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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류 Oct 14. 2024

[일본초딩]겨울에 반바지는 학대 아닌가요?

일본의 초등학생들을 보면 가끔 의아할 때가 있다. 

한겨울인데 체육복은 여전히 반바지, 교복 바지 역시 반바지다. 

추운 날씨에도 반바지를 고집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행간에는 [일본문화로 일본은 차갑게 키우는 것이 문화]라고 하지만 그것은 옛날 얘기고, 인터넷만 찾아봐도  이 문제에 불만이 많은 엄마들이 많다는 거다.



어른들은 패딩을 꽁꽁 싸매고 다니는데, 초등학생들은 여전히 반팔 반바지로 체육하고, 길에서도 반바지를 입고 있는 걸 보면 이게 정상인가 싶다. 

아니, 추위에 무감각해진 건가, 아니면 어른들이 뭔가 놓친 게 있는 건가?


아이들은 아침 일찍부터 "추워요~."라면서 등교하고, 해가 질 무렵인 오후 4시에 하교하는데, 여전히 반바지차림이다. 

타이즈? 교칙상 그런 거 입을 수도 없다. 

추위 대책 또한 마땅한 게 없다. 


이쯤 되면 "이거 혹시 학대 아냐?"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리서치 결과를 보면 초등학교에서 긴소매 운동복을 사용하는 곳은 25%밖에 안 된단다. 

즉, 75%는 여전히 한겨울에도 반팔 반바지 체육복을 고수하고 있다는 뜻이다. 

도쿄 한겨울 평균 기온이 5도, 영하까지 떨어지는데도 말이다. 

대체 뭐 하는 건지.

“시대에 맞춰 좀 바뀌자!”는 학부모들의 외침이 여기저기서 들리는데, 바뀌긴커녕 아직도 흰 반팔에 짧은 반바지 체육복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추워서 덜덜 떨며 뛰다가 결국 감기 걸려서 체육의 '체'자도 못 할 지경인데, 이러면 체육이 아니라 감기 양성 훈련 아닌가?


물론, 요즘은 "추운 날엔 체육복 위에 긴팔을 입어도 된다"는 학교도 생기고 있다. 

그리고 PTA(어머니 회)에서 겨울에 체육복에 대한 추위 대책을 알려주는 학교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궁금하다. 

왜 일본은 한겨울에도 교복과 체육복으로 반바지를 고집하는 걸까?


그 답은 어이없게도, “아이다워 보여서 귀엽다”는 이유 때문이다. 

정말이다. 

이 사회적 통념이 얼마나 깊게 뿌리 박혀 있냐면, 영국 상류층에서 8세까지 남자아이에게 반바지를 입히던 풍습이 메이지 시대에 일본에 넘어오면서, 그때부터 반바지가 상류층 패션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고, 초등학교 교복으로 굳어졌던 것이다.

유치원에서도, 초등학교에서도 반바지가 표준이다.


“귀엽다고 반바지를 입힌다니….” 

이거 무슨, 아이들이 바비 인형인가? 

추운 겨울에 반바지를 입히는 나라에서 '귀여움'이 우선순위라니,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닌가?


더 웃긴 건, 초등학교 때는 한겨울에도 반바지 입고 다니다가, 중학생이 되면 한여름에도 긴바지를 입어야 한다는 거다. 

왜? 이제 귀여운 시절은 끝났으니, 더워도 긴바지를 입고 다리털을 감추라는 거 아니겠는가!


초등학생 때는 귀여워서 반바지, 중학생 되면 긴바지. 일본의 패션 규칙, 참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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