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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류 May 04. 2024

[서평1] 모모 - 미하엘 엔데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앞부분에서는 내 얘기같아서 무서움마저 들었다.


현실은 시간에 쫓겨 살아야 하고,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세상은 점점 그렇게 변해가는데 모모처럼 사는 게 "안주"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에 혼란이 왔다.


현대사회에서 모모는 오히려 "게으름뱅이"일 지도 모른다.


어린 나이에 공부는커녕 아무것도 안 하고 노숙자처럼 옛 원형극장에서 살고

죽치고 앉아있다가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자기 하소연을 하면 가만히 경청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걸로 모모가 얻는 건 뭐지?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고 불이익, 손익이 따른다.

들은 어떤게 이익이 많으며 어떤게 손실이 적은지에 따라 움직이게 마련이다.


기기만 봐도 그렇다.

자신의 말하는 능력을 회색신사들에게 "인정"받아 바빠진 삶을 살게 된다.

그것의 대가는?

경제적 풍요로움과 인정과 명예.

그리고 잃은 건?

한가하게 모모랑 수다 떨던 삶.


자, 당신이라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아무것도 안 하면서, 시간을 허투루 쓰면서 허황된 꿈만 꾸는 사람들이 많다.

근사한 집을 가지고 싶고, 최고의 회사에서 일하고 싶고,

메시의 연봉을 부러워하면서, 결코 트레이닝을 안 하고,

셀럽들의 명예를 부러워하면서, 하루하루 허투루 보내 ,

날씬한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 죽치고 앉아서 하루종일 처묵처묵하고,



무엇이 시간낭비이며, 무엇이 시간을 저축하는 것인가? 

회색신사들에게 시간을 주고, 바빠진 사람들은 무엇이 부족하다고 불평하며 힘들어하지?

그건 바로 [노닥거릴 시간]이다.

느긋하게 앉아서 노닥거릴 시간이 부족하다며 옛 추억에 잠기며 쓸쓸해하는 거다.


가족과 보낼 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면 가족과 보낼 시간을 애초에 스케줄 안에 넣으면 되는 거 아닌가?

모모한테 가서 노닥거릴 시간이 없어서 쓸쓸하다면 그걸 스케줄에 넣으면 되는 거지 뭘 추억하고 그리워하고앉아있냐고.


근대 안 넣은 이유는 뭘까?


모모한테 가서 얘기를 나눌 시간이 없다는 뜻은 한마디로


모모랑 얘기하는 시간이 [쓸데없는] 시간이라고 이미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


기기가 바빠진 이유는 뭘까?

라디오며 텔레비전이며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겠다고 본인이 선택했기 때문이다.

대신 부자동네로 이사 갔고 명예도 얻었잖아.

모든 것에는 결과가 따르기 마련이다.


사실 기기가 라디오하나만 하겠다고 해도 될 일이 아닌가?

그걸 다 하겠다고 한 이유는? 결국 본인의 선택이고 욕심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그래놓고 뭐라고?


불현듯 자기가 고갈되어 텅 비어 버려 더 이상 아무 이야기도 꾸며낼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업자득이다.

적당히 했어야지. 돈과 명예에 눈이 멀어 도를 지나친 거잖아.

그리고 공허하다며 지난 옛일을 추억하고 앉아있나?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되는 법이야.



나는 시간에 예민하다. 시간에 예민해서 초단위로 쪼개서 시간을 쓰고 있다.

할 일도 엄청 많고, 하는 일도 미친 듯이 많다.

주말이고 뭐고 없다.

누구도 나한테 이렇게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지만 내가 결정해서 선택한 것이다.


그렇지만 내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이 모든 일을 "멀티태스킹"으로 처리한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저녁 레시피짜고, 유튜브로 북토크 듣고,

집에와서 저녁 밥을 하면서 청소하고 세탁기도 돌린다.

애 숙제 봐주면서 빨래를 개거나 간간히 책도 읽는다.


이렇게 몇개를 동시에 하면 가족과 보낼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24시간을 48시간으로 쓰면 시간에 쫓길 일이 없다.

24시간을 딱 24시간으로 쓰려니 시간이 부족한 거잖아!


그리고 일도 일부러 야근해야 하는 쪽은 선택하지 않았다.

물론 야근해야하는 일이 지금 월급의 두 배는 더 받지만,

나는 기기처럼 돈에 눈이 먼 멍청한 인간이 아니기에 냉정하게 생각해서 이 정도만 벌어도 충분하다고 스스로 "합의"를 본 거다.



나는 더 이상 보잘것없는 관광 안내원 기기가 아니야. 큰 인물이 된 거지.


이 부분이 딱 그렇다.

기기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지금 부와 명예를 얻은 본인이 '큰 인물'이라는 것을.

옛 추억을 그리워하지만 그 '인물'이 된 본인은 놓치고 싶지 않은 거잖아.


욕심만 많고 머리는 나쁜 놈!


30대 초반에 연봉이 확 올라 억 단위를 넘은 적이 있었다.

그전에 나라는 인간은 돈이랑 거리가 먼 인간이였다.

돈에 관심도 없던 내가 연봉이 억이 되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계속 돈돈거리더란다.

돈이 되는 일인지, 돈을 얼마나 받는지, 이런 걸 묻더란다.

그래서 변해가는 나를 보며 서글퍼졌단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인간은 누구나 변하고, 성장해 가는 거야. 나는 철부지 어린애가 아니야. 돈도 알고 세상도 알고, 사회도 알고, 현실을 알게 되었어."


결국 그렇게 모아둔 돈은 말도 안 되는 어처구니없는 곳으로 몽땅 지출되어 버렸지만, 어쨌든 내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돈"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돈이다. 금이다.

그걸 모모는 아직 어리니까 저렇게 낭비해도 된다.

근대 모모가 30대가 되어도 저렇게 부랑자 노숙자처럼 원형극장에서 살면 어떨까?


퍽이나 좋기도 하겠다.



그리고 마지막 파트에서는 승리?를 하고 모두 원형극장에 모여서 파티를 연다.

시간이 많아져서 환호한다.


나는 이번에 스위스로 돌아오면서 시간이 많아져서 우울증과 불안증을 잠시 겪었다.

아침에 일어나 청소하고 밥하고 남편 도시락도 챙기고 요가 한 시간 하고 시장도 봐왔는데 시계를 보면 아직도 오전 9시이고, 또 뭔가 바쁘게 하고 시계를 보면 아직도 오전 10시다.

시간이 멈춘 건 아닐까 싶어서 너무 힘들었다.


24시간을 48시간으로 쓰던 내게 24시간을 12시간처럼 쓰라고 하니 그게 되겠는가!


시간을 여유 있게 쓰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에게 시간이 남아돌면 기쁘고 즐거울 줄 아나?

전혀 아니다.

뭘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 당황한다.


육아에 시달리던 애엄마에게 하루정도 자유시간을 준다면 그 엄마가 그 시간을 잘 보낼 거라고 생각하나?

아니다.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결국 방황하다가 커피숍에서 차 한잔 마시는 게 끝이다.


남아도는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다.


이 책에서는 회색인간을 물리치고 시간적 여유를 찾는 이야기인데, 다 읽고 느낀 건,


그래서 이게 행복한 거야?


옛날에 읽은 '네버 엔딩 스토리'가 생각나면서 또 다시 혼란스러워졌다.




이 책은 제목들이 하나같이 너무도 마음에 든다.


'맹렬한 추격과 느긋한 도주'라던지 '너무 많은 음식과 너무 짧은 대답'이라던지

'많은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와 한 사람만을 위한 이야기'

'모모는 친구들을 찾아가고, 한 명의 적이 모모를 찾아오다.'

'시간의 근원지를 가다.' 나는 "근원"이라는 단어가 좋다.

'풍요 속의 궁핍'

'크나큰 두려움과 더 큰 용기'

'새로운 것이 시작되는 끝'


이런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다음에 좀 활용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다 읽고 나니 미하엘 엔데가 "네버 엔딩 스토리"를 쓴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어쩐지 뭔가 결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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