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아주 소박하게 등장한다.
소박함을 넘어 지루하기 그지없다.
주인공이 등장한다. 하나같이 비슷하다.
주로 [보쿠僕(나)]가 주인공이 등장하고 자기에 대해서 나열하던지, 3인칭 시점으로 주변인물을 소개하던지 한다.
그것도 아주, 지루할 정도로 구체적으로...
주인공인 보쿠(僕)는 거의 이름이 없거나 와타나베와 같은 너무너무 평범한 이름이다.
이름만큼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척한다.
말 그대로 "척"할 따름이다.
그러한 주인공의 주변에는, "내 생애 만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만큼 특이한 사람이 많다.
아무 소개조차도 할 게 없는 보쿠(僕)의 주변에 어떻게 하면 그렇게 무차별적으로 특이한 사람들이 모여들게 될까.
주변인물 중에는 재벌에 가까운 부자도 있고, 천재도 있고, 결점하나 없는 완벽체가 있기도 한다.
그리고 그 주변 인물 때문에 책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것이다.
그러한 패튼이 너무 반복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독자는, 혹은 나는, 평범한 보쿠(僕)보다는 그 주변 인물인 스미레나 네즈미나 뮤나 나오코, 유키, 키키... 이들에게 끌리고 있는지도.
그리고 말도 안 되게 너무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고독함이라는 걸 내세우면서 말도 안 되는 일이 속속히 일어나는 거다.
나도 그만큼 평범하게 살고, 그만큼 고독하면 그러한 특이한 일이 생기게 되는 걸까...?
나의 반복적인 일상을 한눈에 뒤집어줄 수 있는 어떤 일이.
지독한 고독함이 계속된다면 일어날 거냐는 말이다.
쌍둥이 여자와 같이 생활하는 고독남
첫사랑이 찾아와서 하코네의 별장에 가서 무슨 짓을 하는 평범남
양만 찾으면 돈은 얼마든지 준다는 주변인을 가진 일반인
결점 하나 없는 배우친구
완벽에 가까운 여자들을 알고 지내고 있는
이런 평범한 사람은 내 주위에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전혀 픽션 같지 않은 픽션을 쓰는척하면서 이거야말로 완벽한 픽션이다.
스프트니크의 스미레는 노르웨이의 숲의 나오코와 뭐가 다르며,
스프트니크의 뮤는 노르웨이의 숲의 나오코랑 같이 있는 여자랑 뭐가 다르며,
보쿠는, 와타나베랑 같은 인물이 아닐까.
단편들을 조금씩 발췌해서 짜깁기하면서 하나의 장편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스프트니크를 읽다가 도중에 댄스댄스댄스를 대충 넘겨 읽어보아도 (굳이 댄스댄스가 아니어도 된다.)
묘~하게 이어지는, 이건 무엇이지?
이제 하루키는 슬슬 접을까 한다.
질려서라기보다는 작가는 나를 농락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렇게 짜깁기해서 장편을 만들어놓으면
책이 나오자마자 100만 부는 훌쩍 넘는다는 사실이 이제는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어쩌면 어느 구절과 어떤 내용과 어떤 인물들을 절묘하게 짜깁기했는지 그걸 찾아내는 것도 재미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