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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류 Aug 18. 2024

[2편]스위스 맥도널드 OJE 1일차

 

주말이틀간 실습같은거 한번 해보고 서로 결정하자고 하는데 보수는 100프랑이란다 (15만 원 정도)

11시부터 20시까지 9시간 (그 안에서 휴식 30분)

총 18시간을 일하는데 고작 100프랑?


암튼 한다고 했으니 해야지.


소감은 하루에 5시간 이상은 못한다! 그리고 매일은 절대 못함!




2시 반쯤 되니까 여자매니저가

"뭐 먹을래?"라고 함. 생각하고 메뉴 보고 할 시간도 안 주고 빠르게 물어서 얼덜결에 잘 먹는 걸로 말했다.

"피시버거..."

"세트지?"

"응?"

바바박 누르고 띠리리 전표 나오고 메뉴 챙기더니 크루방에 가서 먹으란다.


"휴식시간 언제까진데?"

"30분"


물어보지 않으면 어떤 정보도 안준다.


9시간 동안 서 있었다. 서 있기만 한 게 아니라 돌아다니고 움직이고 한 번을 앉아있질 못했다.


집에 돌아갈 때는 다리가 후덜덜 발바닥이 터질거 같아서 제대로 걷지를 못하겠더라 ㅠㅠ




11시 되니까 남자매니저가 다짜고짜로

"주방 할래, 카운터 할래?"

"주.. 방?"

머리에 망사 쓰고 앞치마 주더니 일한 지 한 달 정도 된 어리바리하고 독일어 못하고 영어만 좀 할 줄 아는 20대 남자애에게 가르쳐주라고 한다.


하는 일은 여러 종류의 버거에 거기에 맞게 올리고 포장하는 것!


"나도 한 달밖에 안 돼서 잘 몰라... 그냥 하는 거 보고 따라 해."


전날밤에 맥도널드알바 후기랑 유튜브 좀 본 게 엄청 도움이 되었다. 안 봤으면 클났을 뻔!


어떤 순서대로 넣고,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다 이런 설명 일체 없다.


여자 매니저가 빵 굽고 빛의 속도로 빵 위에 여러 가지 올리더니 내쪽으로 민다.


그러면 나는 버거에 맞춰서 패티를 올리고 포장!


그러다 갑자기 "너겟! 포!"라고 하면 눈치 봐서 너겟 담는 봉지에 넣고 밖으로 밀어줬다.

나중에는 말도 없이 너겟 상자를 나한테 밀면 거기 적혀있는대로 담았다.


맥도널드알바 후기 보니까 각자 포지션에 이름도 있고, 뭔가 그럴싸한 용어도 많던데 여긴 그런 설명 하나 없고 애초에 내가 여기 크루인 거처럼 그냥 바로 일을 시킨다.


가르쳐주는  없지만 하다가 틀리면 그때서야 이렇다라고 보여주거나 큰 소리 냄.


"패티는 무조건 이쪽이야. 그리고 뚜껑을 덮으면 돼."


대략 한 시간쯤 하다가 감자 튀기라고 한다.


감자 튀기는 아줌마가 한 명 있음. 나이는 한 60대아줌마. (아니야 사실은 나랑 동갑일지도 몰라...)


일한 지 10년 넘었다고 한다.


탁탁탁 이렇게 하면 된다며 본인이 엄청 잘하는 거 무슨 마술쇼인 양 빠르게 보여주는데 그걸 잘 보고 따라 해야 한다.

"시험적으로 한번 해봐" 이런 거 없음.


감자 튀겨서 소금 뿌리고 섞고 크기 맞게 봉투?(이런 거 이름도 모르겠다 ㅋ )에 넣어야 함.


손에 다 흘려서 뜨거워 죽을 뻔 ㅋ 두 번 정도 데이고, 손이 퉁퉁 부었다.


2시 반 되니까 여자 매니저가 휴식하라면서 따라오라고 하더니 카운터에서 먹을 거 고르고 30분 쉬라고 함.


근대 폰도 없고 딱히 뭐 할 것도 없어서 버거만 먹고 15분만 쉬다가 나왔음 ㅠㅠ  앞으로 더 이상 쉴 시간이 없다는 것도 모른 채...


3시 되면 라비(홀)로 가라고 함.


근대 3시가 된 건 알겠는데 포테이토가 밀려서 계속 거기서 일하고 있으니까 다른 젊은 여자가 와서


"아까 3시에 라비로 가라고 했잖아. 아직도 여기 있음 어떻게 해? "

"아니 여기 사람이 없어서..."

"그건 니 알바 아니야."


뭐 첫날이니까.. 생각하며 라비로 갔더니


"음식 테이블에 갖다주고 청소하면 돼."


간단하게 말했지만 3시부터 7시까지 "나 혼자" 그 많은 음식들 서버하고 바닥, 테이블 청소하고 쓰레기통 비우고, 화장실도 청소하고 암튼 라비케어는 내가 다 했다.


이놈의 손님들은 애들 노는 테라스에서 담배는 오락지게도 피고 담뱃재가 휘날리고, 바닥은 음식과 쓰레기로 개판이고, 심지어 어떤 손님이 테이블에 음료를 화려하게 흘려놔서 대걸래로 박박 청소했다.


대걸레 엄청 무거운 거 끌고 가는데 아무도 안 도와줌. ㅜㅜ


일단 번호 테이블 배치 구조 뭐 일련의 이런 설명은 아예 없다.


요래 되고 저래 되고 이런 친절한 설명도 없고,


야생에 던져놓고 눈치껏 잘 살아가봐!라는 느낌이었다. 


트레이에 음식이 준비되면 이게 테이블번호인지 판넬번호인지 요령껏 알아야 하고, 손님에게 줄 때 뭐라고 말해라 이런 것도 없어서 그냥 "Gute Apetit"라고 했다.

대부분은 웃으면서 당케! 해줘서 굿!


내가 카페 경영한 적이 있어서 척하면 딱 안 거지. 망구초보는 절대 못해냈을 거다.


그리고 라비에서 왔다갔다하니 사람들이 나한테 기계 안된다, 이거 좀 가져다 줘라 계산했는데 전표가 안나온다 등등 여러 가지 묻기도 하고 하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몰라서 카운터에서 물어보라고 했다.


일본이라면 한 명이 붙어서 매뉴얼대로 착착 알려줄 텐데. 그런 상냥함, 친절함, 배려는 전혀 없다.


손님이 뭔가 물을 때, 음료를 쏟았을 때, 등등의 매뉴얼이 여기는 애초에 없다.


7시 되더니 다른 크루가 나한테 "Can you drink now?" 라길래 "응" 음료 쪽으로 데리고 가더니 그 쿠루는 또 어디론가 사라졌다.


뭐지? 싶어서 물 좀 마시고 다시 라비로 나갔는데 매니저가 "아니 음료일 하라고.. 이제 너 라비 안 해도 돼."라면서 다시 데리고 들어갔다.


그게 그 말이었어?


7시부터 퇴근까지 한 시간 동안 음료랑 선데, 플러리, 이런 거 하는데 처음이라 헷갈렸다. ㅋㅋㅋㅋ


인, 아웃, 배달, 사이즈별, 얼음유무.. 등등


8시 5분쯤 되니 남자매니저가 "시간 되었어. 끝!"이라면서 사무실로 데리고 가서는


"어땠냐?"

"재미있었지만 조금 힘들었다."

"내일 올 거냐?"

"응"

탈의실가서 옷 갈아입고 뒷문으로 빠져나왔다. 옷이랑 신발 벨트 등 사이즈별로 많이 준비되어있고 엄청 깨끗했다. 한번입은 건 업체가 빨아서 두는거 같다.


일하는 크루는.... 한 10명-15명 정도 되는 거 같고, 다들 베테랑인 듯 했다.


근무시간도 미쳤다.


11시에 출근했는데 몇 명은 9시부터 출근해서는 내가 퇴근할 때 까지도 계속 일하고 있었다.


근대 뭐랄까..., 자기가 맡은 일만 하고 부족한 부분에 가서 지원해 주거나 그런 건 일절 없었다.


저쪽에서 기계가 삑삑 거리는데 다들 못 들은 척하고, 전체를 안 보고 부분만 보고 일하는 느낌이었다. (첫날이고 내가 사태파악을 못하는 걸 지도.)


일하는 분위기는... 음...

틀려도 화내거나 하지 않고, 잘못된 음료나 녹은 선데이는 버리고 다시 하면 된다.


감자튀김은 준비한지 7분 지나면 다 버리고, 버거는 주문들어오면 만든다.


감자튀김봉투안에 손넣고 벌리니까 손넣으면 안된다고 다 버리게 하고 손은 최소 1시간에 한번은 씻으라며 뭔가 깔끔한 척 하는데,

버거 만드는 동안은 다 그냥 손으로 하고 청결하다는 이미지는 없었고,

테이블 엉망인거랑 테이블 밑에 떨어진 음식 쓰레기들이나 좀 어케했음 좋겠더라.


내가 라비(홀)안하는 한시간 동안 다시 개판된걸 퇴근하면서 봤다.


마지막으로 매니저부터 대부분이 동유럽 사람이다. (알바니아, 코소보, 슬로바키 등등)


옛날에 남편이


"맥도널드 같은 데는 스위스인은 일 안 해. 유니폼 따위를 입고 하는 곳은 대체적으로 꺼려하거든. 주로 동유럽이나 인도 쪽 사람들이 일하겠지."


라며 또 지들 잘남을 시전 한 적이 있는데, 그러하다. 그 말이 맞다.


잘봐라. 어느 지점을 가봐도 잘 둘러보면 크루 중에 스위스인은 없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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