 서러움, 그런 것들을 기억하고 싶어도 일상의 분주함에 밀려 기억나지 않을 시기가 되어 버린거다.

숲에는 중학생이 되었고 뜰에는 11살이 되었다. 막내 별에가 유아인 시기도 얼마남지 않았다.

하루를 쪼개며 살아도 바빠 내 시간을 확보할 수 없었던 나는 하루에 10시간은 자던 사람인데 잠을 덜 자는 걸 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선택한 새벽기상에는 많은의미가 담겨있다.

내가 내 시간, 그리고 내 할 것들을 중요시 하게 되었고 그만큼 하고 싶은것들이 생겼다는 걸 의미하기도 했다.

새벽 5시 늦어야 6시에 일어나 시작되는 하루는 저녁이 되어 잠들기 전까지 해야할 일들로 나누어져 있다.

어른이 되어 가족을 이룬다는 것은 시간과 공간과 나라는 사람을 나누어 사용하는 것이 된다.


가끔은 그런 모든 것들이 버거움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런데 집에 무언가라도 고장이 나면 덜컥하는 마음이 생긴다.

어린시절에 그건 엄마 아빠의 몫이었다. 지금은 나의 몫이다.

그것을 책임지고 수정하고 교체하고 하는 것들은 나의 것인거다.

기쁨이자 부담이기도 한 일들.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아지는 삶의 무게 같은게 가끔은 날 누른다.


몇일 전은 그렇게 버거웠고,

오늘 아침엔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니 분주한 하루에서 나의 시간이 떼어져 나간거 같아 좀 울적했다.

그러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이 주어졌구나.

누군가는 굉장히 살고 싶었을 오늘,

그리고 예전의 나라면 없어졌었으면, 더이상 오늘이 없었으면 했던 바로 그 오늘이 나에게 주어졌다.

갖지 못하거나 버려버리고 싶었던 오늘이

나에겐 귀한 오늘이다.

가끔은 무거워도 말이다.


그 오늘에 또 나는 나를 나누어 함께 사용하는 시간이 더 많겠지만,

그 시간안에 분명히 날 위한 시간과 마음이 있다.


정말 다행이다.

내가 날 위할 수 있게 되어서. 내가 나에게 시간과 마음을 쓸 수 있게 되어서

어쩌면 나라는 사람을 나의 시간과 공간 모든 것들을 아이들과 남편과 나누어 사용해야 하기에

난 오늘도 나도 더 소중해졌을지 모른다 생각한다.


몇일 전 버거움에 가득찬거 같은 눈물과 다른 한줄기의 눈물 같은게 몸 속 어딘가에서 부터 눈밑까지 올라온다.

더이상, 작은 시간의 조각들도 버리고 싶지 않은 내가 된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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