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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17]편지 - 히가시노 게이고

by 소류

2008년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한 남성이 2톤 트럭을 끌고 그대로 돌진해 행인 6명을 치어 숨지게 한 뒤, 트럭에서 내려 흉기로 10명을 공격해 중경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일요일에다 날씨도 좋아서 나도 아키바에 갈까 하다가 귀차니즘 발동해서 안 갔는데 저녁에 뉴스를 보고 깜놀랐다.


용의자인 가토 도모히로는 현장에서 체포되었고, 2022년 7월 26일 오전에 사형이 집행되었다.


나는 이 사건에서 연좌제[連座制]에 주목했다.

일본은 이 연좌제가 과거에는 존재했고(그래서 집안이 몰살당함) 현재는 폐지되었다고 하지만

범죄자의 가족이 지역 사회에서 고립되거나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는 비공식적 연좌제의 잔재가 여전히 악습처럼 남아있다.


가토 도모히로의 동생 가토 유지는 도모히로의 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직업을 잃고, 연인과 헤어지고, 늘 ‘정체가 들키지 않을까’, ‘만약 가토 도모히로의 동생이라는 걸 알면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대할까.’라는 불안감에 살아왔다.

인터넷에는 형과 자신의 이름이 나란히 연관검색어에 올라와 있고, 자신을 아는 동창생들에 의해 ‘살인자 동생의 과거는 이랬다’는 정보도 낱낱이 공개되었다.


형이 어머니의 복제품이라면
나는 복제품 2호.
하지만 나는 형과 같은 것은 안한다.
(兄が母の コピー なら、僕は コピー2号。
でも、僕は兄と同じことはしない)

죽을 이유를 이겨낼 만한 살 이유가 없다
(死ぬ理由に勝る, 生きる理由がない)

결국 2014년 4월 11일 유언장을 남긴 채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토모히로의 부모는 이혼했고, 어머니는 정신병자로 전락해 폐쇄병동을 전전하며, 아버지는 계속해서 걸려오는 비난전화를 이기지 못하고 전화는 물론 전기마저 끊고서 숨어 산다고 한다.


일본의 악습과 같은 연좌제를 찾아보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편지가 그런 내용임을 알고 읽기 시작했다.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형 츠요시는 동생 나오키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빈 집에 침입해 강도 행각을 벌이던 중, 집주인 할머니를 살해한다. 그리고 체포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힌다.

형의 범죄로 인해 나오키는 츠요시의 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신상이 털리고 학교에서 따돌림과 직장에서는 해고를 당하며 연좌제의 고통을 겪는다.

한편, 감옥에 갇힌 형은 동생에게 편지를 보내며 자신의 후회와 미안함을 전한다.

하지만 나오키는 형의 편지에 학을 떼고 형에게 "제발 편지를 그만 보내라", "형의 편지가 올 때마다 자기 삶이 괴로워졌다"고 그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폭로하면서, 출소한 후에도 찾아오거나 연락을 하지 말아달라는 편지를 보낸다.

결국, 츠요시는 더 이상 나오키에게 편지를 보내지 않고 둘의 관계는 끊어진다.

그렇게 나오키의 삶이 편안해졌다고 생각하며 잘 지내는 듯 했다.

결말부에서 주인공은 지인과 함께 교도소 위문 공연을 갔다가 고개를 숙인 형을 보게 되는데, 노래를 하려 해도 목소리를 도저히 내지 못하는 장면에서 소설이 끝난다.



사실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어떤 책(제목도 기억 안 난다) 한 권을 읽고 나랑 안 맞다고 생각했다.

이 작가의 책은 스토리위주라 드라마나 영화 스토리로 적합하지 문학성은 낮다고 맘대로 판단해서 한 권 읽고 그걸로 끝이었다.

역시 이 편지도 드라마로 나왔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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