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이틀 동안 빡. 쌨. 다!
비 와줘서 고맙다! 주말치고 손님이 많은 거 같지 않아서.
11시 출근하니 젊은 여자 직원이 "포테이토 할 수 있겠어?"란다.
감자 튀기고 담는데 어제 하루 해봤다고 간단하더라.
이런일은 단지 익숙의 문제다. 머리를 쓰거나 그런거 없이 그냥 기계처럼 착착!하면 된다.
오전이기도 하고 비도 엄청 와서 손님이 드문드문 오는데 대략 10분 지난 포테이토는 얄짤없이 버린다.
미리미리 만들어 놓으면 안되고, 특히 음료 같은건 미리 해놔봐야 얼음이 녹으니까 상황에 맞춰서 하면 되겠다 싶었다.
버려지는 양만해도 엄청난 듯. (내 알바는 아니지만...)
선데이도 예쁘게 안담으면 폐기하고 다시 만든다. 아깝 ㅎ
근대 그 튀김트레이는 무겁고, 포테이토 담을 때는 손위로 떨어져서 엄청 뜨거운 건 사실이다.
10년 배테랑 포테토 줄리아줌마는 주문이 밀려도 당황하는 기색없이 스스슥 사사삭.
30분쯤 지나자 여자 매니저가 나에게 와서 "음료"하라고 한다.
"오늘은 음료만 해."
라고 말해서 꿀인가 했지만 누군가 쉴때 그곳 땜빵도 했다.
얼음 떨어지면 커다란 바케츠에 얼음 퍼서 낑낑대며 들고 와서 채워넣어야 하는데 이것만 대략 4-5번은 한 거 같다.
음료수 냉장고에서 떨어지면 박스채로 들고와서 리필했는데, 와~, 솔직히 힘쓰는 일은 남자가 좀 하면 안 되나?
쪼그마한 내가 이런 거 낑낑 들고 옮겨야 하나요. ㅠㅠ
게다가 얼음 퍼는 것도 힘들어서 여리여리 가느다란 손목이 뽀사지기 직전이었다.
1시쯤 되니 배가 고파왔지만 손님들 몰릴 시간이라 넘어가고..
2시..3시가 지나도 나한테 쉬라고 안 한다. ㅠㅠ
다른 사람들은 돌아가면서 쉬고, 그네들이 쉴 때 그 땜빵은 다 내가 하고 있는데 정작 나한테는 쉬라고 안하니....ㅜㅜ
거의 9시간을 한번도 못앉고 쉬지도 못하고 서서 일했다.
시차 때문에 새벽3시에 일어나서 졸리고 머리가 어질어질, 글자도 안 보이고, 토할거 같고 쓰러지기 직전에 여자매니저가
"힘들지 않아?"
"나 오늘 쉬지도 못하고 일했어. Ich hatte keine Pause."
"WAS ????리얼리????오 마이 갓"이라며 눈 똥그래지더니 남자매니저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나한테 달려와서 "쏘리, 충분히 많이 했으니까 이제 사무실로 가봐."
11시부터 19시 45분까지 음료 포테이토 라비(홀) 번갈아 하며 직원도 아닌데 거의 고인물처럼 일했다.
"이것봐, 나 실습(OJE)이라고!!"
사무실로 갔더니 남자매니저가
"할 만 해? 어때? 피곤하지?"
"피곤해. 힘들고. 근대 할만하고 재미있어."
"어때, 앞으로도 일할 생각이야?"
"괜찮은거 같아. 매일은 못하겠고, 최대 6시간까지만 할 수 있을 거 같아. 오늘처럼 이렇게 길게는 못해. 나 오늘 못 쉰거 알지?"
"아 미안해, 말하지 그랬어."
"누구한테, 어느 타이밍에 말해야 하는지 알려나 주고?"
"오케이, 미안해, 미안해. 그럼, 수요일에 웰컴데이로 할까? 14-16시까지."
"이번주는 수요일만 일하는 거야?"
"아니, 스케줄보고, 음.., 어쨌든 계약서 등등해서 메일로 올거야."
"그럼 나 지금 퇴근해도 돼?"
"어, 수고했어. 먹고 싶은 거 아무거나 가져가."
"땡큐, 수요일에 봐."
옷 갈아입고 카운터로 갔더니 남자매니저가 서 있네.
"Darf ich bestellen? 주문해도 돼?"
"물론이지. 뭐든 다 먹어."
"맥스파이시 세트."
"또?"
"애플파이?"
"또?"
"충분해."
"아니야. 도넛은 어때?"
"그럼 도넛도 하나."
"또?"
"됐어. 너무 많아."
"다 먹어도 돼."
생각해 보니 9시에 아침 먹고 일하는 동안 물 조금씩 마신 게 전부고 20시까지 아무것도 못 먹었다.
게다가 햄버거 싸 들고 온거마저 우리 꼬맹이가 맛있게 먹어치웠다.
"엄마! 맥도널드에서 일해. 그리고 할인쿠폰도 가지고 와."
참고로 남자/여자매니저 모두 알바니아 쪽 사람이다.
그래서 독일어가 원활하지 않아서 뭔 말하는지 정확히 못 알아들었다.
예를들면 "음료"할 때
"Du kannst ohne Schürze." (너 앞치마 안할수 있어.)라고 하는데
그래? 그래도 난 앞치마 할래. 이러면 되는거 아닌가?
이럴때는
"Du brauchst keine Schürze." (너 앞치마 필요없어.)
"Du musst die Schürze wegnehmen." (너 앞치마 벗어야해.)
이렇게 말해야지 알아듣지. "Du kannst ohne Schürze."라니...
그럼 앞치마를 해도 안해도 그건 내 맘 아닌가?
이런식을 말하는 게 많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게 왜? 이런게 많아서 "ㅇ.,ㅇ" 이런 표정을 지은 적이 많다.
얘네들이 왜 차근차근 설명을 안해주나 싶었는데 독일어로 설명을 할 수 있는 레벨이 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시어머니가 말했는데 이해가 된다.
독일어 늘릴 생각으로 맥에서 아르바이트한다고 했더니, 시어머니왈
"안 될걸. 독일어 안 쓸걸. 걔네들 다 터키나 알바니아쪽이지? 대부분 독일어 못할 거야. 맞지? 독일어가 늘진 않을 거야."
그렇다.
1편에서도 말했지만 독일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 신입을 친절하게 데리고 다니면서 설명해줄 수가 없는거다.
그래서 매니저랑 같은 나라 사람들이 주로 일을 하는거다. 이케아도 보면 그렇다.
쟤네들은 일하는데 왜 나는 못하지? 라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이해가 된다.
그들의 언어로 설명해야 원활할테니까.
이도저도 아닌 나라 사람들이 왔을 경우 (인도쪽...) 막독일어 + 간단영어와 충분한 제스쳐와 함께 설명하더라.
메뉴얼을 만든다고 해도 어느나라 언어로?
가만히 살펴보니 잠시 쉴 타이밍에는 역시나 자기네들 언어(아랍어나 페르시아어, 터키어 등 그들의 언어)로 수다떨더라.
음료 할 때 중국인 남자가 친절하게 많이 도와줬다.
이틀밖에 안 됐는데 엄청 잘하네라는 말을 여러 명에게 들었다.
아니...이게 뭐라고. 한국인은 이 정도면 한시간이면 마스터지.
얘네들은 청소나 슈퍼계산하는일도 Ausbildung(직업 교육, 수련)을 해야한다는데 그 이유도 알것 같았다.
이틀일하고 엄청 많은 걸 깨우침..ㅋㅋㅋ
오늘은 진짜 피곤해서 아침에 일어나보니 5시다...7시간은 잔 듯하다. ㅎ
지금 이걸 쓰면서도 다리는 마비 수준이고, 어깨는 결리고, 오른손은 주먹을 못쥘 정도다.
결론 : 독일어는 안 늘지는 모르겠지만 경험 삼아 얼마간 일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