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는 참 방랑병의 극치다.
그렇게 당하고서도 또 기어 나가는 걸 보면 기억력의 문제인지, 아직 덜 당한건지...,
이것도 정신병의 일종으로 '걸리버 병'이라고 이름이 붙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면 진정한 모험가이며 탐험가일지도.
소인국 거인국은 동화로도 널리 알려졌고, 원체 유명해서 사실 이 부분이 궁금하지는 않았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에는 이 두 얘기 밖에 없다.
소인국의 이름인 [릴리퍼트]는 어린이집, 키즈카페등의 이름으로도 많이 쓰이고 있으며 뭔가 귀염귀염의 이미지다.
내가 관심 있게 읽은 부분은 뒷부분인 '라퓨타'와 '후이넘'이다.
걸리버여행기 읽으실 분은 뒷부분 먼저 읽는 게 좋을 수도 있다.
라 퓨타!!! La Puta 스페인어로 '창녀'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이름을 쓴 이유를 구약성경을 읽다가 바빌로니아의 '바빌론 공중정원'을 찾아보다가 딱! 알게 되었다.
라 퓨타가 바로 그 바빌론 공중정원이고, 그 공중정원의 타락한 생활을 보면 제목을 정말 잘 붙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브리의 '천공의 성 라퓨타'도 여기서 따온 거다!
'바빌론 공중정원'유적이 있는 이라크 여행계획도 세웠다.
책은 한 권만 읽어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많다.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도 그렇다. 성경을 몇 번 독파하지 않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다.
마지막 여행은 말의 나라 후이넘(마인국)이다.
여기가 주인공이 느끼는 것은 바로 '유토피아'다!
나는 수많은 나라를 여행하면서 나만의 유토피아를 찾아다니곤 했다.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어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찾아다녔다.
여태까지 근사치는 찾았으나 완벽한 유토피아는 아직은 만나지 못했다.
아마 없을 수도 있고 오래전에 침몰되었을 수도 있고 미래에 올 수도 있겠지.
이 책은 여러 가지를 풍자하고 있다.
소인국에서는 국가나 사회제도라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돌아가는가를 풍자한다.
거인국에서는 거인국 왕족들이 먹는 것, 입는 것 등을 묘사하면서 상류층의 폭식과 낭비 등을 비꼬는 등의 표현이 상당히 많다.
라퓨타에서는 하늘 위에 사는 멍청이들을 풍자했고, 지팡구라고 일본도 약간 등장해서 놀라웠다.
후이넘에서는 말의 나라 유토피아에서 인간의 추악함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인간종족 야후를 얘기한다.
마지막에 걸리버는 영국에 돌아간 후에 인간 혐오증에 걸려 가족과도 접촉을 하지 않는다.
걸리버는 인간세계가 한심할 수도 있다.
나도 여행하고 귀국하면 여태 안보이던 게 보이기도 해서 실망해서 한동안 그 누구와 접촉하지 않을 때도 있다.
아스팔트는 깨져있고, 차가 사람보다 우선이고, 길에서 쓰레기 냄새가 나고, 쓰레기 틈으로 벌레들이 득실대고, 공기는 탁하고 오염되어 있다.
케이크 머핀 이런 건 기름덩어리에 식당에서 반찬 같은 거 리필된다고 해도 위생도 제대로 되어있지도 않다.
가게에서 물건을 보기만 하고 안 사니까 뒤에서 욕하고 '이건 필요 없겠는데~.'라고 말하니 점원이 화난 얼굴로 한숨 쉬면서 가게 안으로 쏙 들어가고,
KTX안에서 커피 마셨는데 직원이 저어준다며 쓸데없는 친절 베풀길래 가만히 보고 있었더니
빨대 비닐을 커피컵에 빠트리고는 "어머!! 어떻게 해!!" 라며 손으로 끄집어낸다.
이럴 땐 "죄송합니다. 바꿔드리겠습니다."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도 걸리버처럼 인간혐오증에 걸릴 거 같다가, 망각의 동물이라 또 잊어버렸다가 이 짓을 다시 반복하는 삶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