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툴어진 마음이 동그래지는 순간

2016. 12. 25

by 김혜진



크리스마스 이브의 가정예배를 위해
불을끄고 초를 켜 집안 공기를 바라본다
보이지 않아도 보이는 공기들
아침에는 그렇게 한발도 양보할수 없다고 싸우다

문득 너무 힘들게 달려온 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나만 힘들었던게 아닌데. .
나만 고생한게 아닌데. .
나만 서글픈게 아닌데. .
나만 보고 있으니 남편을 바라보지 못했던 요즘
왜 이런일이 일어났고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해야하는지 아주 정확히 가슴으로 인식되지 않았어도 함께 달려온 사람인데
원칙대로 해야는건 꼭 해야만하고 하고야마는 내옆에서 숨가빴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또, 내가 나에게도
숨가쁘게 달려올 수밖에 없던 상황들
우리 좀 여기서 ,쉼표 한번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퉁퉁부운 눈을 하고 일어나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않는.
우리가족 모두다 맛있게 밥을 사먹고 돌아왔다
일년간 수고했다고 여보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감사하단 말을 건넸다
한동안 잘못해도 사과하지 못하던 남편이 사과를한다
미안해,여보. 미안해,여보. 미안해,여보.
세번이나 사과를 한다
삐툴어진 마음이 동그래지는 순간이였다

집으로 돌아와 청소를하고
아까 그 감정들까지 탈탈 털어내고서
불을끄고 초를켠채 가정예배를 드린다

우리가 서로의 옳고 그름으로 상대방을 찔러대다가도 한발 물러나 내가 아닌 너를 생각해보고 잘못을 인정하며 작은것도 감사할 줄 아는 이 시간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늘 우리들 가운데 하나님이 계심을 느낀다
우리모두를 꼭 붙잡고서 계신다

그렇게 예배를 드린후
내일 열어볼 카드를 쓴후 불을끄고 눕는다
내일은 크리스마스다
그가 있었기에 난 죽지않고서 여기 살아있다
죽을것같은 혹은 죽고싶은
무수한 시간들을 지나서 여기 살아있다

-

손바닥처럼 작은 우리집은
금새 어지러지기도 하지만
낮고 낮은 가구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모습이 귀엽기도 해
그래도 수납공간이 있는건 정말 부러워
다음달쯤엔 좀 더 수납할 공간을 마련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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